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서 쑥쑥 크는 카스 … 브랜드 가치 23위
세계무대로 나간 K-맥주
2025년은 카스가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는 해로 기록될 것 같다. 국제 브랜드 평가 기관 '브랜드 파이낸스'가 발표한 '2025 세계 맥주 브랜드 가치 50'에서 카스는 한국 맥주 브랜드 중 유일하게 23위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32위에서 상승한 순위이며, 브랜드 가치도 전년 대비 75%가 올랐다. 카스의 브랜드 가치는 약 14억 달러(약 1조9000억원)로 평가되었다.
국내 시장에서 절대 강자 지위
국내 시장에서 카스의 위치는 더욱 압도적이다. 2025년 1분기 가정용 맥주 시장에서 카스 프레시는 48%의 점유율로 판매량 기준 1위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 대비 4.3%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2024년 연간 기준으로는 46.2%의 점유율로 13년 연속 1위를 유지했고, 2분기에는 48.8%로 더욱 올랐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카스 브랜드군 자체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칼로리 맥주인 '카스 라이트'가 2025년 1분기 전체 브랜드 중 3위를 차지했으며, 점유율은 4.9%에 달한다. 이는 작년 동기 대비 55% 이상의 판매량 증가를 기록한 성과다. 결과적으로 국산 맥주 브랜드 TOP 3 중 1위와 3위가 모두 카스 브랜드라는 이례적 상황이 연출되었다.
마케팅 파워와 브랜드 리뉴얼 전략
특히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에 맞춰 라이트 맥주와 무알콜 맥주를 강화한 전략이 성공했다. 카스 라이트는 패키지를 소비자 친화적으로 개선하고, 하반기에는 펜싱 국가대표 오상욱 선수를 브랜드 모델로 발탁해 '나만의 라이트 타임' 캠페인을 전개했다. 이러한 세분화된 마케팅이 젊은 세대부터 기성세대까지 폭넓은 소비층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오비맥주는 2025년 상반기 기준으로 제조사 점유율 60% 이상을 기록했으며, 연간으로는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스 브랜드 선전뿐 아니라 유통 중인 버드와이저, 호가든 등 프리미엄 맥주의 판매 증가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도전과 좌절: 테라와 캘리의 운명
테라의 성과와 한계
하이트진로의 대표 맥주 '테라'는 2019년 3월 '청정라거'라는 차별화된 콘셉트로 출시되었다. 당시 출시 39일 만에 최단기간 100만 상자 판매를 돌파했고, 6년 만에 누적 판매량 50억 병을 넘어섰다. 이는 당시 많은 업계 전문가들이 오비맥주의 아성을 깨뜨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제품이었다.
테라의 점유율도 초기에는 눈부셨다. 2019년 출시 당시 8.2%였던 점유율이 2023년에는 12.9%까지 올랐다. 그러나 2024년 가정용 맥주 시장에서 테라의 점유율은 10%로 하락했고, 2025년 상반기에는 10% 남짓 수준에 머물러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테라의 향후 성장성에 대한 회의다. 하이트진로도 이를 인식했는지, 2025년 테라 출시 6주년을 맞아 'Jump Up 2025!' 캠페인을 전개하며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테라 브랜드의 신선도를 높이기 위해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한 패키지 리뉴얼을 단행했다. 출시 이후 처음으로 브랜드 모델을 교체하고, 신규 광고물을 통한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나섰다. 또한 테라 라이트를 비롯해 시장 세분화 전략으로 채널별 신규 상품(SKU)을 확대하고 있다. 전국 야구장 마케팅, 전주가맥축제, 홍천강 별빛음악축제 등 지역 축제와의 연계 프로모션도 계획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라가 카스의 아성을 무너뜨리기는 여전히 어려워 보인다. 두 브랜드 간 점유율 격차가 30% 포인트 이상 벌어진 상황에서, 단기간에 판도를 뒤집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캘리의 자기 잠식 현상
2023년 하이트진로의 새로운 시도가 있었다. 14년 만에 야심 차게 출시한 신제품 '캘리'다. 투명한 병을 사용하고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선 캘리는 초기 화제성이 뛰어났다. 2023년 한 해 동안 3억 6천만 병이 팔렸고, 출시 99일 만에 1억 병 판매를 돌파했다. 당시 많은 산업 전문가들은 캘리가 테라와 함께 투 트랙 전략으로 오비맥주에 정면 도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게 전개되었다. 캘리는 카스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아오지 못했다. 대신 같은 회사 제품인 테라의 수요만 잠식했다. 2023년 1분기 하이트진로의 맥주 점유율이 약 27%였을 때, 캘리 출시 이후 제조사 점유율 증가 폭은 불과 1~2% 수준에 그쳤다. 테라의 점유율 하락분을 캘리가 대체한 것이다.
이는 마케팅 업계에서 '카니발라이제이션(자기 잠식)' 현상으로 불리는데, 신제품이 기존 제품의 시장을 빼앗기만 하고 전체 파이를 키우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캘리는 2024년 가정용 맥주 시장에서 점유율이 4.9%로 하락했고, 2025년에도 4~5% 수준에서 정체된 상태다. 오비맥주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진 상황이다.
하이트진로는 캘리 출시를 위해 상당한 비용을 투자했다. 2023년 3분기 누적 광고선전비가 194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7% 급증했던 것으로 보아, 얼마나 적극적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하던 실적을 거두지 못한 것은 하이트진로 경영진에게 큰 숙제로 남겨졌다.
격차 심화 근본 원인: 재무 구조와 비즈니스 모델의 차이
원가 구조와 글로벌 네트워크의 위력
국내 맥주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양극화의 핵심은 원가 구조에 있다. 오비맥주의 2024년 원가율은 40% 초반대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하이트진로의 원가율은 50% 중후반대로 15% 포인트 이상 높다. 이는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이점과 국내 기업으로서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오비맥주는 모기업인 AB인베브의 글로벌 구매 및 유통 네트워크를 활용해 원재료 구매 단가에서 상당한 이점을 얻을 수 있다. AB인베브는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세계 최대 규모의 맥주 제조 및 판매 그룹이다. 반면 하이트진로는 원재료를 자체 조달하고 생산 설비를 독립적으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고정비 부담이 크다.
이러한 차이는 영업이익률로 명확히 드러난다. 오비맥주의 2024년 영업이익률은 약 20%대로 제조업 기준 우수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하이트진로의 영업이익률은 10% 이하로 절반 수준이다. 더욱 문제는 하이트진로의 맥주 사업부만 분리할 경우 영업이익률이 3.9% 수준으로 제조업 치고는 매우 박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마케팅 효율의 극적 차이
마케팅 효율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오비맥주는 광고 선전비 지출액 대비 11~15배수의 매출 전환율을 보이는 반면, 하이트진로의 맥주 부문은 6~7배수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충성 고객층 확보로 인한 습관적 구매 경향의 차이 때문이다.
카스는 10년 이상 국민맥주로서의 지위를 확보했기 때문에, 적은 광고 투자로도 높은 판매 효율을 달성한다. 하지만 테라는 아무리 광고비를 크게 집행해도 매출 상승으로 연동되는 배율이 낮다. 캘리 론칭 시 수백억 원의 광고비를 지출했음에도 점유율 상승은 1~2% 수준에 그친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유통 채널 전략의 차이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의 또 다른 차이점은 유통 채널 관점에서 나타난다. 오비맥주는 대형 마트, 편의점 등 가정용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2024년 상반기 기준 가정용 주류 판매 점유율이 44%에 달한다. 반면 하이트진로는 소주의 강자라는 특성 때문에 호프집, 식당 등 업소 채널 의존도가 높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수익성 때문이다. 업소용은 가격 협상력이 낮아 수익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같은 개수를 판매하더라도 오비맥주가 가정용 중심으로 판매하는 상품이 더 높은 이익률을 확보한다. 결과적으로 같은 규모의 매출에서도 오비맥주의 영업이익이 훨씬 높아지는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한국 맥주산업의 현실과 미래 전망
맥주 시장의 정체 현상
놀랍게도 국내 맥주 시장 자체는 성장하지 않고 있다. 맥주 소비량은 약 80만 킬로리터 수준으로 연도별 큰 변화가 없다. 국내 맥주 소매점 기준 매출액도 2년 연속 4조원 안팎에서 정체 중이다. 소비자들의 주종이 다양화되면서 맥주 시장의 절대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 상황에서 카스의 성장은 이른바 '파이 재분배'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시장이 커지지 않는 상황에서 카스가 다른 브랜드의 점유율을 빼앗아가고 있는 현상이다. 하이트진로의 테라와 캘리 출시로 기대했던 시장 확대는 일어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경쟁사 간 점유율 쟁탈전으로만 귀결되었다.
차별화와 혁신의 중요성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업계 전문가들은 차별화와 혁신을 강조한다. 정체기에 놓인 맥주 시장의 승자는 변화하는 소비자 입맛에 맞춰 맛있어야 하며, 차별화된 브랜딩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카스가 지속적으로 1위를 유지하는 이유도 이러한 혁신 의지 때문이다. 라이트 맥주, 무알코올 맥주, 프리미엄 라인업 등 다양한 세분화 전략과 지속적인 패키지 리뉴얼, 젊은 세대 공략 등을 통해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도 이를 잘 알고 있어서 테라 Jump Up 2025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지만, 이미 벌어진 격차를 단기간에 극복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30년 경쟁의 새로운 장
국내 맥주 시장에서 30년 이상 이어져온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의 경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다만 최근 몇 년의 추세를 보면, 경쟁보다는 '독주'에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2025년 상반기 카스 프레시의 48% 이상 점유율은 한국 맥주 시장이 구조적으로 한 브랜드에 의해 지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카스의 위상은 글로벌 무대에까지 미쳤다.
하이트진로의 테라 Jump Up 2025 캠페인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는 앞으로의 관건이다. 테라 라이트와 필라이트 같은 보조 브랜드들의 성장, 그리고 제품 혁신과 마케팅 강화가 실제로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국민 맥주 카스가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듯, 하이트진로도 테라와 캘리에 대해 제품 혁신과 마케팅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비록 현재는 벌어진 격차가 크지만, 주류 시장의 특성상 소비 트렌드의 급변, 규제 환경의 변화, 기술 혁신 등으로 인해 언제든 새로운 기회가 창출될 수 있다. 30년을 함께해온 두 회사의 경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국내 맥주산업의 미래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저작권자 ©GLOBALEPI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심층분석] ‘테라’는 왜 ‘카스’의 독주를 막지 못할까](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11131123050155148439a4874112222163195.jpg&nmt=29)
![[심층분석] ‘테라’는 왜 ‘카스’의 독주를 막지 못할까](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11131124580322548439a4874112222163195.jpg&nmt=29)
![[심층분석] ‘테라’는 왜 ‘카스’의 독주를 막지 못할까](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11131125160739848439a4874112222163195.jpg&nmt=29)
![[심층분석] ‘테라’는 왜 ‘카스’의 독주를 막지 못할까](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11131125310182148439a4874112222163195.jpg&nmt=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