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스페셜' 대구점 [홈플러스 제공]](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3041331250237248439a487410625221173.jpg&nmt=29)
홈플러스가 4일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국내 유통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한때 국내 대형마트 시장에서 이마트와 양강구도를 형성했던 홈플러스의 몰락의 직접적 원인은 단기 유동성 악화에 따른 납품대금 미정산 우려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이미 작년 11월부터 단기 유동성 확보에 차질을 빚어왔다. 납품업체와 협의해 대금을 한두 달 뒤에 정산해주면서 지연 이자를 주는 방안을 써왔다.
홈플러스 측은 현재까지 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신용등급 하락으로 운영자금 대출 규모가 줄어들면 미정산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사전 예방적 조치'를 강조하며 법원을 찾았다고 이날 밝혔다.
자금사정이 악화된 주요한 원인 중 하나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파트너스(이하MBK)의 경영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MBK는 지난 2015년 9월 7조2천억원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블라인드 펀드로 2조2천억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5조원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아 인수자금을 충당했다. 대출 5조원 중 4조3천억원은 은행 선순위 대출이고, 7천억원은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조달했다.
MBK는 그동안 점포 20여개를 팔아 4조원가량 빚을 갚았다. 일부 점포는 매각 후 임대해 사용하기 때문에 임대비용이 계속 지출된다.
홈플러스 직원들은 MBK가 각종 홈플러스 부동산을 팔아 인수차입금을 갚고, 영업이익 대부분을 차입금 이자 비용으로 뽑아가면서 시설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고 채용도 대폭 줄여 경쟁력이 약화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매장 부동산을 매각한 뒤 임대료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전환하여 일시적인 현금 확보에는 성공했으나, 장기적으로는 임대료 부담이 가중되어 재무구조가 악화된 것이다.
사모펀드의 전형적인 투자 패턴대로 'Buy-Improve-Sell' 전략을 추구했으나, '개선(Improve)' 단계에서 실패가 두드러진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통업계에서는 미정산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MBK가 금융채무 탕감과 조정을 위해 법원에 손을 내밀었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도가 나지도 않았는데, 부채를 탕감이나 조정 받기 위해 법원에 회생절차 신청부터 했다면 대주주 MBK는 경영자로서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홈플러스의 위기는 국내 유통업계와 사모펀드 투자에 중요한 교훈을 남기고 있다.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지 못한 전통적 유통기업의 한계를 보여주며, 단기 수익에 집중한 사모펀드식 경영의 위험성을 드러낸 것이다.
한편 법원은 유통업체 홈플러스에 대해 회생 절차 개시를 결정하고 절차 중 사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재판장 정준영 법원장)는 4일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선제적 구조조정은 지급불능 상태는 아니지만 현재의 재무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 수개월 내에 자금부족 상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회생절차를 통해 재무건전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것을 말한다.
홈플러스는 현재 대금결제 등과 관련한 문제는 없지만 지난달 28일 자로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신용등급이 하향조정 돼 금융조달비용 상승이 예상되고, 이에 따라 오는 5월께 자금 부족 사태가 예상된다고 법원은 설명했다.
법원은 회사 규모와 거래량을 고려하고, 선제적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별도 관리인을 선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 대표가 관리인으로 간주되며 현재 임원진이 그대로 회사를 경영하게 된다.
채권자협의회는 회생절차 관련 자문 법무법인과 회계법인을 선정해 홈플러스와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협의를 하게 된다. 또 채권자협의회의 추천을 받아 선임될 구조조정 담당임원(CRO)이 회사의 자금수지 등을 감독하게 된다.
회생절차 개시에 따른 채권자목록 제출기간은 오늘 18일까지, 채권신고기간은 다음달 1일까지다.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은 오는 6월 3일까지다.
홈플러스 설립부터 회생신청까지 주요 일지
▲ 1997년 9월 4일 = 삼성물산 유통부문, 대구 홈플러스 1호점 개점
▲ 1999년 3월 23일 = 테스코, 삼성물산 유통부문 경영권 인수
▲ 1999년 4월 20일 = 삼성물산-테스코 합작투자 회사 '삼성테스코' 설립
▲ 1999년 6월 = 테스코, 홈플러스 지분 81% 확보
▲ 2001년 9월 13일 = 10호점 김포점 개점
▲ 2001년 10월 = 매출 1조원 돌파
▲ 2002년 2월 = 테스코, 홈플러스 지분 89% 확보
▲ 2002년 3월 11일 = 온라인매장 'e홈플러스' 운영
▲ 2002년 10월 24일 = 20호점 동광주점 개점
▲ 2002년 11월 3일 = 매출 2조원 돌파
▲ 2004년 6월 29일 = '홈플러스 슈퍼익스프레스' 1호점 개점
▲ 2005년 1월 19일 = 부산·경남지역 유통업체 아람마트 인수
▲ 2008년 5월 14일 = 이랜드그룹 홈에버(옛 까르푸) 인수
▲ 2011년 6월 = 테스코, 홈플러스 지분 100% 확보
▲ 2013년 2월 20일 =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사퇴
▲ 2015년 6월 = 테스코, 홈플러스 매각 착수
▲ 2015년 9월 7일 = MBK파트너스, 홈플러스 지분 100% 인수 계약 체결
▲ 2016년 4월 = MBK파트너스, 일부 매장 매각 후 재임차 추진
▲ 2016년 6월 14일 = 5개 점포 매각 후 재임차
▲ 2020년 8월 = 홈플러스 노동조합, 매장 폐점·매각 중단 요구
▲ 2024년 6월 =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작업 돌입
▲ 2025년 3월 4일 =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
[글로벌에픽 강혁 기자 / orpheus@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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