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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위기의 5개월 지나 상생행보 걷는다

MAU 3,500만까지 회복 …농가지원·물류 비전 제시도

2026-04-08 10:37:20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와 염태영 국회의원이 배송을 함께할 쿠팡친구들과 포즈를 취했다이미지 확대보기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와 염태영 국회의원이 배송을 함께할 쿠팡친구들과 포즈를 취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2025년 11월 29일, 쿠팡은 고객 계정 약 3,370만 개의 개인정보가 무단 유출되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후 정부 민관합동조사를 통해 확인된 정확한 유출 규모는 3,367만 3,817건. 여기에 추가로 16만 5,000여 건이 더해져 최종 피해 규모는 3,386만 건을 넘어섰다. 구매 이력이 있는 활성 고객 2,470만 명을 훌쩍 초과하는 수치로, 사실상 전체 가입자의 개인정보가 외부에 노출된 셈이다.

유출은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전직 내부 직원이 해외 서버를 통해 2025년 6월 24일부터 11월 8일까지 약 5개월에 걸쳐 저질렀으나, 쿠팡이 이를 인지한 것은 11월 중순이었다. 사태가 알려진 직후 국회 청문회와 정부 합동조사가 잇달아 진행되었고, 소비자들의 탈퇴 행렬이 이어지며 국내 최대 이커머스 기업의 명성이 크게 흔들렸다.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지금, 쿠팡은 위기를 딛고 상생과 신뢰 회복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침묵에서 현장으로: 경영진의 약속 이행
개인정보 유출이 알려진 직후 쿠팡의 주간 활성 이용자(WAU)는 오히려 일시적으로 치솟았다. 12월 첫째 주(1~7일) WAU가 2,908만 명을 기록한 것인데, 자신의 피해 여부를 확인하려는 소비자들이 대거 앱에 접속한 결과였다. 그러나 뒤이은 탈퇴 행렬이 본격화하면서 WAU는 12월 중순 이후 2,600만 명대까지 급감했고, ‘탈팡(탈쿠팡)’ 움직임이 이커머스 시장 전반으로 번지는 양상을 보였다.

전환점이 된 것은 2025년 12월 29일 발표된 보상안이었다. 쿠팡은 유출 피해 고객 3,370만 계정 전원에게 1인당 최대 5만 원 상당의 구매 이용권을 지급하겠다고 밝혔고, 2026년 1월 15일부터 순차 지급을 시작했다. 쿠팡 앱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 트래블 2만 원, 알럭스 2만 원으로 구성된 이 보상안은 총 1조 6,850억 원 규모였지만, 쿠팡 자사 플랫폼에서만 사용 가능한 이용권이라는 점에서 '무늬만 5만 원’이라는 비판도 뒤따랐다. 그럼에도 이용권 지급 이후 WAU는 2,700만 명대로 반등하며 회복의 실마리를 잡기 시작했다.

더 주목할 점은 경영진의 직접적인 현장 행보다. 해롤드 로저스 임시 대표는 2026년 3월 19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더불어민주당 염태영 의원과 함께 경기도 성남시 일대에서 10시간 동안 새벽배송 업무를 직접 수행했다. 소분·상차 작업부터 새벽 1·2·3회전 배송까지 전 과정을 몸으로 겪은 것이다. 이는 2025년 12월 30일 열린 국회 6개 상임위원회 연석 청문회에서 염태영 의원이 "심야 배송 업무를 같이 해볼 것"을 제안하자 로저스 대표가 수락한 약속의 이행이었다.

당시 청문회에서 날카로운 질의를 주고받았던 국회의원과 쿠팡 대표가 배송 체험을 마친 뒤 함께 국밥을 나눠 먹는 장면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러한 현장 방문과 정치권과의 소통은 악화된 소비자 여론과 규제 압박을 완화하려는 신뢰 회복의 제스처로 해석되었다. 한편 2026년 2월 27일 4분기 실적 발표에서는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창업 이래 처음으로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육성으로 사과하며, 경영진 차원의 책임 인식을 분명히 했다.

이용자 회복, 예상보다 빠른 반등
위기 상황에서 쿠팡의 이용자 복귀 속도는 예상을 넘어섰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 기준 2026년 3월 9~15일 WAU는 2,828만 1,963명을 기록하며 사태 직후 수치(2,908만 명)의 97% 수준까지 회복했다. 월간 활성 이용자(MAU) 역시 3월 3,503만 명으로 집계되어, 12월 3,484만 명에서 1월 3,401만 명, 2월 3,364만 명으로 3개월 연속 하락하던 추세를 4개월 만에 반전시켰다. 와이즈앱·리테일 기준 3월 결제추정금액도 5조 7,136억 원으로 전월 대비 12% 증가하며 유출 사태 이전 수준에 근접했다.
이 같은 회복에는 구매 이용권 지급이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는 업계 분석이 지배적이다. 동시에 쿠팡은 배송 정책도 손질했다. 와우 멤버십에 가입하지 않은 일반 회원 대상으로, 무료 로켓배송의 최소 주문 금액 산정 기준을 '할인 적용 전 판매가’에서 ‘최종 실결제 금액’ 1만 9,800원 이상으로 변경한 것이다. 와우 회원은 기존과 동일하게 금액 무관 무료배송이 유지된다. 업계에서는 이 변경이 실질 객단가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유료 멤버십으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이중 전략으로 읽힌다. 사실상 유료 멤버십의 가치를 높여 장기 고객 확보를 노린 포석인 셈이다.

농가 직매입으로 상생의 길을 열다
쿠팡의 회복 행보는 이용자 확보를 넘어 지역 경제와의 상생으로 확장되고 있다. 쿠팡은 3월 상반기 최대 신선식품 행사인 '2026 로켓프레시데이’의 일환으로 제주 농가 상생 기획전을 마련했다. 도내 19개 지역농협이 출자한 제주조합공동사업법인(제주조공)과 협력해 제주 천혜향과 한라봉 등 만감류 약 20톤을 선제적으로 매입함으로써 산지 재고 부담을 완화한 것이다. 3월 20일부터 22일까지 3일간은 제주산 만감류를 최대 30% 할인된 가격에 로켓프레시를 통해 판매하며 소비 촉진에도 집중했다.

박진석 제주조공 대표는 "무관세 수입 만다린 급증으로 재고 부담이 커졌던 농가들이 로켓프레시의 신속한 물류망과 탄탄한 고객층 덕분에 시름을 덜게 됐다"며 "판로 걱정 없이 고품질 과일 생산이라는 본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준 쿠팡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국내 이커머스 기업의 물류 인프라가 지역 농가의 전국 단위 판로 확대와 경제 활성화로 직결되는 구조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생 활동은 단순한 마케팅 차원을 넘어, 쿠팡이 국내 농업 생태계를 지탱하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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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혁신과 사회적 책임의 결합
쿠팡은 4월 1~3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6 국제물류산업대전’에 참가하며 신뢰 회복의 또 다른 차원을 제시했다. '고객의 더 나은 일상을 만드는 첨단 물류’를 주제로 대규모 부스를 운영한 쿠팡은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기반의 자동화 설비를 공개하는 한편, 2027년까지 전국 로켓배송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비전을 상세히 설명했다.

특히 인구소멸 위험 지역과 도서산간 지역의 ‘식품 사막화’ 현상 해소에 기여하는 과정을 조명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쿠팡의 물류망을 기반으로 소상공인과 지역 농가, 중소기업이 판로를 확대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사례들도 대전에서 소개되었다. 이는 단순히 배송 속도만을 앞세우던 기업에서 사회적 책임을 담당하는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시사한다.

신뢰 회복, 여전히 현재진행형
수치상 반등은 뚜렷하지만 쿠팡 앞에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2025년 4분기 영업이익은 800만 달러(약 115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97% 급감했고, 당기순손실 2,600만 달러(약 377억 원)로 적자 전환했다. 연간 매출은 345억 달러(약 49조 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4분기 매출 성장이 크게 둔화되며 개인정보 유출의 직격탄이 실적으로 확인된 셈이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4월 7일 쿠팡 개인정보 유출 관련 집단분쟁조정 절차 개시를 결정했고, 집단소송 첫 변론도 진행 중이다. 개인정보 보호 체계의 근본적 재구축과 노동환경 개선이라는 구조적 과제도 남아 있다.

그럼에도 쿠팡이 보여주는 변화의 신호는 분명하다. 침묵과 방어에서 벗어나 경영진의 직접적 현장 참여, 지역 농가와의 상생 협력, 미래 지향적 물류 비전의 제시로 신뢰를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었다. 3월 MAU 3,503만 명과 결제추정금액 5조 7,000억 원이라는 숫자는 소비자들이 아직 쿠팡이라는 플랫폼을 완전히 떠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신규 앱 설치에서 테무에 밀리고, 집단소송과 규제 리스크가 진행형인 상황에서 이 회복세가 진정한 신뢰의 회복인지, 아니면 대안 부재에 따른 일시적 복귀인지는 앞으로의 행보가 증명해야 할 몫이다.

쿠팡의 다음 과제는 '돌아온 고객’을 '신뢰하는 고객’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로켓처럼 빠른 배송만큼이나 단단한 신뢰를 쌓기까지는 여전히 긴 시간과 실질적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다만 현장에서 시작된 이 변화가 보상 쿠폰을 넘어 기업 문화와 보안 체계의 근본적 혁신으로 이어진다면, 쿠팡은 위기를 딛고 한국 경제의 신뢰받는 파트너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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