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현대차가 이르면 다음 주부터 미국 내 모든 모델의 권장 소매 가격을 1% 인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가격 인상은 새로 생산되는 차량에만 적용되며, 이미 딜러 매장에 배치된 기존 차량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예정이다.
블룸버그는 현대차가 차량 기본 가격 외에도 배송비나 차량 출고 전 설치되는 바닥 매트, 루프 레일 등 옵션 품목의 수수료 인상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가격 인상과 추가 비용이 모두 적용될 경우 소비자들은 차량 한 대당 최소 수백 달러 이상을 추가로 부담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 "관세와 무관한 정기적인 검토"
이 같은 보도에 대해 현대차 측은 즉각 해명에 나섰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성명을 통해 "이 시기는 시장 동향과 소비자 수요를 반영하는 정기적인 연례 가격 검토 기간"이라며 "관세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또한 "가격 인상에 관한 최종 결정이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면서 "공급과 수요의 변화와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유연한 가격 전략과 맞춤형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룸버그 “수입차 부과 고율관세 대응 조치”
그러나 블룸버그는 현대차의 가격 인상 검토가 미국 수입차와 부품에 부과된 고율 관세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 내 자동차 제조사들의 광범위한 조치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차 미국 비중 23.3%, 36년만 최대
현대차그룹에게 미국 시장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현대차그룹은 2024년 미국에서 170만8,293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3.4% 증가한 역대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 현대차그룹 해외 판매량 중 미국 비중은 23.3%로 36년 만에 최대치를 달성했다.
정의선 “4년 동안 미국에 31조 투자”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차는 앞서 4월 초 6월 2일까지 두 달간 모든 라인업의 권장 소매가를 올리지 않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하룻밤 사이에 엄청난 가격 인상을 보게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6월 2일 이후의 계획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현대차가 4년 동안 미국에 31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으며, 트럼프는 자신의 관세 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대차의 이번 가격 검토는 관세 정책의 직접적인 영향인지, 아니면 정기적인 시장 조정인지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자동차 업계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관세 부담과 소비자 가격 경쟁력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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