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기후 위기는 더 이상 과학자들만의 논의 주제가 아니다. 모든 사람이 각자의 방식으로 대응해야 하는 위기인 셈이다. 이에 게임, 패션, 예술, 교육 등 다양한 분야가 기후 행동을 위한 플랫폼이 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Playing for the Planet’ 이니셔티브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응답하며, 비디오 게임이라는 강력한 매체를 통해 환경 보호를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게임 속에서 나무를 심고, 재생에너지 도시를 건설하는 등 플레이어의 작은 선택이 실제 기후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이러한 글로벌 캠페인의 흐름에 맞춰, 마이오운플래닛(My Own Planet)은 산학협력의 일환으로 부천대학교 영상게임콘텐츠학과와 ‘생성형 AI를 활용한 게임 기획 워크숍'을 진행했다. 워크숍에 참석한 미래 게임 기획자 19명은 전 세계 기후 변화 사례를 조사해 게임 콘셉트를 도출하고, 플레이어가 직접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를 만들어가는 구조를 설계했다. 황폐화된 토양을 복원하는 시뮬레이션 게임부터, 오염된 바다를 정화해 해양 생태계를 되살리는 어드벤처 게임까지, 참신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로 이어졌다.
이번 워크숍에서 발표된 기획 중 하나는 “존엄성 지수”를 도입한 서바이벌 게임이다. 오존층이 완전히 파괴된 가상의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인류는 지상에서 생존할 수 없어 지하로 밀려나고, 버섯과 수경재배 식물에 의존해 생존을 이어간다. 이 게임은 단순히 살아남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얼마나 인간답게’ 살아남았는가를 묻는다. 공동체의 윤리성, 삶의 질, 환경과의 조화 등 다양한 지표가 존엄성 지수로 환산되어 플레이의 승패를 가른다. 학생들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기획한 게임의 주요 장면을 키 비주얼(Key Visual)로 시각화했다. 황폐해진 도시, 재생되는 자연, 생존 공간 속 인간의 얼굴 등은 게임이 품은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주었다.
마이오운플래닛은 이번 워크숍을 통해 ‘No Planet B’ 챌린지의 문을 열었다. “또 다른 지구는 없다”라는 메시지를 각자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이 챌린지는, 단순한 창작 활동을 넘어 모든 분야의 사람들이 지구의 소중함을 깨닫고 기후 위기 해결에 동참하기를 독려하는 취지다. 워크숍을 진행한 마이오운플래닛의 디자인 총괄, 최채인 디렉터는 “부천대학교와의 협업은 게임 콘텐츠로 기후 행동의 다양성과 사회적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전달하고자 한 시도였다”며, “이번 경험이 더 많은 창작자가 각자의 방식으로 지구를 위한 상상과 실천을 이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기후 위기는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기후 위기가 나쁜 결과로 귀결된다면, 단 하나뿐인 지구는 돌이킬 수가 없다. 그 때문에 기후 위기는 단순히 기상학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분야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시각으로 함께 이야기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 가야 한다. 마이오운플래닛은 이러한 기후 위기의 신호에 귀 기울이며, 지구의 시스템을 시각화하고, 실천으로 이어가는 일상 속 기후 행동 캠페인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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