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옵션의 수익률 제고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 원인을 지적한다.
첫째, 디폴트옵션 운용가입자의 90%가 여전히 정기예금으로 구성된 안정형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최소 적정수익률을 충족할 수 있는 안정투자형 이상에 투자하는 비율은 고작 10%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디폴트옵션 도입 이전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수치다. 디폴트옵션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입자들의 투자 행태는 크게 변하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퇴직연금 가입자만의 독특한 보수적 투자성향 때문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금융자산 투자 시 예금을 선호하는 비율이 88.8%에 이른다. 퇴직연금 가입자의 확정금리 투자에 대한 높은 선호는 우리나라 국민의 보편적인 투자성향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디폴트옵션이 이러한 정기예금 선호 현상을 개선할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인 투자수단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구조적 문제: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
물론 디폴트옵션 3년 정기예금금리는 일반 퇴직연금 3년 정기예금금리보다는 통상 0.1%포인트 정도 높게 제공된다. 하지만 일반 퇴직연금 1년 정기예금보다는 0.2%포인트 정도 낮은 것이 현실이다.
이는 디폴트옵션이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더 낮은 수익률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디폴트옵션에서도 여전히 정기예금 상품 위주로 운용하고 있는데, 더 낮은 금리 상품만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품공급자 입장에서는 변동성이 심한 금융시장에서 3년 장기 상품에 높은 확정금리를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퇴직연금 가입자가 위험수준이 더 높은 장기상품의 금리가 단기상품 금리보다 낮다는 것을 수용하기는 쉽지 않다.
단기 개선방안: 상품 다양화가 우선
디폴트옵션의 수익률 제고를 위해서는 근본적인 개선방안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단기적 개선방안부터 살펴보자.
우선 정기예금 만기구조를 1년, 2년, 3년 등으로 다양화해서 퇴직연금 가입자의 투자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처럼 3년 상품만 제공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만기의 상품을 제공하여 가입자가 상황에 맞는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우려되는 운용 방치 문제는 다음과 같이 해결할 수 있다. 3년 미만 정기예금의 경우 만기 시 가입자의 별도 운용지시가 없으면 3년까지는 동일한 정기예금으로 자동 재가입하도록 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가입자의 편의성도 높이면서 운용 방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장기 개선방안: 확정금리 상품 비중 축소
더 근본적인 장기 개선방안은 디폴트옵션의 상품 구성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현재처럼 정기예금으로만 구성되는 안정형 디폴트옵션 상품은 아예 제외하고, 퇴직연금 최소 적정수익률을 충족할 수 있는 안정투자형 상품부터 가입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이다.
이는 디폴트옵션을 도입했던 최초의 취지에도 부합한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은 이유가 확정금리 상품 비율이 높기 때문이고, 이를 개선하고자 확정금리 상품 투자를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디폴트옵션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특히 TDF(타겟데이트펀드) 등 운용형 상품에 대한 투자비율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퇴직연금 가입자의 경우 물가 상승을 반영한 수익률을 달성해야 하는데, 확정금리 상품에만 가입해서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
기간별로 시장 변동성을 반영하더라도 TDF의 3년, 5년, 7년 등 장기 수익률은 충분히 만족스러운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비확정금리 상품 투자가 낯선 연금가입자의 경우라도 TDF에 30% 정도 투자하는 안정투자형부터 시작하는 것이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제도 개선의 한계와 과제
물론 이러한 개선방안들에도 한계는 있다. 정부는 6월 이후 가입하는 디폴트옵션 정기예금의 해지이율을 개선했지만, 근본적으로 낮은 금리를 계속 제공하는 한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더 중요한 것은 가입자들의 인식 변화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가입자들이 여전히 확정금리 상품만을 고집한다면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제도 개선과 함께 가입자 교육, 투자 문화 개선 등 다각도의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퇴직연금이 단순한 저축이 아닌 장기 투자라는 인식의 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디폴트옵션 도입 3년을 맞아, 이제는 보다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통해 퇴직연금 본연의 목적인 노후소득 보장 기능을 강화해야 할 때다
[글로벌에픽 신상근 연금경제연구소장 / pinefield@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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