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고령화 시대,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소
최 대표는 "노년에 행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두 가지"라고 단언한다. 첫 번째는 자금 여유, 두 번째는 '나를 귀하게 대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두 번째 조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돈만 있다고 해서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를 귀하게 쓰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해 누군가는 꼭 필요하다고 여기는 관계가 중요해요."
최 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렇게 설명했다. 40세에 회사를 나와 창업한 그는 "나이 들면 남자는 동굴이 필요하다"며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가는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직종별 맞춤형 은퇴 전략이 필요하다
최 대표가 제시하는 은퇴 전략은 직종에 따라 다르다. 이과 계열 엔지니어들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 기술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반이 있기 때문이다.
"조직관리보다는 기술 전문가로서의 길을 가는 것이 좋습니다. 특허를 받거나 연구 영역에서 자신만의 전문성을 쌓아가세요."
반면 사무직은 더 신중한 준비가 필요하다. "뭘 잘 하냐고 물으면 '결재 잘 한다, 보고서 잘 봐준다'고 답하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이런 역량으로는 은퇴 후 새로운 일을 찾기 어렵죠."
최 대표는 사무직 종사자들에게 "나중에는 손이나 발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유리하다"며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기술 습득을 권했다.
최 대표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슬래시 커리어'의 중요성이다. 한 가지 일에만 의존하지 않고 여러 영역에서 수입을 만들어가는 전략이다. 실제 사례도 풍부하다. 삼성SDI에 근무하던 한 직장인은 50세 이전 파이어(FIRE·경제적 자립과 조기 은퇴)를 계획하며 ETF 투자와 함께 부업을 병행했다.
"건설회사, 컨설팅사 등에서 일하다 마지막엔 스타트업 HR 임원을 거친 분이 있어요. 49세에 파이어족이 된 분인데, 주업으로 헤드헌팅 일을 하면서 글을 쓰는 등 수입원을 다양하게 만들었습니다."
최 대표는 이처럼 다양한 영역에서 작은 돈이라도 벌 수 있는 거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충주의 한 공무원이 대표적 사례다. 주중엔 공무를 보지만 주말엔 골프장에서 마샬 캐디를 한다. 하루 15만 원의 수입이지만, 이것이 그에게는 소중한 부가 수입원이 된다. "지방이라 가능한 일이겠지만, 이런 작은 실천이 중요해요. 주말이든 저녁이든 작은 시작을 해봐야 합니다."

컨설턴트로 직장을 다니다 40세에 출판사 등을 직접 차린 그는, 현재 인생 3막을 준비하고 있다. 50세에 시작하려던 '플랜C'가 그것이다. C는 클로징을 의미한다.
"50세 이후를 삶의 클로징 구간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수명이 늘어나면서 이 구간이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때문에 나머지 시간을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물론 창업을 했던 40대와 지금은 환경이 무척 다르다. 그때는 망하거나 잘못되어도 돌아갈 곳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만큼 총명하지도, 체력적으로 버텨낼 힘도 없다. 그래서 더 신경을 필요로 하는지도 모른다.
최 대표가 한국의 최근 트렌드에 주목하는 이유다. 그가 꼽는 한국의 3대 트렌드는 초고령화, 초저성장, 초저출산이다. 이 중에서 가장 큰 기회는 초고령화에 있다. 앞으로 10년에서 20년은 유효한 트렌드다. 그는 "이 흐름을 읽고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은퇴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최익성 대표가 제시하는 현명한 은퇴 전략의 핵심은 미리 준비하고, 작게나마 실천하며, 때로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는 용기에 있다.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우리 모두가 깊이 새겨볼 만한 조언이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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