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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K컴퍼니 리뷰 ⑤ 한화그룹] 환골탈태로 ‘한화 3.0’ 시대 출발

외형은 커지고 지배구조는 안정되고 … ‘3남3색’ 독립경영 안착 ‘과제’

2025-12-31 10:2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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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픽 안재후 CP] 한화그룹에 2025년은 뜻 깊은 한 해였다. 대외적으로 방산·조선·에너지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그룹 외형을 키우고 이미지를 끌어 올렸다. 대내적으로는 김동관 부회장 중심의 3세 경영체제가 사실상 완성되며 지배구조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

한화, 방산·조선 그룹으로 재탄생
K-방산 100조 시대의 주역으로 부상

한화그룹의 방산 사업은 2025년 역사적 전환점을 맞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분기 매출 6조4,865억 원, 영업이익 8,564억 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47%, 영업이익은 79% 증가한 수치다. 더욱 주목할 점은 누적 기준으로, 1~3분기 매출 18조2,817억 원(전년 대비 185% 증가), 영업이익 2조2,817억 원(174% 증가)을 달성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고성장은 단순 수량 증가가 아니라 포트폴리오의 질적 변화에서 비롯됐다. 폴란드향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 계약(8조 원 규모)을 필두로 이집트·UAE 등 중동·유럽 전역에서 누적 수주액이 10조 원을 돌파했다. 특히 방산 계열사들의 영업이익률이 37.4%에 달해 반도체의 2배 수준의 수익성을 보유하고 있다.
주요 방산 4사의 수주잔고가 약 100조 원에 육박하는 시점에서 한화가 지상무기, 항공엔진, 우주, 탄약, 함정 등 전 영역을 포괄하는 유일한 '종합 방산'기업이라는 점이 부각됐다. K9 자주포, K2 전차, 천무 로켓, FA-50 전투기를 한 번에 제공하는 '종합 방위 솔루션' 패키지는 세계 시장에서도 유례가 없는 사례다. 뒤따르는 수주로 향후 5~7년 분량의 실적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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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방산의 결합, 해양 방산 시장 개척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 한화오션으로 재출범한 한화오션은 2025년 해양 방산 영역을 확대하는 데 집중했다. 2020년 이후 4년 만에 영업이익 흑자전환(2,379억 원)을 달성했고, 매출은 10조7,760억 원으로 45.5% 증가했다.

가장 주목할 성과는 미국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시장 진출이다.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미 해군 군수지원함 '윌리 쉬라함', 급유함 '유콘함', 보급함 '찰스 드류함' 등 3척의 MRO 사업을 수주했다. 더욱 역사적인 성과는 2025년 영국 해군 호위함 'HMS 리치먼드', 캐나다 해군 초계함 'HMCS 맥스 버네이스'까지 MRO 사업을 확대한 것이다.

이러한 실적은 단순 정비사업을 넘어 글로벌 해양 안보의 중추인 미국 방산 시장으로의 발판이 되었다. 한화오션은 미국 필라델피아 소재 필리 조선소 인수를 완료하며 북미 생산 거점을 확보했다. 연간 1~1.5척 정도의 생산 능력을 가진 필리 조선소를 2배 이상 확대할 계획으로, 2030년까지 해외 군함 부문 매출을 약 4조 원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글로벌 에너지·투자 포트폴리오의 다변화

한화는 방산·조선 성과에 더해 에너지 부문에서도 글로벌 확장을 가속화했다. 미국·유럽·중동 지역의 재생에너지, 발전·인프라 프로젝트를 확대하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다. 에너지·방산·금융을 결합한 '해외 영토 확장' 전략이 트럼프 2기 고율 관세와 지정학 리스크 속에서도 진행된 점이 주목할 만하다.

3남 승계 완성, 김동관 시대 본격화

지분 증여로 '정공법' 돌파한 경영권 승계

2025년 한화그룹 승계 구도의 최대 이슈는 4월 김승연 회장의 지분 증여다. 김 회장이 보유한 ㈜한화 지분 22.65% 중 절반에 해당하는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한 것이다.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4.86%,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삼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이 각각 3.23%를 받았다.

이 거래 이후 한화에너지(세 아들이 100% 지분 보유)의 ㈜한화 지분 22.16%를 포함하면 삼 형제의 총 지분율은 42.67%에 달한다. 한화에너지 지분을 ㈜한화 지분으로 환산하면 김동관 부회장의 실질 지분율은 20.85%로 김 회장(11.33%)보다 많아진다. 45년 가까이 그룹을 이끈 김 회장의 경영권이 3세에게 실질적으로 이양되었다는 의미다.

12월 한화에너지 지분 매각으로 '3남3색' 독립경영

승계 구도의 마지막 마침표는 12월에 찍혔다.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이 한화에너지 지분 20%를 재무적 투자자(FI) 컨소시엄에 약 1조1,000억 원에 매각한 것이다. 거래 이후 한화에너지 지분 구조는 김동관 부회장 50%, 김동원 사장 20%, 김동선 부사장 10%, FI 20%로 재편됐다.

이는 공동 소유 체제에서 벗어나 형제간 책임경영이 명확해진 것을 의미한다. 재계는 이를 통해 수조 원 단위 대규모 투자 결정이 빨라질 것이고, 방산·우주 분야의 글로벌 수주 경쟁과 해외 생산기지·MRO 거점 확대에 과감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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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관 부회장의 '실행형 리더십' 부각

김동관 부회장은 대우조선해양 인수(2023년)부터 2025년 미국 필리 조선소 인수 완료, 한화오션의 글로벌 해양 방산 기업으로의 탈바꿈을 직접 주도했다. '한화가 오대양을 누빈다'는 메시지는 그의 글로벌 비전을 대표하는 표현이 됐다.

2025년 9월 기준 한화그룹의 시가총액이 127조700억 원으로 올해 초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은 시장이 김동관 리더십에 대한 신뢰를 반영한 결과다. 그의 경영 포트폴리오는 ㈜한화 전략부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한화임팩트 투자부문의 대표이사를 겸하며 방산·우주·에너지·화학의 전 영역을 포괄한다.

장남이 그룹의 성장 엔진을 관장하는 가운데, 차남과 삼남도 각자의 영역에서 독립 경영을 본격화했다. 김동원 사장은 금융·레저·신사업 축을 맡고, 김동선 부사장은 유통·에너지 일부를 관장하는 구조가 정립됐다. 각 형제의 계열별 책임경영과 독자 사업 전략 추구 구도가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가 많다.

주가·실적이 보여준 2025년

2025년 한화 계열사들의 주가는 방산 슈퍼사이클과 실적 개선을 온전히 반영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연초 대비 약 5배 상승률을 기록했고, 한화오션도 1년간 약 270%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분기 실적 발표 직후 주가가 6.44% 급등해 1,042,000원을 기록하며 52주 최고가에 근접했다. 3분기 누적 기준 매출 약 185% 증가, 영업이익 약 174% 증가 등 고성장 기조가 지속되며 '방산 대장주'로서의 프리미염이 형성됐다. 11월에는 100만 원선을 재차 탈환하며 시장의 주목을 계속 받았다.

한화오션도 비슷한 궤적을 보였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인수 당시 누적 적자 2조8,000억 원에서 벗어나 연간 흑자를 달성한 것만으로도 성과였지만, 2025년 미국 방산 시장 진출이라는 새로운 성장 스토리가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지주 성격의 한화 및 금융·에너지 계열사들은 글로벌 금리·관세 환경과 국내 증시 변동성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방산·조선 성장 스토리와 승계 불확실성 해소 기대가 중장기 재평가의 논리로 제시됐다. 한화 주가는 2025년 중 관세·정책 변수 등으로 단기 조정을 받기도 했지만, 산업 협력 확대와 방산·에너지 시너지 기대가 투자 스토리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방산·조선·에너지 중심 대형 프로젝트가 확대되면서 수출 비중과 수주잔고가 크게 늘어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수출이 약 70%를 차지하며, 선금을 미리 받고 생산에 들어가는 구조 덕분에 현금 유동성이 완벽한 상태를 유지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제조업이 아닌 구독경제형 캐시카우 모델'로 표현했다. 그룹 전체 캐시플로와 재무 구조도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관세·ESG·지정학, 한화가 맞닥뜨린 변수들

2026년 한화그룹이 직면한 가장 큰 거시 위험 요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율 관세, 보조금 축소,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다. 자동차·조선·항공·해운·에너지 등 한화 계열 사업 대부분이 이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방산 수출이 달러 기반이라 환율 상승은 단기 호재로 작용하지만, 미국 내 현지화 요구 압박은 중장기 도전 과제가 됐다.

중동·유럽 분쟁 장기화, 기후변화 대응 규제 강화 등으로 에너지·방산 프로젝트 환경이 복잡해졌다. 한화는 계약 구조·리스크 관리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방산·조선 중심 성장은 경기·정책·분쟁 이슈에 따라 수주·실행 속도 변동성이 크다. 금융·에너지·첨단 소재·우주 등 다른 축들과의 밸런스가 장기 과제로 지적된다. 대형 프로젝트에 따른 선투자·운전자본 부담, 조선·해양 MRO 같은 신규 사업의 수익성 안착 속도도 향후 모니터링이 필요한 부분이다.

방산·에너지 기업에 대한 ESG 평가 잣대가 높아지는 가운데, 무기 수출·화석연료 사업에 따른 사회적 시선을 어떻게 관리할지가 또 다른 도전 과제다. 특히 중국의 제재(2025년 10월)에서 보듯 지정학적 입장이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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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한화그룹의 체크포인트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오션의 대규모 수주잔고(각각 약 31조 원·14조 원)를 수익성과 현금창출로 전환하는 실행력이 가장 중요하다. 유지·보수·공동개발까지 아우르는 장기 파트너십 모델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안착시키느냐가 관건이다. 미국 해군 MRO, 유럽·중동 장기 프로젝트를 '레퍼런스'로 삼아 후속 수주로 이어가는 동시에, 조선·방산 프로젝트의 공정·인력·부품·금융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 관세 환경과 각국의 기후·에너지 규제를 변하지 않는 상수로 보고, 미국·유럽·중동 현지 생산·조달·금융 구조를 재설계해야 한다. 방산·에너지 수출 국가에서의 정치·사회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교육·기술이전·현지 고용을 포함한 패키지형 파트너십이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3남3색 독립경영 구도가 정리된 만큼, 각 형제가 맡은 계열의 역할과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협의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지가 다음 단계 과제다. 김동관 부회장이 이끄는 방산·우주·에너지·조선 축이 그룹 '성장 엔진'으로 굳어지는 가운데, 금융·서비스·신사업 축과의 균형, 그리고 이사회·외부 이사 중심의 견제·감시 구조 강화도 요구된다.

누리호 고도화사업 수주로 2027년까지 3기 제작과 4회 발사를 담당하게 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위성체 제작, 발사체 개발, 우주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밸류체인 구축을 가속화해야 한다. AI·머신러닝 기반의 미래 전장 솔루션 개발도 글로벌 방산시장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필수 과제다.

'한화 3.0 시대'의 출발

2025년 한화그룹은 확실히 변했다. 화약과 화학에서 출발한 전통적 제조사 이미지를 '국가 안보·전략 산업 그룹'으로 재편했고, 2세 중심의 경영에서 3세 중심으로 명확히 세대교체했다. 방산·조선·우주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구성과 함께 56년 만의 세대 교체를 이뤄낸 것이다.

다만 앞으로의 과제는 여전하다. 확대된 외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글로벌 정치경제 환경의 변수에 대응하며, 각 형제의 독립 경영 체제가 그룹 차원의 시너지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2026년 이후의 중요한 숙제가 될 것이다.

이를 얼마나 잘 풀어내는지가 한화그룹이 '한화 3.0 시대'의 진정한 주자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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