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투자증권 노동길 스트레터지스터는 "관세 수입은 급증했지만 물가는 조용하다"고 평했다. 미국의 관세 수입이 4월 156억달러에서 6월 266억달러로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6월 소비자물가는 전월대비 0.3%, 핵심소비자물가는 0.2% 상승에 그쳤다. 투자자들이 4월 극도로 우려했던 '물가 파급 효과'가 현실에서는 밋밋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노 스트레터지스터는 과거 트럼프 1기 무역분쟁을 되돌아보며 '세 가지 핵심 교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첫째, 관세 부담 주체는 결국 미국 소비자와 수입업체였다. 2020년 NBER 보고서에 따르면, 관세 부과 후 4개월 만에 모든 관세가 상품 물가에 전가됐다. 정책 시차를 고려하면 올해 8월이 정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시간이 지날수록 수입 감소 효과가 확대됐다. 관세 부과 직후 3개월 내 10% 수입 감소에서 6개월~1년 후에는 2배 이상으로 확대됐다. 공급망 재편에는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소요되며, 이 과정에서 구조적 변화가 본격화된다.
셋째, 철강 같은 중후장대 산업은 수출처를 쉽게 바꾸기 어려워 가격을 낮춰서라도 미국 수출을 지속했다. 이는 관세 정책의 의도된 효과가 부분적으로나마 실현됐음을 의미한다.
7월 주식시장: 소외주의 역습
7월 한국 주식시장에서는 흥미로운 현상이 벌어졌다. 4~6월 강세를 보였던 기계, 유틸리티, 증권, 방산 등 주도주들이 주춤한 반면, 그동안 소외됐던 철강, 화학, 헬스케어, IT가전, 자동차 등이 약진했다. 이는 미국 매크로에 대한 경계 완화가 주요 원인이다. 관세가 별다른 파열음을 내지 않자 투자자들의 우려가 누그러졌고, 그간 뒤처졌던 업종들이 '갭 메우기'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과거 경험상 관세의 물가 전가 효과는 부과 후 4개월째인 8월에 정점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소비자물가 상승이 현실화된다면 주식시장 구도는 다시 바뀔 수 있다. 매크로 우려가 재부상할 경우, 기존 주도주들이 다시 선호받을 전망이다. 관세와 소비 충격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한 기계, 유틸리티, 증권, 방산, 건설, 소프트웨어 등이 재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일본은 15% 관세율로 협상을 마무리했다. 한국이 이보다 높은 관세를 부과받을 경우 공급망 재편 과정에 놓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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