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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화재 위험 배터리 숨기고 3000 대 팔았다

제품홍보와 다른 中파라시스 제품 사용 … 공정위, 과징금 112억·검찰고발

2026-03-10 14:18:20

2024년 8월 12일 마티아스 바이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당시 사장이 인천시 서구 청라동 한 교회에서 전기차 화재 피해 주민들과 간담회를 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이미지 확대보기
2024년 8월 12일 마티아스 바이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당시 사장이 인천시 서구 청라동 한 교회에서 전기차 화재 피해 주민들과 간담회를 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2024년 8월 1일 인천 청라지구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는 단순한 사고를 넘어 대규모 소비자 사기 사건을 폭로했다. 화재 감식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불이 났던 벤츠 EQE 모델에 탑재된 배터리는 홍보와 달리 중국 파라시스 제품이었다. 세계 1위 업체 닝더스다이(CATL) 배터리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던 차량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0일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독일 본사를 검찰에 고발하고 과징금 112억3천9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조직적인 기만의 증거들
벤츠의 거짓은 우연이 아닌 조직적 결정의 결과였다. 2023년 6월 벤츠코리아는 전기차 EQE와 EQS에 탑재되는 배터리 정보를 담은 '차량 판매지침'을 작성해 딜러사에 배포했다. 지침에서 벤츠는 "(벤츠가) CATL을 선택한 이유", "업계 최고의 기술력", "전세계 시장점유율 1위" 같은 표현으로 CATL 배터리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국내 출시된 EQE 차량 6개 모델 중 4개 모델, EQS 차량 7개 모델 중 1개 모델에는 파라시스 배터리가 실제로 장착되어 있었다. 벤츠는 이 사실을 철저히 숨겼다. 더욱 문제가 된 점은 배터리 제조사 정보가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에 핵심 역할을 한다는 점이었다. 벤츠코리아가 딜러사를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약 3분의 1이 배터리 셀 제조사 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024년 8월 2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전날 오전 6시 15분께 아파트 지하 1층에서 벤츠 전기차에 화재가 발생해 8시간 20분 만에 진화됐다. 이 화재로 지하 주차장에 있던 차량 40여대가 불에 탔고, 100여대가 열손 및 그을음 피해를 입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이미지 확대보기
024년 8월 2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전날 오전 6시 15분께 아파트 지하 1층에서 벤츠 전기차에 화재가 발생해 8시간 20분 만에 진화됐다. 이 화재로 지하 주차장에 있던 차량 40여대가 불에 탔고, 100여대가 열손 및 그을음 피해를 입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알고도 은폐한 불안전한 배터리
파라시스 배터리 셀은 단순히 품질이 낮은 제품이 아니었다. 2021년 3월 중국에서 배터리 화재 위험으로 대규모 리콜된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EQE가 한국에 출시되기 직전인 상황이었다. 벤츠코리아는 2021년 5월 독일 본사로부터 차종별 배터리 셀 제조사에 대한 교육자료를 전달받아 파라시스 탑재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매지침에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딜러사들은 파라시스 배터리 탑재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소비자에게 CATL 제품이 탑재되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은 딜러사의 설명만 믿고 구매를 결정했다. 공정위에는 배터리 셀 정보에 속은 소비자 민원이 90건 이상 접수되었다.

2023년 6월부터 2024년 8월 화재 사건까지 약 15개월간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된 벤츠 전기차는 약 3천 대가 판매되었다. 판매금액은 약 2천810억 원에 달했다. 배터리 정보가 공개된 후 파라시스 배터리를 쓴 모델의 판매량이 CATL 탑재 모델에 비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는 점은 소비자들이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를 보여준다.

CATL은 세계 배터리 셀 점유율 1위 업체로 기술력과 신뢰성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반면 파라시스는 시장 점유율 1~2% 정도로 순위권 밖이었다. CATL과 파라시스 사이의 광대한 격차는 소비자들이 얼마나 속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독일 본사도 책임이 있었다
공정위는 독일 본사도 법 위반 행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벤츠코리아는 CATL 배터리의 우수성을 강조한 문제의 판매지침을 독일 본사에 사전 보고했다. 본사는 이를 바로잡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판매지침을 우수 사례로 선정해 다른 국가에 소개하기까지 했다. 이는 단순 방관이 아닌 조직적 승인의 의미였다.
공정위는 배터리 셀 제조사 정보가 국민의 생명·안전과 관련된 중대한 정보라는 점을 고려해 부당한 고객 유인 행위에 대해 관련 매출액의 4%를 적용했다. 이는 부당한 고객 유인 행위에 대해 부과기준율 4%를 적용한 첫 사례다.

직전까지 가장 높았던 부과기준율은 쿠팡의 검색순위 조작에 대해 적용한 2%였다. 과징금 규모로도 이는 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행위로 제재한 건 중 세 번째로 많은 규모다. 공정위는 벤츠가 딜러사를 사실상 수단·도구로 삼아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제조·판매업자가 부당한 고객 유인 행위의 주체라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번 공정위의 결정은 피해 소비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에 강력한 근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이 벤츠에 어떤 형사 처벌을 부과할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자동차 업계에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정보 공시의 중요성을 강력하게 알리는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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