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단순 현지경영 위한 방문이 아니라, 정치 지도자들과 회동하며 전략적 협력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 회장의 경우 지난달 미국 워싱턴DC에서 또럼 베트남 공산당 총서기장과 면담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다시 베트남을 찾아 양국 기업간의 협력이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지 보여준다.
SK이노베이션 LNG발전사업 협력 논의
최태원 회장이 베트남을 찾은 이유는 명확하다. SK이노베이션이 지난 2월 수주한 1.5GW 규모의 꾸인랍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사업이 그 중심에 있다. 최 회장은 현지 정치권과 재계 인사들을 차례로 만나 이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베트남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SK그룹의 사업과 맞아떨어진다. 베트남의 전력 수요가 지속 증가하면서 LNG 발전 같은 친환경 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에너지 공급 차원을 넘어 베트남의 에너지 안보에 기여하는 파트너로서의 위상을 구축하려는 전략이 담겨 있다.
SK그룹의 베트남 투자는 이미 깊게 뿌리내렸다. 빈그룹, 마산그룹 등 주요 현지 기업에 투자해온 SK는 최근 에너지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SK어스온이 남동부 쿨롱 분지의 4개 광구 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단기간 내 또럼 총서기장과의 연속 회동이 이뤄지면, SK의 베트남 사업은 단순 투자 수준을 넘어 국가 차원의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격상될 가능성이 높다.
정기선 회장, 활발한 현장경영 펼쳐
정기선 회장의 베트남 방문은 SK와는 다른 성격을 띤다. 그는 직접 생산 현장을 누비며 활발한 현장경영을 펼쳤다. 24일 HD현대베트남조선에서 석유화학제품 운반선(PC선) 건조 현장을 점검한 후, 25일에는 지난해 12월 인수한 HD현대에코비나를 찾아 LNG 모듈과 항만 크레인 생산시설, 탱크 제작 공장 건설 현장을 둘러봤다.
공정 준수율, 작업 환경, 안전관리, 위험 요소 등 현장의 세부사항까지 꼼꼼히 챙기는 모습은 성급한 수익성보다 지속 가능한 경영을 중시하는 경영 철학을 드러낸다. 정 회장은 파견 임직원들과 점심을 함께 나누며 "회사 경영의 기본은 현장이고 모든 문제의 해답은 현장에 있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격려가 아니라 현장 중심의 경영 원칙을 몸으로 실천하는 모습이었다.
HD현대가 베트남에 집중하는 이유도 분명하다. 카인호아성의 HD현대베트남조선은 2030년까지 연간 생산량을 23척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친환경 이중연료 선박과 컨테이너선, LPG 운반선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면서 글로벌 시장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두산 비나 인수를 통한 HD현대에코비나의 출범이다. 이를 친환경 선박 기자재 생산의 거점으로 만들면서 기존 조선 사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이 엿보인다. 베트남은 더 이상 단순한 저비용 생산지가 아니라, 친환경 기술과 고부가가치 산업을 집적하는 핵심 거점으로 진화하고 있다.
또럼 총서기장의 투자 신호
이는 단순한 인사성 발언이 아니다. 베트남 정부가 외국인 투자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명확히 하는 신호다. 권력층 최고의 인물이 직접 외국 기업인들을 접견하고 투자 친화적 기조를 드러내는 것은 한국 기업들에게 절호의 기회를 제공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 한국 기업의 선택
최태원과 정기선 회장의 베트남 동시 방문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글로벌 경제 지형 변화를 읽는 한국 기업들의 전략적 선택이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경제적 비중이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의 대표 기업들은 베트남을 차세대 성장의 중심지로 점찍었다.
SK는 에너지와 첨단 산업 분야에서, HD현대는 조선과 기자재 분야에서 베트남을 전략적 거점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국부를 베트남으로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한국의 역할을 재정의하는 과정이다.
포럼에 참석한 기업인들이 인프라, AI, 친환경 에너지, 스마트 농업, 소프트웨어, 금융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를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베트남과의 협력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최 회장과 정 회장이 벌인 현장 활동은 한국 경제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베트남에서의 투자와 협력은 국내 고용과 산업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두 회장의 베트남 방문이 단순한 사업 보고를 넘어 한반도 경제의 미래를 그리는 행보로 읽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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