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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수탐구] 퇴직연금 시장 양강 삼성생명 vs 신한은행

5510억 원 차이로 좁혀진 1·2위 … ”운용 구조가 판도 가른다”

2026-02-25 13:36:28

퇴직연금 시장 선두자리를 두고 각축을 벌이고 있는 삼성생명과 신한은행. 이미지 확대보기
퇴직연금 시장 선두자리를 두고 각축을 벌이고 있는 삼성생명과 신한은행.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30년 가까이 퇴직연금 시장의 정상을 지켜온 삼성생명의 왕좌가 흔들리고 있다. 도전자는 신한은행이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생명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54조4252억 원, 신한은행은 53조8742억 원으로 그 격차가 불과 5510억 원까지 좁혀졌다. 업계가 올 1분기를 순위 교체의 분수령으로 보는 이유다.
두 금융사의 경쟁은 단순한 규모 싸움이 아니다. 운용 유형의 구조, 계열사 의존도, 성장 전략의 방향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숫자 너머를 들여다봐야 이 싸움의 본질이 보인다.

두 기관의 성장 속도는 뚜렷하게 엇갈렸다.
2023년 말 삼성생명의 적립금은 48조1513억 원, 신한은행은 40조4016억 원이었다. 약 8조 원에 달했던 격차는 2년 만에 5510억 원으로 줄었다. 이 기간 삼성생명의 증가율은 13.0%에 그쳤지만 신한은행은 33.3%로 두 배 이상 빠르게 성장했다. 2024년 한 해만 보더라도 신한은행은 7조9589억 원이 순증하며 삼성생명 증가분(4조988억 원)의 두 배 가까운 성과를 냈다. 규모의 기반이 서로 달랐음에도 이 정도의 속도 차이가 지속된 것은 구조적 원인 없이는 설명되지 않는다.

DB형 76.7% vs 34.8%…너무 다른 포트폴리오
두 기관의 운용 구조를 가장 선명하게 갈라놓는 것은 제도 유형별 포트폴리오다. 삼성생명의 적립금을 제도별로 분해하면 확정급여형(DB)이 41조7290억 원으로 전체의 76.7%를 차지한다. 확정기여형(DC)은 8조7148억 원(16.0%), 개인형퇴직연금(IRP)은 3조9814억 원(7.3%)에 불과하다. 사실상 DB형 한 축에 기대는 구조다.

신한은행은 세 축이 균형 있게 분산돼 있다. DB형 18조7279억 원(34.8%), DC형 15조6331억 원(29.0%), IRP 19조5132억 원(36.2%)으로 세 유형이 비슷한 비중을 이루고 있다. 특히 IRP에서의 차이가 극명하다. 삼성생명 IRP가 3조9814억 원인 반면 신한은행은 19조5132억 원으로 약 5배 규모다. DC형에서도 신한은행(15조6331억 원)이 삼성생명(8조7148억 원)을 크게 앞선다.

이 포트폴리오 차이가 성장률 격차의 핵심 원인이다. DB형은 기업이 운용 책임을 지는 구조로 한 번 유치하면 안정적이지만, 가입 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경쟁이 치열하고 이동이 드물다. 반면 DC형과 IRP는 근로자 개인이 운용 주체가 되며, 금융환경 변화나 수익률 경쟁에 따라 신규 자금 유입이 활발하다. 신한은행이 DC와 IRP에서 강점을 보이는 구조는 빠르게 성장하는 자금 풀을 더 많이 흡수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원리금비보장 23% vs 15%…확연히 다른 투자 성향
운용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다. 삼성생명의 원리금보장 상품 비중은 84.8%(46조1662억 원)이며 원리금비보장 비중은 15.2%(8조2589억 원)다. 대부분이 예금성 원리금보장 상품에 집중돼 있다. 신한은행은 원리금보장 76.9%(41조4200억 원), 원리금비보장 23.1%(12조4541억 원)로 상대적으로 실적배당형 투자 비중이 높다.

이는 DC형·IRP 비중이 높은 포트폴리오와 맞물린 결과다. DC형과 IRP에서는 가입자가 직접 펀드 등 실적배당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구조다. 최근 수익률에 민감한 MZ세대 중심으로 ETF·펀드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실적배당 비중이 높은 신한은행의 포트폴리오는 이 수요와 잘 맞닿아 있다. 반면 삼성생명은 DB형 중심의 보수적 운용 구조로, 기업 단위의 안정적 물량 관리에 최적화된 형태다.

계열사 51% vs 0.8%…성장 기반의 뿌리가 다르다
계열사 의존도는 두 기관의 성장 기반 차이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삼성생명의 계열사 적립금은 27조7166억 원으로 전체의 50.9%에 달한다. DB형 계열사 물량이 26조2255억 원으로 압도적이다. 삼성그룹 관계사들의 퇴직연금이 삼성생명에 집중돼 있다는 의미다. 이 내부 물량은 경쟁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낮은 안정적 기반이지만, 동시에 성장의 상한선을 설정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미 50%가 넘는 계열사 비중에서 추가적인 내부 물량 확대는 한계에 가깝다.

신한은행의 계열사 적립금은 4502억 원으로 전체의 0.8%에 불과하다. 전체 적립금의 99% 이상이 외부 기업과 개인 고객으로부터 유치한 것이다. 외부 시장 공략이 성장의 전부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성장 여력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경쟁 환경이 허락하는 한 성장에 구조적 상한이 없다.

은행의 무기, '기업금융+개인금융' 교차 영업
신한은행의 추격을 가능케 한 핵심 인프라는 은행의 영업 구조다. 대출 거래 기업을 퇴직연금으로 연결하는 기업금융 채널, 전국 지점 영업망, 그리고 앱 기반의 모바일 채널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다. 중소기업 대출 거래처를 DC형 퇴직연금으로 유치하고, 근로자 개인을 다시 IRP로 연결하는 이중 영업 구조가 높은 효율을 냈다.

한 퇴직연금 전문가는 "기업 단위 영업과 개인 IRP 유치를 동시에 공략한 전략이 성패를 갈랐다"며 "IRP는 은행을 먼저 떠올리는 고객이 많고, 보험사는 상대적으로 선택지에서 밀리는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안정적 운용을 선호하는 수요와 은행의 이미지가 맞닿아 있다는 점도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과정에서 대출과 금융상품 가입을 연계하는 이른바 '꺾기'와 유사한 관행이 일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점유율 확대 과정에서 관련 논란이 불거질 여지도 있다는 시각이다.

외부의 도전뿐 아니라 삼성그룹 내부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삼성증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2023년 말 12조78억 원에서 2025년 말 21조573억 원으로 75.4% 급증했다. 증가율로는 삼성생명을 크게 앞서는 수치다. 같은 기간 삼성증권의 계열사 비중도 7.3%에서 15.7%로 두 배 이상 높아졌다. 삼성그룹 계열사 퇴직연금 물량을 삼성증권이 일부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삼성생명은 외부에서 신한은행의 추격을 받는 동시에, 그룹 내에서도 삼성증권과의 경쟁 구도가 형성되는 이중 압력에 직면해 있다.

1위의 가치, 재정의가 필요한 시점
적립금 기준 1위 수성이 목전의 과제가 됐지만, 더 본질적인 질문은 따로 있다. DB형과 계열사 물량에 집중된 삼성생명의 포트폴리오가 향후 퇴직연금 시장의 성장 방향인 DC형·IRP 확대 흐름과 얼마나 잘 맞는가다. 반면 신한은행은 규모 1위에 오른다 해도 수익성 구조에 대한 검증이 과제로 남는다. 외부 기업 중심 영업의 지속가능성, 원리금비보장 상품에서의 수익률 관리 등이 장기 경쟁력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퇴직연금 시장의 왕좌 교체는 단순한 숫자의 이동이 아니다. 보험과 은행이라는 두 업권의 운용 철학 차이가 수십 년의 시간 차를 두고 경쟁의 균형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올 1분기, 숫자가 뒤집힐 것인지와 무관하게 이 싸움은 이미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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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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