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 대사는 한중관계에 대해 “좀 어렵다”고 평가하면서, “(한국이) 중국과 관련해, 특히 대만과 관련해 입장을 다시 정리해 (중국을) 배려해줬으면 대단히 고맙겠다”고 말했다.
1992년 한중 수교 당시 우리 정부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동의했음을 재차 강조하면서 “이는 양국 수교의 기초다. (한국이) 이를 튼튼히 다지면 아무 문제가 없으니 그걸 확인해주면 좋겠다”고 거듭 밝혔다. 중국 당국은 서울에서 진행된 한중 외교국장급 협의 때도 우리 정부에 이 같은 의사를 전달했다.
중국 당국은 이른바 ‘하나의 중국(一個中國)’, 즉 중국 대륙과 홍콩·마카오·대만은 나뉠 수 없는 하나이고 합법적 정부 또한 오직 ‘중화인민공화국(中华人民共和国)’ 하나란 대외 기조에 따라 다른 나라가 대만 관련 문제를 언급하는 것을 내정 간섭으로 간주한다.
짐작컨대, 이 같은 중국의 요청은, 정부가 한미일 연쇄 정상외교 이후 중국과 추진하는 고위급 대화 재개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싱 대사는 “중국과 한국은 이사 갈 수 없는 영원한 이웃이고 떨어질 수 없는 긴밀한 협력 동반자다. 이는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현재 양국 관계가 좋지 않고 더 나빠질 위험도 있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말했다. 싱 대사는 “그(한중관계 악화의) 원인과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정부가 대만 문제 등에서 중국의 핵심 우려를 충분히 존중해주고 많이 고려, 배려해줬으면 한다”고 거듭 밝혔다.
1992년 한중 수교 공동성명에는 “대한민국 정부는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를 중국의 유일 합법 정부로 승인하며, 오직 하나의 중국만이 있고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중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문구가 담겨 있다. 이 문구는 한중 수교 이래 한중관계의 철칙처럼 여겨져 왔으며, 한중관계의 기본으로 깔려 있었다.
그동안 한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밝혀왔다. 외교부는 대변인 정례브리핑에서도 “1992년 한중 수교 이래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는 입장에 기초해서 한중관계를 발전시켜 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런데도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확인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대만 문제와 관련한 한국의 입장이 최근 미묘하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윤석열 정부 들어 대만 해협에서의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 등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요컨대, 중국은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중국 입장 존중’ 등 수교 성명에 있는 수준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보다 구체적으로 인정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정부는 한중 외교장관 대면 회담, 한중 안보실장 채널 가동 등에 대한 의지를 밝힌 상태다. 국장급 회의에서 양국이 상호 관심사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한 것은 앞으로 이런 고위급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기초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중국은 하나다. 또한 대한민국도 하나이다. 이 변할 수 없는 원칙은 한중관계를 긍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있어 큰 가교역할을 한다. 우리는 이 원칙을 존중해야 하며, 그와 동시에 대한민국도 하나라는 원칙,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 앞으로 이와 같은 원칙들이 존중되어, 다시금 한중관계의 미래에 희망의 파란불이 켜지기를 기대해 본다.
글 이창호(李昌虎) 국제다자외교평의회 대표(의장)
황성수 글로벌에픽 기자 epic@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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