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과장된 성적표, 단순평균 10.8%의 역설
관계 당국이 배포한 '디폴트옵션 도입 1년 성적표'는 고무적이다. "디폴트옵션 상품, 1년 수익률 평균 약 10.8% 달성." 언론은 이를 비중 있게 다루었고, 제도 성공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하지만 퇴직연금 가입자 김 과장이 자신의 계좌를 확인했을 때, 실제 수익률은 여전히 2~3%대에 머물러 있다. 뉴스와 현실 사이의 괴리, 이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원인은 '단순평균' 산출 방식에 있다. 10.8%는 각 상품에 유입된 자금 규모를 고려하지 않고, 출시된 상품들의 수익률을 단순히 합산해 나눈 수치다.
예를 들어 100억원이 투자된 안정형 상품이 3% 수익을 내고, 1억원만 설정된 고위험 상품이 15% 수익을 냈다면, 실제 수익률(가중평균)은 3%에 가깝다. 하지만 단순평균으로 계산하면 (3% + 15%) ÷ 2 = 9%가 된다. 실제 자산 운용 성과보다 수치가 높게 나타나는 것이다.
가입자 자금 규모를 반영한 실질 수익률(가중평균)을 산출하면 4.1% 수준이다. 전체 적립금의 약 90%가 집중된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현실이 단순평균이라는 통계 방식에 가려진 셈이다.
금융감독 당국도 고민은 깊다. 통계와 현실의 간극을 인지하지만, 규제하기엔 현행 제도의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기금형의 해법, 투명성과 명확한 책임
기금형 퇴직연금으로의 전환이 근본적 해법이다.
둘째, '수탁자 책임'의 확립이다. 운용 권한이 기금과 전문운용사로 이양되면서 책임도 이전된다. 성과 과장이나 위험 관리 소홀로 손해가 발생하면 자본시장법상 수탁자 책임에 의거해 엄중한 제재가 가능하다.
투명한 성적표가 매일 공시되면 정부 규제보다 효율적인 감시 시스템이 작동한다. 바로 시장에 의한 평가다.
민간 전문평가회사들이 모든 기금을 동일한 기준으로 분석하고 등급을 부여할 것이다. "A 기금은 최고 등급, B 기금은 보통 등급." 명확한 평가는 시장 규율을 형성하고, 실질 성과가 부족한 기금에서는 자금이 이탈할 것이다. 운용 주체들은 가입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수익률 제고와 투명성 확보에 나서게 된다.
단순평균 10.8%와 실질수익률 4.1%의 차이는 현행 제도가 가진 통계적 한계에서 비롯된다. 때문에 우리가 나아갈 방향은 명확하다. 개인 대신 전문가(기금)에게 운용을 위임하고, 기금에는 엄격한 수탁자 책임을 부여하며, 투명한 기준가격으로 실질 성과를 공시하여, 시장과 감독 당국의 이중 감시를 받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이 구축될 때 퇴직연금은 통계적 논란에서 벗어나 국민의 노후를 지키는 든든한 자산이 될 것이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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