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직면한 상황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최근 불거진 무단 소액결제 및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단순한 보안 사건을 넘어 기업 신뢰도 전반에 타격을 입혔다. 피해 규모는 무단 소액결제 피해자 368명에 피해금액 약 2억4000만 원에 이르렀으며, 불법 초소형 기지국(펨토셀)에 접속해 개인정보 유출 정황이 확인된 가입자만 2만2227명에 달한다. 현 대표이사인 김영섭 회장은 이러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연임을 포기했다.
세 명의 후보자, 각각의 강점과 한계
내부 경험의 축적, 박윤영 전 사장의 길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은 1992년 한국통신 입사 이래 30년 이상을 KT에서 근무한 대표적인 '정통 KT맨'으로 꼽힌다. 미래사업개발, 글로벌사업, 기업부문 등을 두루 거치며 조직 내부 사정에 매우 밝고, 기업 간 거래(B2B) 분야의 풍부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 조직 안정과 내부 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위기 수습형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KT의 신성장 동력 확보에 B2B 경험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상대적으로 일반 소비자 대상 사업(B2C) 경험이 부족한 것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AI 기반의 대고객 서비스를 확대하려는 KT의 현 상황에서 이는 전략 추진에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박 전 사장은 2020년과 2023년에도 최종 후보군에 올랐으나 선임되지 못했던 이력이 있어, 이번이 네 번째 도전이다.
정권과의 근접성, 주형철 전 대표의 카드
주형철 전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세 후보 중 유일하게 KT 경력이 전혀 없는 완전한 외부 인사다. SK텔레콤과 SK C&C 등 SK그룹의 ICT 계열 임원을 거쳐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로 4년간 재직했으며, 이후 서울산업진흥원 대표, 경기연구원장 등 공공기관 경험을 쌓았다.
그러나 가장 큰 부담은 '낙하산 인사' 우려다. KT는 역사적으로 정치권의 영향을 받아 대표이사가 교체되거나 선임되는 일이 잦았던 만큼, 정권과의 연관성이 강하다는 점이 논란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기술 통섭의 경험, 홍원표 전 대표의 역량
다만 KT를 떠난 지 20여 년이 경과해 통신업계의 급변하는 흐름에 대한 최신 전문성에는 의구심이 제기될 수 있다. 빈번한 이직 경력도 조직 관리 역량에 대한 평가를 흐릴 수 있는 요소다. 더욱이 경쟁사인 SK 계열사 대표직을 역임했다는 점이 내부적으로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신임 CEO가 직면할 과제들
해킹 위기 수습과 고객 신뢰 회복
차기 CEO에게 주어진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단 소액결제 및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수습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보안 강화를 넘어 고객 정보 보호에 대한 KT의 책임 의식과 시스템 전반의 혁신을 요구한다. 정부 조사 과정에서 사고 은폐·축소 의혹이 제기된 만큼 내부 통제와 조직 기강을 바로 세우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KT는 정부 조사 결과에 따라 전 고객을 대상으로 위약금을 면제하는 등 고객 보상안을 제시해야 한다. 신속하고 투명한 보상과 재발 방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소액결제와 개인정보 보호는 이용자 신뢰와 직결되는 영역인 만큼, 단기적인 사과나 보상에 그칠 경우 거센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AI 사업 재추진과 신성장 동력 확보
차기 CEO는 해킹 여파로 주춤했던 AI 및 디지털 전환(DX) 사업에 다시금 힘을 쏟아야 한다. KT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협력을 통해 5년간 2조4000억 원을 투자하고, 2029년까지 누적 AI 매출 4조6000억 원 달성이라는 목표를 설정했다. 그러나 해킹 사태 여파로 전략 추진에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받고 있다.
더욱이 이동통신 3사 중 유일하게 정부 추진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서 탈락했다는 점도 KT의 약세를 보여준다. 해킹 사고를 책임 있게 수습해 고객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AI 사업 확대도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차기 CEO의 초기 대응이 향후 KT의 경영 안정성과 성장 경로를 좌우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면접 방식과 선정 일정
심층 면접은 KT 사옥이 아닌 외부 장소에서 진행된다. 각 후보자는 직무수행계획서를 바탕으로 약 20분간 프리젠테이션을 한 뒤 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들과의 질의응답을 거친다. 면접은 오후까지 진행될 예정이며, 이후 이사회 논의를 거쳐 최종 후보 1명이 오후 6시쯤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최종 확정된 후보는 2026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정식 선임된다.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이날 심층 면접을 통해 KT가 직면할 난제를 해결할 최적의 인물을 선정할 계획이다.
KT의 차기 CEO 선정은 단순한 인사 결정을 넘어 회사의 위기 극복 전략을 결정하는 중대한 분기점이다. 정통 KT맨으로서 내부 안정성을 추구할 것인지, 외부 전문가로서 혁신적 리더십을 추구할 것인지의 선택은 향후 KT의 경영 방향을 크게 좌우할 것이다. 무단 소액결제 해킹 사태로 추락한 기업 신뢰도를 회복하고, 동시에 AI 시대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질 신임 수장의 어깨에는 KT의 미래가 달려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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