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는 임대인이 실거주를 목적으로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를 거절한 후 ‘갱신요구가 거절되지 않았다면 갱신 됐을 기간’ 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주택을 임대한 경우,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갱신 거절로 입은 손해에 대해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위해 계약갱신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임대인 실거주라는 변명을 악용해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깨는 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이러한 조항을 두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임차인은 이사를 나간 후 해당 주택에 임대인이나 임대인의 직계존속이 아닌 제3자가 들어와 살고 있거나 임대인이 제3의 세입자를 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면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다만 임대인이 실거주를 목적으로 임대차계약 갱신을 거절한다는 점을 명확히 입증할 수 있는 증거 자료가 필요하다. 임대인 실거주를 목적으로 계약 갱신을 거절당했다면 이러한 내용을 확실하게 드러낼 수 있는 자료를 미리 만들어 놓는 것이 좋다.
또한 정황상 임대인 실거주를 하는 대신 제3자에게 새로 주택을 임대했다는 증거를 찾아야 하는데 법률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집주인 또는 그 직계 존속의 실거주 여부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은 편이다. 이러한 점을 확인해보겠다고 무작정 주택을 찾아갈 경우, 주거침입 등의 혐의로 오히려 처벌을 받게 될 수 있으므로 합법적으로 임대차 정보제공 요청서 등 정보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한편, 최근 임대인 실거주를 이유로 한 임대차 갱신 거절과 손해배상을 다룬 소송에서 임차인이 계약 갱신 요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임차인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한 하급심 판결이 있어 눈길을 끈다.
임대인이 실거주를 목적으로 계약갱신을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내자 임차인이 이를 믿고 별다른 갱신 요구를 하지 않고 계약 만료 후 이사를 했다. 이후 임차인이 임대인이 실거주를 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3개월만에 임대차계약을 맺은 사실을 알게 되어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했으나 재판부는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임차인이 우선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의 기간 내에 임대인에게 계약갱신을 요구해야 하는데 임차인이 계약갱신 요구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한 것이다.
부동산전문변호사인 로엘법무법인 정태근 대표변호사는 “유사한 내용의 다른 하급심 판결에서는 임차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했지만 이처럼 하급심의 판단도 엇갈리고 있기 때문에 임대인이 실거주 의사를 밝힌다 해도 계약갱신요구를 명확하게 표현하고 그에 대한 답을 받아두는 것이 필요할 듯 보인다. 임차인의 손해배상청구는 간단해 보여도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맞춤형 전략이 필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어떠한 선택이 유리할 지 고민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환 글로벌에픽 기자 epic@globalepic.co.kr
<저작권자 ©GLOBALEPI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