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4배 성장, 신한은행 제쳤다
KB국민은행의 디폴트옵션 성장세는 가파르다. 2023년 4분기 말 2조 4064억원이었던 적립금은 2024년 4분기 말 7조 7330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고, 불과 1년 만에 다시 10조원을 돌파했다. 2년 만에 4배 넘게 성장한 셈이다.
디폴트옵션 제도가 시행된 2023년 7월 이후 한동안은 신한은행이 적립금 1위를 지켰다. 하지만 2024년 2분기 KB국민은행이 처음으로 신한은행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고, 이후 격차를 벌리며 1위 자리를 굳혔다. 2024년 4분기 말 기준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적립금 차이는 6174억원까지 벌어졌다.
디폴트옵션은 2023년 7월 도입된 제도로,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도의 상품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선택한 상품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는 서비스다. 낮은 금리의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묵혀 있던 퇴직연금을 투자상품으로 유도해 수익률을 높이겠다는 정부 정책이다.
고객들이 '고위험'을 선택한 이유
KB국민은행의 성공 비결은 높은 수익률이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고객들이 안전자산에만 머무르지 않고 적극적으로 투자상품을 선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상품 위험도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의 안정투자형 이상(안정투자형+중립투자형+적극투자형) 적립금 비중은 전체 디폴트옵션 적립금의 16.8%를 차지했다. 이는 전 은행권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고객들이 원리금 보장형에만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춰 다양한 상품을 적극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투자 성향별 수익률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투자상품 비중이 높은 포트폴리오 순으로(적극투자형→중립투자형→안정투자형→안정형) 높은 성과를 보이고 있어, 디폴트옵션 제도의 '장기 수익 극대화' 취지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수익률이 말해주는 차별화된 운용 역량
KB국민은행은 글로벌 증시가 하락할 경우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 고위험 포트폴리오는 환노출 펀드를 위주로, 안전자산 비중이 높은 저위험 포트폴리오는 환헤지 펀드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전략이 주효했다.
제도별로는 확정기여형(DC) 6조 1255억원, 개인형 퇴직연금(IRP) 4조 1417억원으로 구성됐다. 상품 위험도별 적립금은 초저위험 8조 5356억원, 저위험 1조 410억원, 중위험 4375억원, 고위험 2531억원이다.
KB국민은행은 디폴트옵션뿐 아니라 퇴직연금 시장 전반에서 압도적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2023년 11월 전체 퇴직연금 사업자 최초로 자산관리 적립금 4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고객이 직접 선택하고 가입하는 DC형과 IRP 시장에서 각각 17년, 14년 연속 적립금 1위를 기록했다.
이는 단순히 규모의 우위가 아니라, 오랜 기간 쌓아온 연금 자산관리 노하우와 고객 신뢰의 결과다. 특히 디폴트옵션처럼 장기 운용 성과가 중요한 상품에서 고객들이 KB국민은행을 선택한 것은 과거 실적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됐다고 볼 수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고객의 연금 자산을 안정적으로 키울 수 있도록 최적의 디폴트옵션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민의 평생 금융 파트너로서 차별화된 운용 역량을 기반으로 고객의 장기 자산 형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하나은행, 수익률로는 3분기 연속 1위
한편, 적립금 규모에서는 KB국민은행이 1위를 차지했지만, 수익률 면에서는 하나은행이 두각을 나타냈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공시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2025년 3분기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적극투자형·중립투자형·안정투자형 3개 부문에서 3분기 연속 연간 수익률 은행권 1위를 달성했다.
하나은행의 '적극투자형포트폴리오2', '중립투자형포트폴리오3', '안정투자형포트폴리오2'는 각각 20.49%, 14.10%, 10.48%의 연간 수익률을 기록했다. 특히 적극투자형포트폴리오2는 시장 상황에 따라 주식과 채권 비중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EMP펀드를 70% 비중으로 구성해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하나은행 연금사업단 관계자는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3개 유형에서 3분기 연속 은행권 1위를 거둘 수 있었던 건 단기 시장 흐름에 흔들리지 않는 자산배분 전략과 탁월한 운용역량의 결과"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2023년과 2024년 2년 연속 퇴직연금 적립금 증가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2025년 3분기에도 지난해 말 대비 3조 8000억원 증가한 44조 1000억원으로 은행권 퇴직연금사업자 중 적립금 증가 1위를 달성했다.
디폴트옵션 시장은 도입 2년 반 만에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전체 41개 사업자의 디폴트옵션 적립금은 2023년 4분기 말 8조 5366억원에서 2024년 4분기 말 41조 6000억원으로 4배 이상 급증했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을 비롯한 주요 은행들이 수익률 경쟁을 벌이면서 고객들의 선택지가 넓어지고, 퇴직연금의 실질 수익률도 개선되는 선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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