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에픽 안재후 CP] 국내 대표 해운 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장금상선㈜이 올해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2025년 1분기 연결 매출액 약 4,577억 원, 영업이익 약 466억 원을 기록한 장금상선은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탄탄한 수익 구조와 효율적인 비용 관리를 통해 우수한 실적을 내놓고 있다. 2024년 기준 연결 매출액 3조 4,018억 원, 별도 매출 2조 원을 돌파하며 국내 해운업계 3위라는 위상을 확실하게 유지해 가고 있다.

1989년 홍콩에서 한중 합작회사로 설립된 이후 30년 이상 적자 없이 흑자 경영을 이어온 장금상선은 탄탄한 재무 기반이 그들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매출총이익과 순이익, 자산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은 단순한 수치 상승을 넘어 기업의 근본적인 건강성을 대변한다. 글로벌 해운 시장의 변동성 속에서도 생존해낸 기업은 많지만, 지속적으로 성장해낸 기업은 드물다. 장금상선이 바로 그 드문 사례다.
선복 확대에서 고객 신뢰까지, 차별화된 경쟁력

장금상선의 주력 사업은 컨테이너선 및 탱커선 중심의 글로벌 해상 물류다. 현대상선(HMM), 고려해운에 이어 국내 3위의 선복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순위 이상의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북아시아와 미주, 유럽 등 주요 항로에서 안정적인 운영과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로 강한 입지를 다져왔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고객 만족도다. 장금상선의 고객 이탈률은 업계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순고객추천지수(NPS)는 경쟁사 대비 10점 이상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저렴한 가격이 아니라 안정적인 선복 확보, 맞춤형 서비스 제공, 그리고 고객사별 맞춤 지원에 대한 결과물이다. 장금상선은 국내 굴지의 화학 종합 기업인 SCG로부터 연속 서비스 만족도상을 수상하며 고객들의 신뢰를 증명하고 있다.
아세안 시장 공략, 태국서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 확대

장금상선이 태국 시장에서 펼치고 있는 공략도 주목할 만하다. 아세안의 맹주 태국을 아시아 물류의 허브로 육성하려는 회사의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태국 정부가 첨단산업 제조·물류 거점으로 추진 중인 동부경제회랑(EEC) 지역을 중심으로 물류 수요 급증에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장금상선 태국법인장은 "고부가가치 화물 및 냉동화물 중심의 네트워크를 확장할 계획"이라며 "E-서비스 및 시스템 기반의 안정적인 대화주 서비스를 강화해 태국 시장 내에서 신뢰받는 종합 해운 물류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할랄 인증 닭고기를 포함한 냉동식품 시장에 주목하고 있는데, 이는 전 세계 무슬림 시장의 지속적 성장을 반영한 전략적 선택이다.
2003년부터 태국 서비스를 시작한 장금상선은 이제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대만 등 3국 간 비즈니스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한국-태국 노선에서 주 7항차의 부산 항로, 주 3항차의 인천 항로, 주 2항차의 평택 항로를 운영하며 선박의 공간 활용도를 최대화하고 있다. 또한 연내 전산 시스템과 업무 흐름을 한국 수준까지 개선하여 화주에게 실시간 대응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유조선 매각에서 수익 창출, 시장 변동성을 기회로
올해 장금상선이 펼친 중고 유조선 매각 전략도 기업의 유연한 경영을 잘 보여준다. 전쟁 장기화로 유조선 몸값이 급등하는 상황을 포착한 장금상선은 중고 원유운반선(VLCC) 4척을 매각해 약 5,000만 달러(약 716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올해만 해도 30만7,000DWT급 VLCC 3척을 포함해 매각한 선박들에서 선박 인수가보다 100억 원 이상을 초과 판매하며 상당한 차익을 실현했다. 마지막 매각 선박인 '싱가포르 로열티'호는 미국 중고선사로부터 인수한 지 3년 만에 약 200억 원 이상의 프리미엄을 얹어 되팔았다. 이러한 선박 트레이딩 전략은 단순한 차익 실현을 넘어 현금 유동성 확보, 재무구조 개선, 시장 변동성 대응 등 다층적인 경영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대형선 발주로 K-조선 기술력과 동반 성장

2025년 7월, 장금상선이 발표한 소식은 해운 업계 전체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지금까지 1,900~8,000TEU급 중소형 컨테이너선 위주로 운영해온 장금상선이 HD현대에 1만 3,000TEU급 대형 신조 컨테이너선 4척을 발주한 것이다. 계약액은 약 8,348억 원 규모였다.

창사 이래 처음 1만TEU급을 넘는 대형선을 확보하게 되는 장금상선은 이를 통해 중소형 선대 운용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대형선 시대를 열게 됐다. 2028년 네 척이 모두 인도될 때쯤이면 장금상선의 선대 구성은 새로운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현재 자사선 72척과 용선 3척을 포함한 컨테이너선 75척(총 선복량 약 14만 1,000TEU)을 운용하고 있는 장금상선은 이번 발주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한 단계 높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계약은 단순한 배 한척의 추가 구입이 아니다. 국내 조선 기술력의 우수성을 세계 무대에 알리는 동시에, 장금상선 같은 중견 해운사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이뤄낸 것이다. 최근 중국 조선업계가 주춤하는 가운데 한국 조선소가 대형 선사로부터 대규모 주문을 따낸 사례로, K-조선의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성과가 됐다.

다각화 전략, 폐기물 처리 시장 진출

장금상선의 사업 다각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자회사 국양로지텍을 통해 폐기물 처리 시장에 진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부산 강서구 녹산 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산업 폐기물 매립업체 부산그린파워를 약 8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이는 물류 전문 기업이 이종산업에 도전하는 사실상 첫 번째 사례다.

부산그린파워는 부산 권역의 유일한 산업 폐기물 매립업체로서 입지 조건이 뛰어나며, 유휴 부지를 활용해 약 32만 제곱미터 규모의 매립장을 추가로 조성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신규 사업 허가가 어렵고 최근 폐기물 처리 비용이 오르고 있어 전략적 가치가 높은 사업이다. 장금상선은 폐기물 처리 시장 진출뿐 아니라 향후 부산그린파워 부지를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어, 중장기 수익 창출 기반을 다층화하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 276명 전문 인력의 역량

장금상선의 강점은 그들이 운영하는 막강한 글로벌 네트워크에도 있다. 2024년 기준 임직원 276명이라는 효율적인 규모 속에서도 중국에 16개의 현지법인과 사무소, 일본·홍콩·인도네시아·태국·말레이시아·베트남·싱가포르 등 아시아 전역에 현지 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외 총 56개 항구에 직접 기항하며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CEO를 포함한 경영진은 해운, 물류, 경영 각 분야의 실무 경험과 전문성을 갖추고 성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체계적인 물류 시스템과 비용 절감 전략, 직원들의 지속적인 전문성 계발은 장금상선이 유지해온 조직 문화의 핵심이다. 현장 중심의 경영과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업계 내 높은 평판을 지켜가고 있다.

새로운 시대로의 항해

장금상선의 이야기는 한국 해운 기업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30년 이상의 적자 없는 흑자 경영, 안정적인 재무 구조,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 전략적 다각화, 그리고 글로벌 네트워크라는 다섯 개의 기둥 위에 선 장금상선은 이제 대형선 시대로의 항해를 시작했다.

중소형 선박 운영에서 대형 신조선 발주로의 전환은 단순한 설비 확충이 아니다. 이는 국내 중견 해운사가 세계 무대에서 대형 선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신호이며, 한국 해운 산업의 미래를 향한 자신감의 표현이다.

태국 물류 시장 진출, 폐기물 처리 산업 확대, 선박 트레이딩을 통한 수익 창출 등 다층적 전략을 펼치고 있는 장금상선은 글로벌 종합 물류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한 척의 선박에서 시작한 한중 교역의 씨앗이 이제는 아시아 전역을 누비는 막강한 해운 네트워크로 자라났고, 앞으로 어떤 성과를 만들어낼지 그 항해의 궤적을 주목할 가치가 충분하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