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유가는 급등세를 보이며 정제마진이 9.5달러로 강세를 지속하고 있어, 석유화학 업계는 혼조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에너지 가격 상승 리스크에 대한 헷지 전략 수립이 시급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S-Oil, 유니드, 롯데케미칼을 톱픽으로 제시하며 투자 전략 조정을 권고하고 있다.
원유·가스 공급망 타격 우려 확산

이란의 원유 생산 규모는 일일 466만 배럴로 글로벌 5위 수준이며, 전체 시장점유율의 5%를 차지한다. 러시아의 시장점유율 11%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사우디아라비아(시장점유율 12%)의 수출 차질 리스크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가스 부문에서 이란은 일일 24Bcf 생산 규모로 글로벌 3위, 시장점유율 6%를 기록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가스 생산량은 일일 2.3Bcf로 시장점유율 0.6%에 불과하다. 러시아의 가스 생산량 비중이 14.4%인 점을 감안하면 러-우 전쟁 대비 가스 시장 영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하나증권 윤재성 애널리스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비교했을 때 이란과 이스라엘의 직접적인 영향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최근 가스발전 수요 급증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고려하면 가스 가격 강세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고 분석했다.

직접적인 피해로는 이란의 정제설비 규모가 일일 260만 배럴로 글로벌 시장점유율 2.5%를 차지한다.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 7%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수준이다. 이란의 정제설비 직접 피해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으나, 인접 저장탱크 화재가 목격되었고 가스전 피해로 인한 정전 발생 등으로 정제설비 피해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하이파 정유·석유화학 설비는 이란 공격으로 실제 피해를 입었다. 해당 설비는 정제 규모 일일 20만 배럴(글로벌 시장점유율 0.2%), 석유화학 에틸렌 연간 24만톤, PE 연간 40만톤 규모다.
간접적 영향으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과 사우디 수출 차질이 우려된다. 사우디는 글로벌 6위 정제설비 규모인 일일 330만 배럴(시장점유율 3.2%)을 보유하고 있으며, 정유제품 수출의 약 50%가 등유와 경유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수출 항로가 주로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한다는 점이 리스크 요인이다.

석유화학 부문에서 이란의 에틸렌 생산 규모는 연간 880만톤(시장점유율 4%)으로 글로벌 5위를 차지한다. 참고로 한국은 연간 1,300만톤으로 4위에 위치하고 있다. 일부 원유·정제설비 타격으로 석유화학 설비의 가동 차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더 큰 우려는 간접적 영향이다. 사우디 석유화학 설비 규모는 에틸렌 연간 1,800만톤으로 시장점유율 8%를 차지하는 글로벌 3위 수준이다. 주요 에틸렌 설비는 서부 얀부(320만톤/년), 라비그(160만톤/년)와 동부 주베일(1,300만톤/년)로 구성되어 있다.
사우디 얀부·라비그는 최근 홍해 후티반군 리스크로 인해 동부로 육로 운송 후 수출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호르무즈 해협 통과가 필요하다. 동부 주베일에서의 수출도 마찬가지다.

UAE 에틸렌 규모는 연간 360만톤으로 시장점유율 1.6%를 차지한다. UAE의 석유화학 제품 수출은 제벨 알리 항구를 통해 주로 이뤄지나, 최근에는 홍해 회피 목적으로 육상 운송을 통해 사우디를 거쳐 이스라엘, 요르단, 이집트, 시리아로 수출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이로 인해 UAE-요르단 육상 운송료는 톤당 150달러로 2배 급증했다.

요소와 칼륨 비료 시장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란은 글로벌 요소 생산의 4.5%를 차지하고, 이스라엘은 글로벌 염화칼륨 생산의 5%를 담당한다.

간접적 영향으로는 이집트 생산 차질이 주목된다. 이집트는 글로벌 요소 생산량의 4-5%를 차지하는데, 최근 전쟁으로 인한 이스라엘로부터의 가스 공급 문제가 발생하며 생산량이 급감하고 있다.

윤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요소 설비 증설은 2029년까지 수요를 하회할 전망이며, 특히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요소 생산량 증가는 2024년 거의 제로에 근접한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최근 인도의 요소 비료 재고도 급감 중이며, 글로벌 1위 중국도 수출 통제로 수출량이 거의 제로에 수렴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타이트한 글로벌 요소 시장 하에서 글로벌 가스 가격 상승으로 요소 가격 급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비교했을 때 이란·이스라엘 원유·가스·정제설비 합산 규모는 절반 수준이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사우디·UAE 등의 영향권 진입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이란·사우디·UAE 합산 에틸렌 생산능력이 연간 3천만톤으로 시장점유율 14%에 달하는 만큼, 석유화학 공급 차질은 러-우 전쟁 대비 클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유가·가스·석유화학·비료 가격 상승 헷지를 위한 포지션 구축이 필요하며, 중장기적으로는 부정적 전망을 염두에 둬야 할 상황이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