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최 회장이 강조한 O/I는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수익성, 생산성, 고객 만족도 등 경영 전반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전략이다. SK그룹은 이를 통해 단기 수익보다는 프로세스의 작동력과 사업 효율성을 점검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다.
프로세스 작동력이 핵심 … 과거 5~10년 재점검 필수
최 회장은 "O/I는 기본기를 갖추는 일"이라고 정의하며 "회사와 사업에 갖춰진 프로세스를 잘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잘 작동하는지를 꾸준히 살피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좋은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보다 그 시스템이 실제로 기능하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경영의 핵심이라는 의미다.
이어 "지난 5~10년의 프로세스를 재점검해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과거 운영 방식에 대한 철저한 자기 성찰을 주문했다. 이러한 기조는 SK그룹이 방만하게 운영되던 사업과 조직을 효율화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하려는 문제의식이 바탕에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최 회장은 모든 경영 활동 영역에 O/I를 접목해야만 본원적 경쟁력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도메인 지식의 중요성 … AI와 본업의 결합
최 회장은 AI 시대 경쟁력의 핵심으로 '도메인 지식'을 꼽았다. 도메인 지식이란 본업에서 축적한 전문 지식과 경험을 의미한다. "도메인 지식이 없는 상태로 AI만 도입해서는 일이 풀리지 않을 것"이라며 "각사가 본업에서 쌓은 전문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AI를 활용해야 진정한 경쟁력이 생긴다"고 명시했다.
이는 반도체, 통신, 에너지, 화학 등 SK그룹의 핵심 사업군이 AI와 결합해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되는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기술만을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그룹이 오랫동안 축적해온 산업 전문성을 AI 시대에 맞게 재해석해야 한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최태원 회장은 AI 시대 SK그룹의 사업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SK는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공급을 넘어 AI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를 기반으로 고객에게 가장 효율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자로 진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를 핵심 축으로 삼되,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와 결합해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생태계 구축을 의미한다.
또한 최 회장은 "멤버사들의 역량을 결집하고 파트너들과의 개방적 연대를 확대해 대한민국 AI 생태계 발전의 마중물 역할을 하자"고 제안했다. SK그룹 내부의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외부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한국의 AI 산업 생태계 조성에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전략적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번 CEO 세미나에서는 AI 전략과 함께 기본적인 경영 원칙도 중요하게 다뤄졌다. 안전·보건·환경(SHE), 정보보안, 준법경영이 주요 의제로 논의됐다. CEO들은 정보보안을 전략 경영의 일부로 통합하고, 이사회 중심의 자율책임경영 체계를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그룹 차원에서는 안전관리 체계와 환경경영의 실행력을 높이는 과제도 병행해 점검할 예정이다.
이는 최 회장의 'AI 전환도 기본기 위에 세워야 한다'는 철학을 기본 경영 영역까지 확대한 것으로 해석된다. 기술 혁신만큼이나 기업의 기본 가치와 책임을 함께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다.
임원 인사에도 O/I 기조 반영될 것
SK그룹은 CEO 세미나의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이른 시일 내에 계열사별 임원 인사를 단행할 계획이다. O/I 기조와 최근 수년간 추진해온 조직 슬림화 방침을 고려하면, 올해도 비효율적 조직 축소와 함께 임원 감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SK 관계자는 "경영진들은 세미나에서 구조 재편을 통해 AI 시대에 맞게 사업의 핵심을 변화시키는 데 공감했다"며 "O/I를 통해 재무구조 안정화를 넘어 본원적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부터 반복적으로 O/I의 중요성을 언급해왔다. SK그룹이 'AI 4차 퀀텀점프'를 추진하려면 먼저 조직과 사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방만한 운영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바탕에 있다. 기술 전환의 성공은 조직의 내실 있는 개선에서 출발한다는 신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글로벌 AI 경쟁에서의 입지 강화
이번 세미나는 예년보다 한 달 앞당겨 진행되었으며, 새 리더십이 대거 참여해 내년 그룹의 방향성을 구체화하는 자리가 됐다. CEO들은 향후 계열사별 AI 추진 성과를 점검하고 그룹 전체의 AI 실행력을 강화하며 협업 시너지를 도모하기로 했다.
SK그룹 관계자는 "O/I를 통해 재무구조 안정화에 그치지 않고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하고 끌어올릴 것"이라며 "AI 대전환기에도 속도감 있게 대응해 국가경제와 이해관계자 모두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의 이번 발언은 AI 시대의 기술적 진보만큼이나 조직의 내실 있는 개혁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한다. 기초 위에 지어지는 건축물처럼, SK그룹도 탄탄한 운영 체계 위에 AI를 결합시켜 글로벌 무대에서의 경쟁력을 높여나가겠다는 전략적 의도가 명확해 보인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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