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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들, 배당 늘리려 준비금 완화 요구하지만 법인세 부담에 셈법 엇갈려

금융위 검토 속 결론 못 내…당국 내부선 '과당영업 견제 장치' 부정 기류

2026-11-05 08:42:25

금융위원회.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금융위원회. [사진=연합뉴스]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연말 결산 배당 시즌을 앞두고 보험업계가 해약환급금준비금 추가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준비금을 풀면 그동안 미뤄 온 법인세를 한꺼번에 내야 하는 만큼, 적립률을 35%까지 낮출 경우 주요 손해보험사 5곳에서만 3조원 가까운 세금이 빠져나갈 것이라는 증권가 분석이 나왔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법인세법상 손금으로 인정받아 보험사의 법인세 납부를 뒤로 미뤄주지만, 쌓인 만큼 배당가능이익을 깎는다. 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 준비금은 올해 상반기 말 64조6천892억원으로 1년 새 46.6% 불어나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배당 재원과 법인세가 맞물리면서 보험사들의 셈법도 엇갈리고 있다. 배당이 막힌 한화생명·현대해상 등은 완화를 적극 요구하는 반면, 배당 여력을 갖춘 일부 회사는 법인세 유출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회사마다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금융당국도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당국 내부에는 준비금을 보험사의 과도한 영업을 견제하는 장치로 보는 시각이 강해 완화에 부정적인 기류도 있다는 게 보험권의 설명이다. 배당 확대와 세금 부담, 건전성 사이에서 당국이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 이목이 쏠린다.

준비금 쌓을수록 법인세 이연…IFRS17 첫해 세수 급감 불러
해약환급금준비금이 법인세 납부를 미뤄주는 효과는 법인세법 개정에서 비롯됐다. 국회는 2022년 12월 새 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맞춰 법인세법 제32조를 신설하고, 보험사가 적립한 해약환급금준비금을 세무 신고 단계에서 손금에 넣는 신고조정 방식으로 산입하도록 했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계약자에게 돌려줘야 할 해약환급금이 시가로 평가한 보험부채보다 많을 때 그 차액을 이익잉여금 안에 쌓아두는 법정준비금이다.

이 조항이 만들어진 배경에는 IFRS17 전환에 따른 법인세 부담이 있다. 한 생보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전환 당시 이익잉여금이 크게 불어나 법인세를 한꺼번에 내야 했던 손보업계는 법무법인 연구용역을 거쳐 준비금 제도를 고안했다. 반면 생보업계는 법인세를 내되, 전환 시점에 세금이 일시에 몰리지 않도록 일정 기간 유예한 뒤 여러 해에 걸쳐 나눠 내는 방안을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법인세법은 회계기준 전환이익을 4년 거치 후 3년에 걸쳐 나눠 익금에 넣는 과세특례(제42조의3)와 준비금 손금산입 가운데 하나를 고르도록 했다.

이 관계자는 "손보업계가 해결책으로 준비금 제도를 만들어낸 건데, 이렇게 큰 파장을 일으킬 줄은 아무도 몰랐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집계를 보면 보험사의 법인세 납부는 제도 시행 첫해부터 크게 줄었다. 보험사 당기순이익은 2022년 9조2천억원에서 2023년 13조4천억원으로 4조2천억원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법인세는 3조4천억원에서 8천억원으로 2조6천억원 감소했다. 당국은 신계약 유치 경쟁으로 준비금이 2022년 말 23조7천억원에서 2023년 말 32조2천억원으로 급증한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법인세 덜어주지만 배당은 막아…1차 완화에도 '추가 개선' 요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지난 3월 보고서에서 해약환급금준비금이 보험사의 법인세 부담을 덜어주는 대신 배당 여력을 깎는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보험사 6곳의 손익계산서상 법인세비용과 현금흐름표상 법인세 납부액 차이는 2024년 합산 1조7천억원, 2025년 3분기 누적 5천700억원에 달했다.

보고서는 이 차이가 모두 준비금 때문은 아니라면서도, 준비금의 손금 산입이 실제 법인세 납부를 낮추는 효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반면 준비금이 불어난 만큼 배당 여력은 제약을 받았다는 게 보험권 싱크탱크인 보험연구원의 진단이다. 연구원은 9월 내놓은 '해약환급금준비금 이슈와 과제' 보고서에서 지난해 상장 원수보험사 가운데 결산배당을 한 곳은 준비금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삼성생명·삼성화재·DB손해보험 3곳에 그쳤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배당과 세금 납부가 이익에 비해 부족하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2024년 9월 제3차 보험개혁회의에서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이 양호한 보험사에 한해 준비금 적립률을 현행 대비 80%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당국은 이를 통해 배당가능이익이 3조4천억원, 법인세 납부액이 9천억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한화투자증권은 적립률을 80~90%로 낮춘 현행 완화안으로는 준비금 증가분이 순이익을 넘어서는 현상을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배당이 막힌 보험사들이 추가 완화를 요구하고 나섰다는 게 보험업계의 설명이다.

보험사들 대체로 완화 찬성…배당 여력 있는 곳은 법인세 유출 우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추가 완화에 대체로 찬성하지만, 배당 여력에 따라 입장이 갈린다. 실제로 지난 8월 말 금융위 비공개 회의와 뒤이은 생손보협회 의견수렴에서도 적립 축소, 자율 적립 허용, 현행 유지 요구가 함께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양 협회는 김앤장법률사무소에 제도개선 관련 연구용역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별로는 배당이 막힌 곳일수록 완화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생보업계는 이익잉여금 대비 준비금 비중이 97.3%(상반기 말)에 이른 한화생명을 중심으로 대부분 완화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손보사 가운데서는 준비금 비중이 50.6%에 달하는 현대해상이 가장 적극적으로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반면 배당 여력을 갖춘 회사들 사이에서는 입장이 엇갈렸다는 후문이다. 특히 한 보험사 선임계리사는 결산배당을 이어온 DB손보의 반대 입장이 뚜렷하다고 전했다. 그는 "DB손보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고, 그런 입장이 금융위에도 많이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DB손보와 달리 삼성 계열 보험사는 공개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지만 속내는 다르다는 게 보험업계의 시각이다. 이 선임계리사는 "준비금 비중이 낮아 배당 제한을 거의 받지 않는 회사들은 굳이 제도가 없어지지 않는 게 낫다"며 "배당을 못 하는 회사보다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보험업계에서는 준비금 부담이 덜한 외국계 보험사 등이 완화 논의에 소극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국내사와 대형사는 언제 닥칠지 모르는 일이어서 크게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외국계 등은 원래 배당을 잘하고 있고 준비금을 많이 쌓아두면 세금도 덜 내기 때문에 딱히 관심이 없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준비금 완화 땐 손보사마다 수천억원 세금…분할 익금산입·분납 거론

증권가에서는 준비금을 풀면 주요 손보사들이 회사마다 수천억원대 세금을 한꺼번에 내야 할 것으로 본다. 손해보험 업종을 분석해 온 iM증권은 10월 보고서에서 적립률을 현행 80% 수준에서 35%로 낮추면 DB손보·삼성화재·현대해상·메리츠화재·한화손해보험 5개사의 추가 법인세가 2조9천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iM증권은 이 수치를 준비금 감소에 따른 '추가 현금 납부세액'으로 제시했다. 그동안 손금으로 인정받아 미뤄 온 이연법인세를 준비금 환입과 함께 단기간에 현금으로 내야 한다는 의미다.

회사별로는 결산배당 3곳에 속한 DB손보가 7천420억원으로 가장 많고 삼성화재(7천340억원), 현대해상(6천130억원), 메리츠화재(4천970억원), 한화손보(3천940억원)가 뒤를 이었다. 특히 iM증권은 한화손보가 올해 예상 순이익의 107.6%, 현대해상이 59.9%에 해당하는 현금 세액을 추가로 부담할 것으로 계산했다.

여기에 올해부터 법인세율이 과세표준 구간별로 1%포인트씩 올라 최고세율이 25%가 됐다. 준비금 환입분에는 환입하는 해의 세율이 적용되는 만큼 보험사가 실제로 낼 세금 규모도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보험권에서는 세금 납부가 한 해에 몰리지 않도록 경과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험연구원도 9월 보고서에서 기존 적립분이 환입되면 이연됐던 법인세가 단기에 집중적으로 실현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바탕으로 환입액을 여러 해에 나눠 익금에 넣는 '분할 익금산입'이나 세금 분납을 허용하는 경과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외국계 보험사 분위기를 전한 대형 생보사 관계자에 따르면 보험업계는 적립률 조정을 넘어선 대안을 찾고 있다. 그는 "적립률을 조금 더 낮춰준다고 해서 달라질 게 없다"며 "업계는 준비금 자체를 부정하기보다 이를 대체할 장치나, 신계약으로 너무 빨리 쌓이는 속도를 조절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손보업계 일각에서는 대형 손실에 대비해 쌓는 비상위험준비금과 유사한 방식으로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를 바꾸자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비상위험준비금 역시 법인세법(제31조)상 손금으로 인정받는다.

금융위 결론 못 내고 당국선 '부정 기류'…완화 폭은 제한적 관측

보험사들의 잇단 건의에도 금융위원회는 아직 결론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생보업계 관계자는 "금융위 보험과에서 계속 검토하고 있지만 속도가 좀처럼 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생명보험사 고위 관계자는 "제도 도입 때 금융위가 기획재정부 세제실을 설득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는데, 3년 만에 다시 이를 풀어달라고 하니 매우 난감한 처지"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보험업계에서는 당국 내부 분위기도 완화에 우호적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DB손보의 입장을 전한 선임계리사는 "금감원은 제도 개선에 굉장히 부정적"이라며 "금융위는 이 제도가 그나마 보험사를 통제하는 도구로 쓰인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어 "준비금이 풀리면 법인보험대리점(GA)을 통한 과도한 영업은 그대로인데 배당까지 다 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선임계리사는 당국이 세수 확보에도 큰 관심이 없다고 봤다. 그는 "반도체 기업들 덕분에 세수가 많이 들어오는 만큼 세금을 더 걷을 필요가 별로 없다"며 "오히려 배당을 제한하는 게 회사 자본을 유지하는데 더 바람직하다는 게 당국 시각"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보험사 경영진 사이에서는 완화가 이뤄지더라도 그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는 "규제 완화가 되기야 하겠지만 배당 여력을 높여주는 수준일 것 같다"며 "대형사 중심으로 배당을 늘릴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준비금을 대폭 줄이면 법인세 유출이 커지는 만큼 당국이 배당 재원을 터주는 선에서 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해석이다. 결국 준비금 완화가 일부 보험사에는 순이익에 맞먹는 세금 납부로 돌아올 수 있다는 얘기다.

보험업계에서는 적립률 하향 폭과 함께 이 세금을 나눠 낼 경과조치가 이번 개편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 keehwan.s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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