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민은 ‘엄마친구아들’로 안방극장에 복귀, 압도적인 열연으로 극을 쥐락펴락했다. 또 다른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킨 것이다.
“응원하고 싶은 석류 캐릭터와 함께, 끝까지 웃으면서 마무리할 수 있는 현장을 만나 행복했어요. 다른 생활을 하다가도 그리워질 현장일 것 같아요.”
‘엄마친구아들’은 오류 난 인생을 재부팅 하려는 여자 배석류(정소민 분)와 그의 살아있는 흑역사인 엄마 친구 아들 최승효(정해인 분)가 벌이는 파란만장 동네 한 바퀴 로맨스다.
“대본을 보고 석류의 서사에서 공감되는 부분들이 많았어요. 많은 K-장녀들과 또래 청춘들이 느낄법한 아프고 힘든 시기들이 잘 그려진 것 같았어요. 또한 우리 부모 세대 이야기도 함께 그려지면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죠.”
극 중 정소민은 잘나지 않은 부분이 없는 엄친딸이지만 자신의 인생을 재부팅하기 위해 나선 배석류 역을 맡았다. 정소민이 배석류를 선택하고 이해한 키워드는 공감이었다.
”4부까지 주어진 대본에서는 없었던 석류의 전사를 작가님께 요청드려 살펴봤어요. 이 친구의 아픔이나 인생 갈림길에 선 모습에 공감이 가고, 응원하고 싶었어요. 그를 토대로 뿌리라 생각되는 해릉동에서 자신의 아픔을 숨긴 채 제일 가까운 사람들과의 서사를 채워나가는 과정들을 고민했죠. 또한 승효와 석류의 서사가 쌓이는 후반 지점 또한 고민했어요.“
자신의 진짜 인생보다 일과 보이는 것에 집중했던 과거의 삶을 정리하고 자신의 고향인 서울 성북구 혜릉동에 돌아와 삼십년지기 최승효, 정모음(김지은 분),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새로운 진짜 인생을 찾아가려는 배석류의 모습을 정소민은 통통 튀면서도 진중한 매력으로 그려내면서 많은 호평을 받았다.
”석류에게 승효는 가족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는 부분들을 가감 없이 드러낼 수 있는 존재라 볼 수 있어요. 그런 그에게 이성으로서의 시선은 아주 아이 때 수영장에서 귀를 대주는 장면부터 시작이 아닐까 싶어요. 당시에는 몰랐고, 오랫동안 친구로 지내면서 묻혀있던 게 있겠지만, 이후 돌이켜봤을 때 자각했던 것이라 짐작해요. 석류도 스스로 바람직하게 살고 있는지를 돌아본 것처럼, 저 또한 20대 후반부터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기회를 많이 가졌어요. 그렇게 돌이켜봤을 때 드라마틱한 순간은 조카의 탄생이라 생각했어요. 또 어린 시절 우리 식구 넷이 거실에서 함께 잠들었던 기억이 명장면처럼 남아있어요. 대단하거나 거창한 것이 아닌, 소소하지만 편안한 순간이 제 삶에서의 최고 순간이 아닐까 싶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삶을 채워가고 싶다’라는 생각을 해왔던 제게, 딱 맞는 확신을 줬어요. 그러다 보니 반갑기도 하고, 순탄치 않은 흐름에 안쓰럽기도 해요. 또한 건강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됐어요. 그래서 저는 물론 부모님께도 건강검진 제대로 잘 받으시라고 챙기게 됐어요.“
정소민은 ‘엄마친구아들’을 통해 정해인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두 사람은 첫 호흡이 믿어지지 않는 케미를 보여줬다. 작품 방영 도중 두 사람의 열애설이 제기될 정도였다.
”서로 낯을 가리는 성격인 것을 알고 있었기에, 서로가 선을 넘지 않는 상태에서 최대한 많이 편해지려고 노력했어요. 후반부로 갈수록 더 호흡은 좋았어요. 열린 마음으로 의견을 받아 들여준 해인 오빠 덕분에 장면 자체도 굉장히 풍성해졌어요. 저만큼이나 해인 오빠가 노력해준 해인 오빠에게 감사해요.“
2010년 SBS 드라마 ‘나쁜남자’로 데뷔한 정소민은 ‘이번 생은 처음이라’(2017), ‘월간 집’(2021), ‘환혼’(2022) 등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에 다수 출연해 ‘로코 퀸’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사람마다 장르를 다르게 정의하고 볼 수도 있어요. 실제 ‘스파이더맨’을 보고서도 울어보기도 했으니까요. 저는 무언가 정의 내리기보다, 주어진 이야기 안에서 캐릭터에 충실하면서 나머지는 보시는 분들의 몫으로 남기려고 해요. 어떤 수식어든 감사하게 받아들여요.“
대중의 뇌리에 박힌 이미지는 어떤 의미에서 극복해야 할 과제일 수 있다. 정소민은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는 차근차근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각오를 다졌다.
”어쩌다 보니 제일 많이 하게 된 장르가 로맨틱 코미디였는데, 다른 장르도 도전해 보고 싶어요. 예전에는 장르나 역할에 대한 갈증이 있었는데, 지금은 장르보다 이야기와 캐릭터 자체를 더 중요하게 봐요. 만약 장르가 가장 중요한 조건이 돼 버리면 자칫 놓치게 되는 부분이 많아서 제가 빠져들고 매료될 수 있는 이야기인지를 가장 중요하게 보려고 해요.“
[사진 제공 = 이음해시태그]
유병철 글로벌에픽 기자 e ybc@globalepic.co.kr/personchos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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