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에픽 안재후 CP] LX그룹이 한국의 기초과학 발전을 위한 야심찬 프로젝트에 나섰다. LX홀딩스는 지난 28일 LX그룹이 서울대학교와 'LX 사이언스 펠로우십(LX Science Fellowship)' 협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협약은 단순한 장학금 지원을 넘어서 한국 기초과학의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인재들을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지난 26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행정관에서 열린 협약식에는 구본준 LX그룹 회장을 비롯해 노진서 LX홀딩스 사장, 노인호 LX홀딩스 부사장이 참석했다. 서울대 측에서는 유홍림 총장, 김주한 연구부총장, 정종호 발전재단 부이사장 등 주요 관계자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5년간 7억원 규모의 맞춤형 장학 프로그램

LX 사이언스 펠로우십은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소속 학부생, 대학원생 및 수료자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장학 프로그램이다. LX그룹은 미래 과학기술 발전을 이끌 기초과학 분야의 우수 인재 발굴과 육성을 위해 올해부터 향후 5년간 총 7억원을 서울대에 출연하기로 했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단순한 경제적 지원을 넘어선 연구 경험 제공에 있다. 매년 40명의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학부생들이 희망하는 연구 분야에서 인턴십 기회를 얻게 되며, 동시에 연구 장학금도 지원받는다. LX그룹은 인턴십 우수 수료자를 학기별로 선발해 시상식을 열고 별도의 상금을 수여할 예정이다.
학부생 프로그램과 별도로 대학원생 및 수료자를 위한 학업 장려금도 제공된다.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조성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연구 주제 선정 및 실험의 독창성, 창의성 등을 심사 기준으로 5년간 10명을 선발해 약 2억원 규모를 후원한다. 이를 통해 우수 연구자들의 성장을 이끌고 글로벌 연구 경쟁력 확보에 기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구본준 회장의 기초과학에 대한 남다른 철학

LX 사이언스 펠로우십 신설에는 구본준 회장의 개인적 신념과 의지가 크게 반영되었다. 서울대 계산통계학과를 졸업한 구 회장은 대학 시절부터 기초과학에 대한 깊은 관심을 키워왔다. 특히 같은 과 동기였던 허명회 고려대 통계학과 명예교수와 함께 공부하며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체감했다.
허 명예교수와의 인연은 그의 아들 허준이 교수로까지 이어졌다.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인 허준이는 한국계 최초로 '수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인물이다. 구 회장은 허 교수가 장기간 미국에 체류하는 동안 그와 가족을 세심하게 챙겼다고 전해진다.

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구 회장은 허 교수가 필즈상을 받기 전 프린스턴 고등연구소(IAS)에서 장기 연구원과 방문 교수로 지내는 동안 여러 차례 미국 현지를 찾아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 2022년 7월 고등과학원에서 열린 허 교수의 '2022 필즈상 수상 기념 강연'에도 참석해 허 명예교수를 비롯한 가족들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허준이 교수의 성공 사례에서 얻은 영감
평소 기초과학계의 위기를 안타깝게 생각했던 구 회장은 허 교수의 인터뷰를 접하면서 LX 사이언스 펠로우십에 대한 구상을 시작했다고 알려졌다. 허 교수는 필즈상 수상 이후 여러 언론을 통해 자신의 성공 요인을 설명한 바 있다.

허 교수는 "박사 학위를 받고 클레이 펠로우십에 선정돼 5년 동안 아무 조건 없이 지원받았다"며 "주거와 월급을 책임져 주는 이상적인 환경이 있었고, 이 기간이 내가 자리를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경험담은 구 회장에게 한국의 젊은 과학자들에게도 비슷한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구본준 회장은 협약식에서 "모교의 후배들이 본연의 학업과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게 되어 뜻깊다"며 협약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과학 기술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기초과학 분야의 연구 역량 증진과 우수 인재 확보 및 육성에도 이바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홍림 서울대 총장도 이번 협약에 대한 깊은 감사를 표했다. 유 총장은 "우리나라 기초과학 발전을 위한 LX그룹의 뜻깊은 기부는 묵묵히 연구에 매진하는 학생과 연구원들에게 큰 용기와 자부심을 심어주고, 따뜻한 격려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우리 대학은 앞으로도 세계적 수준의 기초과학 분야 연구자 양성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며, 나아가 국가와 인류가 직면한 많은 난제 해결에 기여할 연구성과 창출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향후 계획을 밝혔다.

한국 기초과학 발전의 새로운 모델 제시

이번 LX 사이언스 펠로우십 협약은 단순한 기업의 사회공헌을 넘어선 의미를 갖는다. 기업과 대학이 함께 만들어가는 기초과학 인재 육성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연구자들이 경제적 걱정 없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점에서 허준이 교수가 경험했던 이상적인 연구 환경과 맥을 같이 한다.

향후 5년간 진행될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의 기초과학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연구자들이 얼마나 많이 배출될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구본준 회장의 기초과학에 대한 철학과 서울대의 연구 역량이 만나 만들어낸 이 협력 모델이 한국 과학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