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주식부호 1위를 차지했다. 이 회장의 보유 주식 가치는 지난해 말 12조 330억원에서 올해 12월 19일 23조 3590억원으로 11조 3260억원(94.1%)이나 급증했다. 약 1년 사이 주식 가치가 거의 2배나 증가한 것이다.
이 회장의 자산 급증은 주로 삼성그룹 계열사 주가 상승 덕분이다. 특히 삼성전자 주가 상승이 두드러졌는데, 삼성전자 보유 주식 가치는 5조1885억원에서 10조3666억원으로 5조1781억원(99.8%)이나 늘었다. 삼성물산과 삼성생명도 각각 4조5468억원(116.9%), 1조 2569억원(63.5%) 증가했다.
올해 3월 일시적으로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에게 1위 자리를 내줬던 이 회장은 삼성그룹 주가 회복에 힘입어 2위와의 격차를 12조6459억원까지 벌렸다. 여기에 내년 1월 2일 모친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명예관장이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전량 180만 8577주(1.06%)를 증여받을 예정이어서 향후 자산 격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5474억원 증가한 조정호 회장 2위로 내려 앉아
주식부호 2위는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다. 조 회장의 지분 가치는 지난해 말 10조 1657억원에서 올해 12월 19일 10조 7131억원으로 5474억원(5.4%) 증가했다. 상위 10인 가운데 유일하게 한 자릿수 증가율에 그친 셈이다.
3위부터 5위까지는 삼성가의 세 모녀가 차지했다. 홍라희 리움 명예관장은 9조 8202억원으로 3위에 올랐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은 각각 8조 8389억원, 8조 1173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들이 주식을 대량 매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 상승 효과로 인해 지분 가치가 각각 약 4조원씩 증가했다. 홍 명예관장은 4조 3906억원(80.9%), 이 사장들은 각각 3조 9998억원(82.7%)과 3조 9286억원(93.8%)씩 순증가했다.
신진 부호 약진, 상위 10인 중 2명이 창업 1세대
올해 새롭게 주식부호 상위 100인에 진입한 인물은 총 20명에 달했다. 남도현 에임드바이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1조 5615억원의 지분 가치로 28위에,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는 9746억원으로 40위에 올랐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6235억원으로 59위에, 이행명 명인제약 회장은 5408억원으로 68위에 진입했다.
이들의 신규 진입으로 인해 지분 가치 1조원 이상 보유자도 지난해 말 26명에서 올해 39명으로 13명 증가했다. 상위 부호 계층에서도 신진 기업가들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를 보여준다.
30대 이하 부호도 부각... 386% 급증한 에이피알 대표
특히 주목할 만한 사례는 젊은 부호들의 약진이다. 1988년생인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는 지난해 말 5977억원에서 올해 12월 19일 2조 9047억원으로 2조 3070억원(386.0%)이나 급증했다. 이는 같은 업계인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2조 58억원)보다도 8989억원이나 많은 규모다. 화장품 산업에서 신진 세력의 약진이 얼마나 빠른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김병훈 대표는 올해 처음으로 1조원 클럽에 진입한 부호 중에서도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1986년생인 오준호 레인보우로보틱스 창업자의 자녀 오수정씨도 30대 주식부호 상위 100인에 이름을 올리며 세대 교체의 흐름을 보여줬다.
30세 이하 부호, 47.8% 증가하며 약진
30세 이하 상장사 주식부호들도 두드러진 성장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30세 이하 주식부호 상위 100인의 지분 가치는 8010억원(47.8%) 증가했다. 이 중 지분 가치 1000억원을 넘긴 사람은 3명으로 나타났다.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의 장남 곽호성씨와 차남 곽호중씨는 각각 2865억원의 지분 가치로 공동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1632억원이던 이들의 주식 가치는 올해 12월 19일 2865억원으로 1233억원(75.5%) 증가했다. 이어 이성엽 에스엘 부회장 장남인 이주환씨가 1002억원으로 3위에 올랐고,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딸 구연수씨가 921억원으로 4위를 차지했다.
하이브 주식 보유 BTS 멤버도 주식부호 100인 진입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들도 30세 이하 상장사 주식부호 상위 100인에 포함됐다. 지민(박지민, 1995년생), 뷔(김태형, 1995년생), 정국(전정국, 1997년생)이 명단에 올랐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2020년 회사 상장에 앞서 BTS 멤버 7인에게 보통주 47만 8695주를 균등하게 증여한 것이 이들의 자산 축적 기반이 됐다. 당시 멤버 1인당 6만 8385주씩을 받았다. 올해 12월 19일 기준 조사 결과, 지민, 뷔, 정국은 각각 6만 8385주의 하이브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약 214억원 상당의 가치를 지닌다.
하이브 주가 상승과 함께 멤버들의 자산도 증가했다. 슈가와 지민, 뷔, 정국이 각각 6만 8385주(214억원)를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고, 제이홉은 6만 2784주(197억원), RM은 5만 8000주(182억원), 진은 5만 2385주(164억원)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주식시장 호황 속 부의 집중 심화
올해 상장사 주식부호들의 자산 급증은 국내 증시의 전반적인 호황과 주가 상승에 기인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형주의 가격 상승이 기존 부호들의 자산을 크게 늘렸다. 한편 에임드바이오, 로보티즈, 알테오젠 등 신진 기업들의 성장과 함께 창업 1세대 부호들도 부상하고 있다. 이는 한국 자본시장에서 기존 재벌 중심의 자산 구조가 기술 기업과 신진 산업의 성장으로 다양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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