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사고 이후 8월 초까지 SK텔레콤에서 이탈한 가입자는 약 110만 명에 달했다. 특히 가성비를 중시하는 고객층이 알뜰폰(MVNO)으로 대거 옮겨갔다. 알뜰폰 가입자 수는 4월 986만 명에서 6월 1011만 명을 넘기며 처음으로 1000만 명대에 진입했다. 40%는 단순한 시장 점유율을 넘어 SK텔레콤의 업계 지배력을 상징하는 수치였기에 그 붕괴는 통신 시장의 판도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알뜰폰 공략 본격화, 최대 70만 원 판매장려금
위기를 맞은 SK텔레콤은 빠르게 반격에 나섰다. 8월부터 알뜰폰 가입자를 직접 겨냥한 공격적 번호이동 마케팅을 시작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전략은 유통망에 제공하는 파격적인 판매장려금이었다. SK텔레콤은 알뜰폰에서 번호이동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최대 70만 원의 판매장려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같은 조건의 KT와 LG유플러스가 40만 원 수준을 지급하는 것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에 가까운 규모였다.
고가 장려금의 타깃은 명확했다. 갤럭시 A16, 갤럭시 와이드8 등 30만 원대의 중저가 단말로 집중되었다. 알뜰폰 사용자들이 저가 단말을 선호하는 특성을 정확히 겨냥한 전략이었다. 결과적으로 공짜폰은 물론 30만 원대의 현금 페이백까지 가능한 파격적인 조건이 만들어졌다. 가격 경쟁력만을 추구하던 알뜰폰 고객층을 본회선으로 끌어오기 위한 전술이었다.
마케팅의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5월까지 계속되던 알뜰폰으로의 고객 유출이 8월부터 순증세로 돌아섰다. 8월 약 1만 3074명 순증, 9월 1만 3221명 순증, 10월 4373명 순증을 기록했다. 전체 가입자 수도 7월 2231만 개에서 8월 2240만 개, 9월 2243만 개로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단통법 폐지로 보조금 경쟁 재점화
SK텔레콤의 가입자 회복 노력은 외부 환경 변화와도 맞물렸다. 7월 22일 단말기유통법(단통법) 폐지가 그것이었다. 15년간 유지되던 단통법이 완전히 사라지면서 통신사들의 보조금 경쟁이 본격화했다. 이는 SK텔레콤이 자본력을 활용한 공격적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경쟁사 변수와 점유율 회복의 기회
SK텔레콤의 가입자 회복 움직임은 경쟁사들의 상황과도 연동되어 있다. KT가 무단 소액결제와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정부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를 받으면서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만약 조사단이 KT 전체 이용자 대상 위약금 면제를 타당하다고 결론 내릴 경우, KT도 SK텔레콤 사례에 따라 위약금을 면제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위약금 면제를 강제하지 않을 경우 영업정지 등의 추가 조치를 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가입자 회복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해킹 사태로 훼손된 보안 신뢰도를 얼마나 빠르게 회복하느냐가 장기적 점유율 유지의 핵심이다. 단기적 마케팅 화력으로 끌어온 고객들이 장기 고객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보안과 서비스 품질의 강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2025년 7월 중순을 기점으로 SK텔레콤 주가가 5만 원대 중후반에서 5만 6500원까지 상승하면서 투자자들의 긍정적 전망이 반영되고 있다. AI 사업 부문의 전년 대비 13.9% 매출 성장도 재무적 충격을 보완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점유율 회복도 중요하지만, 고객 신뢰 회복이 지속 가능한 성장의 진정한 관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통 3사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가운데 SK텔레콤이 40% 점유율을 되찾을 수 있을지통신 시장의 향방이 주목받고 있다. 분명한 것은 해킹 사태 이후 고착되어 있던 통신 시장의 판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SK텔레콤의 점유율 회복 여부가 향후 한국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 구도를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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