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회장의 경력은 화려하다.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해 기획재정부 1차관과 국무총리실 실장을 역임했고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거쳐 금융위원장을 지냈다. 이후 2023년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선임되어 3년 가까이 그룹을 이끌어 왔다.
이러한 이력을 정권에 따라 조명해보면 이명박 정부에서 국무총리실 실장, 박근혜 정부에서 NH농협금융지주 회장과 금융위원회 위원장, 윤석열 정부에서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올랐다. 실현은 안 됐지만 윤석열 정부 초대 국무총리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3번의 보수 정권을 거치며 말 그대로 요직을 거친 것이다.
요직을 거치면서 나름 역할도 했다.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시절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는 등 농협금융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금융위원장 시절 금융개혁과 조선·해운 구조조정을 진두 진휘 했으며 정부 소유 우리금융 지분을 매각해 과점주주 체제를 도입하는 등 완전 민영화의 초석도 마련했다.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서 경영성과도 나름 있었다. 증권사와 보험사를 인수해 종합금융그룹을 완성한 것은 분명 그의 치적이다. 금융사고라는 대형 악재에도 불구하고 M&A를 성사시킬 수 있었던 데는 임 회장의 역할이 컸음을 부인할 수 없다. 세간에서 “M&A 성공 1등 공신은 임종룡 회장”이란 얘기가 나오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에서다.
임 회장과 임 회장 주변에서 연임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가장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무기를 지난날의 이 같은 발자취다. “이렇게 능력 있는 발걸음을 걸어왔으니 한번 더 회장 자리를 맡겨보는 게 낫지 않겠냐”는 바람이다.
그러나 그의 과거 발자취는 양면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세 번의 보수정권과 호흡을 맞추며 ‘화양연화(花樣年華)’를 보냈는데 지금 시점에서 또 다시 연임에 도전하는 건 과욕이지 않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임 회장은 59년생으로 연임이 끝나면 70세가 된다. 전 산업분야에서 ‘세대교체’ 라는 도도한 물결이 흐르는 가운데 화양연화를 보낸 70대를 바라보는 관료 출신 회장이 한 번더 그 직(職) 맡겠다고 나서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의 품격은 떠나는 모습에서 결정된다’는 말이 있다. 임 회장이 노력해서 옛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동우회를 은행 합병 26년만에 우리은행 동우회로 통합시켰다고 하니 하나 된 우리금융에서 또 다시 자체 회장을 배출시키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우리금융 경우 2008년 이후 15년동안 자체 회장을 배출시켰는데 이는 경험이 풍부하고 능력 있는 내부 인재도 준비돼 있다는 방증이다.
화려한 이력의 마지막 장식을 집착이 아닌 용퇴, 세대교체를 통한 미래 세대로의 승계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용퇴(勇退)하는 용퇴(龍退)가 보고싶다.
[글로벌에픽 강혁 CP / orpheus@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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