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9일 미국 소재 제약사와 체결한 1조8천억원 규모의 위탁생산 계약은 회사 역사상 최대 규모로, 그간 제기됐던 경쟁력 우려를 단숨에 불식시키는 신호탄이 됐다.
이번 계약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올해 누적 수주액은 약 37억달러(5조1천억원)에 달한다. 이는 작년 연간 누적 수주액 43억달러(약 5조9천억원)의 86%를 이미 달성한 수치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이번 수주가 미국 현지 제약사로부터 나왔다는 사실이다.
올해 주가 조정의 주요 배경 중 하나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빅파마들의 미국 내 생산시설 확장 발표에 따른 CDMO 수요 둔화 우려였다. 여기에 미국발 수입 의약품 관세 논란으로 미국 내 생산시설이 부재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주 경쟁력에 대한 의문이 더해졌다.
대신증권 이희영 애널리스트는 "이번 계약은 트럼프 행정부의 의약품 관세 논의와 미국 내 생산시설 부재로 인한 수주 경쟁력 우려를 불식시키는 첫 번째 신호탄"이라며 "그간의 우려를 해소하는 전환점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반기부터 본격 가동된 ADC(항체약물접합체) 생산시설과 5공장을 기반으로 연내 추가 수주 발표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는 곧 6공장 착공 소식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항체의약품의 견조한 수요를 다시 한 번 입증할 전망이다.
미국 생물보안법 재추진도 긍정적 변수다. 현재 미국 생물보안법은 2026년 국방수권법 개정안 형태로 재추진되면서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개정안은 '우려 생명공학 기업'의 장비, 서비스를 정부 계약, 보조금, 대출에서 배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목할 점은 지난해안과 달리 특정 기업명을 삭제하고 국방부 1260H(중국 군사기업) 명단과 연동해 운용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집행 유연성과 소송 리스크는 줄어들었지만, 2032년 장기 유예 조항이 삭제되어 대상 기업에는 더 빠른 적용이 불가피해졌다.
이 애널리스트는 "특정 기업을 직접 지목하지 않았지만 1260H에 연동되는 구조상 중국 기업이 주요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며 "중국, 인도를 제외한 아시아 동맹국 내 생산 거점을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반사적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 능력 확장도 가속화되고 있다. 현재 1~4공장(총 60.4만L 규모)에서 상업 생산 중이며, 5공장(18만L)이 올해 4월 가동을 시작했다. 전체 생산능력은 78.4만L로 확대됐으며, 이는 글로벌 1위 수준이다.
회사의 사업 포트폴리오도 다각화되고 있다.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이 전체 매출의 약 65%를 차지하는 가운데,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사업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삼성 라이프사이언스 펀드를 통한 전략적 투자도 주목받고 있다. 2022년부터 미국, 스위스 등의 유전자 치료제, ADC 링커 기술, 나노입자 약물전달 플랫폼 관련 기업들에 투자하며 미래 신약 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재무 성과도 견고하다. 2025년 예상 매출액은 5조8,160억원으로 전년 대비 27.9% 증가할 전망이며, 영업이익은 1조9,473억원으로 47.5%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률도 33.5%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11월 예정된 인적분할도 긍정적 요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분할을 통해 각 사업부문의 전문성과 독립성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애널리스트는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130만원을 유지했다. 그는 "상반기부터 본격 가동된 ADC 생산시설과 5공장을 기반으로 연내 추가 수주 발표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며 "업종 내 최선호주 의견을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지속 성장하는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능력 확대, 기술력 향상, 전략적 투자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이번 메가딜은 그러한 경쟁력을 다시 한 번 입증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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