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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s View] 자본시장 반도체, 강한 자산운용사 키워야

2025-12-18 15:11:46

[CP's View] 자본시장 반도체, 강한 자산운용사 키워야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에픽 강혁 CP] 대한민국이 제조업 강국인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반도체, 조선, 배터리 등 여러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심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기술적으로 중국이 바짝 뒤쫓아오고 있고 미-중 패권 다툼에 불확실성이 커져만 가고 있다.

역설적이지만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제조업을 극복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듯 자본시장에서 글로벌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는 자산운용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국내 1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총 운용자산은 500조원이다. 2022년 말 250조원에서 2023년 말 305조원, 2024년 말 378조원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이처럼 글로벌 경쟁력을 쌓아가고 있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성과는 인정하지만 세계적인 자산운용사와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일례로 블랙록은 12조 5,000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데 이는 한화로 1경7,000조 원에 달하는 규모다.

블랙록, 뱅가드 같은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단순히 돈을 불리는 회사가 아니다. 전 세계 주요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며 기업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고 ESG 기준을 제시하며 글로벌 투자 트렌드를 선도한다. 이들 CEO의 한마디가 글로벌 자본흐름을 바꾸고 이들의 투자결정이 기업의 운명을 좌우하기도 한다. 얼마 전 미국 뉴욕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을 만난 것은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왜 한국에는 제조업의 삼성전자 같은 자산운용사가 나오지 않을까.
우선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 대부분 자산운용사가 대기업이나 금융지주사 계열사로 있다 보니 독립적인 의사결정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들은 본질적으로 그룹의 자금운용 창구나 계열사 상품 판매 채널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자산운용사 CEO도 위로부터 돌려막기식 인사로 채워지다 보니 애초부터 장기플랜을 세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그나마 운용자산 500조원을 돌파할 수 있었던 것은 ‘박현주’라는 독립적인 의사결정 주체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투자철학이나 내부 인프라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한참 못 미친다. 독자적인 투자철학을 세우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 보다는 국내 주식이나 채권시장에서 단기 수익을 올리는 데 집중한다. 최근에는 퇴직연금을 유치하기 위한 ETF 상품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렇다 보니 대형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은 국내 자산운용사를 신뢰하지 못해 수십조원을 해외운용사에 맡기는 실정이다.

‘Sovereign AI’가 중요하듯 ‘Sovereign Asset Management’도 필요하다. 독립적이고 강력한 자산운용사가 탄생해야 한국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 반도체가 제조업의 쌀이라면 자산운용사는 자본시장의 반도체다.
‘Sovereign Asset Management’를 위해서는 정부의 관심도 꼭 필요하다. 금융지주 중심의 산업구조를 바꾸고 대형 자산운용사가 육성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고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 그래서 자산운용사가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말 그대로 지도 편달해줘야 한다.

제조업과 금융업이 균형을 이루며 시너지를 내는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다. 반도체 강국을 넘어 금융강국으로 가려면 한국의 블랙록을 키워야 한다.

[글로벌에픽 강혁 CP / orpheus@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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