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시장이 '사람에 따라 움직인다'는 말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ETF를 최초 도입한 삼성자산운용 출신 인재들이 각 운용사의 ETF 사업을 이끌면서 업계 판도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운용, 삼성운용 핵심 인재 영입으로 추격 가속화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삼성자산운용의 ETF컨설팅 본부장을 역임했던 최창규 VP(Vice President)를 영입했다. 최 VP는 26일부터 새로 신설되는 ETF리서치본부 본부장으로 업무를 시작한다.
이는 미래에셋운용이 단순한 인력 충원이 아닌 전략적 조직 개편을 통해 ETF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그간 ETF 상품 기획과 데이터 분석 등 리서치 활동은 지속해왔지만, 공식적인 리서치 조직은 없었다"며 "보다 체계적이고 경쟁력 있는 ETF 상품 개발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운용의 ETF 사업을 총괄하는 김남기 부사장 역시 삼성운용 출신이다. 그는 삼성의 대표 ETF 브랜드인 'KODEX'에서 근무한 후 미래에셋으로 옮겨 'TIGER ETF' 상품을 공격적으로 출시했다. 2차전지, 인공지능, 바이오 등 다양한 테마 ETF를 앞세워 미래에셋이 삼성을 바짝 추격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KB자산운용 사례로 본 '인재의 중요성'
ETF 업계에서 핵심 인재의 중요성은 KB자산운용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김영성 KB자산운용 사장은 취임 후 ETF 사업을 '제1 사업 목표'로 내걸고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KBSTAR' 브랜드를 'RISE'로 과감하게 변경하며 브랜드 쇄신에 나섰다.
하지만 KB자산운용은 김찬영 본부장을 야심차게 영입했음에도 별다른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특히 ETF 브랜드명에서 인지도가 높은 'KB'를 빼는 초강수를 뒀지만 점유율 확대에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김찬영 본부장은 2024년 영입된 지 1년여 만인 최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옛 동지들의 피 튀기는 경쟁' 속 인재 유출 가속화
신한자산운용의 김정현 본부장을 비롯해 핵심 실무진 전원을 삼성 출신으로 구성한 결과 1년 만에 ETF업계 순위를 8위에서 5위로 끌어올렸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도 삼성 출신 김남의 본부장을 영입한 후 혁신적인 상품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올해 초에는 미래에셋운용 ETF의 '얼굴'이던 이경준 전략ETF운용본부장이 키움투자자산운용으로 이직하는 일도 있었다. 삼성운용 출신인 이 본부장은 커버드콜 ETF 등 전략형 상품을 성공적으로 출시하며 미래에셋의 ETF 사업 성장에 기여했던 인물이다.
업계 관계자는 "ET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삼성운용이 국내 ETF의 원조인 만큼 이들 출신 인재들이 각 운용사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지만, 성과 창출 여부에 따라 명암이 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ETF 시장의 성패가 결국 '사람'에 달려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업계 간 인재 쟁탈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단순한 인재 영입을 넘어 조직 문화와 시너지 창출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이 KB자산운용 사례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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