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법 형사항소3부(최성배 부장판사)는 27일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관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HDC신라면세점 전 대표이사 A씨(63)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1억 7200여만 원의 추징을 명했다.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던 A씨는 6개월 감형을 받았지만 여전히 실형을 피하지 못했다.
A씨는 지난 5월 26일 보석으로 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으나, 이날 항소심 실형 선고로 3개월 만에 다시 구속됐다.
외국인 명의 악용한 정교한 밀수 수법
A씨의 범행 수법은 매우 정교했다. 2016년 4월 28일부터 같은 해 10월 4일까지 약 5개월간 홍콩에서 롤렉스 등 고가 명품 시계 4개를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국내로 밀반입했다. 밀반입된 시계의 시가는 총 1억 7257만원에 달했다.
범행 과정에서 A씨는 HDC신라면세점과 평소 거래하던 홍콩 소재 특판업체 직원들을 활용했다. 이들은 A씨의 요청을 받고 외국인 명의를 빌려 국내에서 면세가로 명품 시계를 구매한 뒤 홍콩으로 가져나갔다. 이후 HDC신라면세점 전·현직 직원들이 홍콩에서 해당 시계를 건네 받아 국내로 몰래 들여왔다.
A씨가 이런 수법을 쓴 배경에는 당시 면세점 구매 제도의 허점이 있었다. 당시 내국인의 면세점 구매 한도는 3000달러로 제한돼 있었지만, 외국인에게는 구매 금액 제한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지위 악용해 밀수 주도"…법원의 강한 질책
특히 재판부는 A씨의 태도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수사 과정에서도 불량한 진술 태도를 보였으며, 당심에서도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며 "대기업 임원을 거친 사회지도층 인사답게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할 것 같다"고 꾸짖었다.
집행유예 반복의 악순환 차단
최 부장판사는 "이미 오래전부터 유사한 사건에서 집행유예가 반복적으로 선고돼 온 점은 오히려 악순환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이러한 사정을 종합할 때 이 사건에서 실형 선고를 피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의 재범 우려가 높지 않고, 면탈한 세액이 크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해봤을 때 원심의 형량은 다소 무겁다고 판단된다"며 감형 사유를 설명했다.
공범들은 집행유예 유지
A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면세점 전·현직 직원 4명과 홍콩 소재 특판업체 대표·직원 등 6명에 대해서는 대부분 1심과 같이 각각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다만 이들 중 1심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1명은 항소심에서 벌금 800만 원에 집행유예 1년으로 감형 받았다.
면세점 법인인 HDC신라면세점에 대해서는 1심과 동일하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하고 1900여만 원의 추징을 명했다.
현재 A씨는 HDC신라면세점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상태다. 이번 사건은 면세점 업계에서 지위를 이용한 조직적 밀수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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