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8개월 만의 재방문, 무엇이 달라졌나
황 CEO는 다음달 초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컴퓨텍스 2026'을 마친 후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서울 삼성동의 한 치킨집에서 이루어진 '깐부 회동' 이후 약 8개월 만의 방한이다.
이번 방문을 두고 업계는 엔비디아가 구축한 AI 생태계 내에서 한국 기업들의 역할이 이례적으로 높아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황 CEO는 2021년부터 자신의 고향인 대만에서 매년 컴퓨텍스에 참석해왔지만, 불과 2시간 30분 거리의 한국은 일부러 외쳐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공식 방한이 2010년 이후 15년 만이었던 만큼, 이번 재방문은 한국의 위상 변화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신호다.
삼성·SK, 메모리 반도체 최강 파트너로 부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엔비디아의 AI 생태계를 지탱하는 핵심 공급처로 역할하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저전력 D램(LPDDR) 등 메모리 반도체 전반에서 두 회사의 제품은 엔비디아 AI 가속기 개발에 필수 불가결한 존재다.
특히 메모리 공급 대란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엔비디아는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한국 업체들과의 동맹을 더욱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반영하듯 삼성전자는 황 CEO의 방한을 앞두고 차세대 HBM4E의 7세대 샘플 출하를 공식 발표했다. HBM4E는 2027년 출시 예정인 엔비디아의 차차세대 AI 가속기 플랫폼 '루빈 울트라'에 탑재될 제품이다.
더불어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엔비디아의 신규 AI 추론 전용 칩 '그록3 언어처리장치(LPU)'를 수주해 생산 중이다. 반도체 부문 경영진들은 황 CEO의 방한 기간 HBM4E의 공급 확대와 그록3 추가 수주에 관한 논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와 LG, 로보틱스 기술 협력 고도화
현대차와 LG전자는 엔비디아와 로보틱스 분야의 기술 협력을 본격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 황 CEO는 올해 CES와 GTC에서 자신의 기조연설을 통해 현대차 자회사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아틀라스'와 LG의 가사로봇 '클로이드'를 직접 소개하며 엔비디아의 로봇 기술력을 홍보했다.
두 로봇은 엔비디아의 로봇 자동화 플랫폼 '아이작(Isaac)'과 최신 추론모델 '그루트(GR00T)', 그리고 로봇 전용 칩셋 '젯슨 토르(Jetson Thor)' 위에 구축되어 있다. 황 CEO의 한국 방문은 이들 기술을 토대로 한층 더 심화된 협력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엔비디아의 새로운 자율주행 플랫폼 '알파마요(Alpamayo)' 도입을 검토 중이고, LG는 자체 개발 AI 모델 '엑사원(EXAONE)'과 엔비디아의 오픈소스 기반 AI 모델 '네모트론(Nemotron)' 결합을 통한 특화 모델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최태원·이재용·정의선·구광모, 주요 총수들의 연쇄 회동
주목할 점은 LG그룹 구광모 회장이 이번 방한에서 황 CEO와 처음 정식으로 조우한다는 것이다. LG는 현재 로보틱스 사업을 확대하면서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이번 만남은 양사의 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AI 생태계의 '필수 파트너'로 복귀
황 CEO의 한국 재방문은 단순한 기업 간 회동을 넘어 더 큰 신호를 담고 있다. 엔비디아가 세계 최강의 AI 칩 제조사로 입지를 다진 이후, 한국은 의도적으로 외면당해왔다. 그러나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 로보틱스와 자율주행이라는 신성장 산업의 출현, 그리고 삼성과 현대차·LG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기술 혁신은 한국을 다시 엔비디아의 'AI 생태계' 핵심 파트너로 만들었다.
업계는 이번 방문이 황 CEO의 단순한 한 번의 출장이 아니라, 코리아 패싱을 끝내고 한국 기업들과 장기적 협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적 선택의 시작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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