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라이나의 손보 출신 영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라이나 계열사의 대주주인 글로벌 보험그룹 처브(Chubb)는 지난 9월 삼성화재에서 장기보험마케팅팀장을 지낸 김일평 전 부사장을 라이나손해보험 대표로 선임했다. 이로써 두 달 새 대형 손보사 출신 영업 전문가 2명이 라이나 생·손보 계열사에 잇따라 합류했다.
이런 연쇄 영입의 배경에는 TM 채널의 성장 정체와 보험 본업 이익의 급감이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라이나가 GA에서 고마진 건강보험 판매를 늘려 보험계약마진(CSM)을 다시 쌓으려 한다고 해석한다.
이 같은 손보 출신 영입은 앞서 하나손보·미래에셋생명·KB라이프가 건강보험 시장을 공략하며 택한 방식이기도 하다.
KB손보·삼성화재 출신 영업통 합류…생·손보 양쪽에 핵심 보직
3일 라이나생명에 따르면 오 부사장은 이달 2일자로 대면영업부문장으로 부임했다. 전북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한 오 부사장은 1994년부터 2025년까지 KB손보(전신 포함)에서 일하며 CPC(고객·상품·채널)전략부문장과 GA영업부문장 등을 거쳤다.
2023년 1월 부사장에 오른 그는 GA채널 영업을 총괄하다 2025년 말 임기 만료로 물러났다. 재임 기간에는 건강고지형 상품 라인업 확대와 고객 수요를 반영한 상품 개발을 강조해 왔다.
이에 앞서 처브그룹은 지난 9월 15일자로 김일평 전 삼성화재 부사장에게 라이나손보 경영을 맡겼다. 1993년 삼성화재에 입사한 김 대표는 자동차보험전략팀장과 장기보험마케팅팀장 등을 거쳐 2023년 말 부사장에 올랐다.
두 사람의 역할은 모두 GA 영업에 걸쳐 있다. GA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는 라이나손보에서 TM과 GA를 아우르는 개인보험 영업을 총괄한다. 오 부사장이 맡은 라이나생명 대면영업부문도 전속 설계사 조직이 사실상 없어 GA 영업이 중심이다.
한 손해보험사 GA영업 담당 임원은 "라이나손보 개인영업은 TM과 GA가 주력인데 두 채널 모두 약하다 보니 GA를 키우고 개인영업을 강화하려고 김 대표를 부른 것"이라고 말했다.
TM 성장 정체에 GA로 영업 확대…금융지주 체제 앞두고 채널 재정비
보험업계는 라이나가 손보 출신 영업 전문가 영입에 나선 일차적 배경으로 주력 채널인 TM의 성장 정체를 꼽는다. 1987년 국내에 진출한 라이나생명은 치아보험·암보험 같은 소액 보장성 상품을 전화로 팔며 생보업계 TM 시장 최대 사업자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2014년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사태 이후 TM 영업 제약이 커진 데다 인터넷·모바일 가입(CM)이 비대면 수요를 흡수하면서 TM 시장은 위축 흐름을 이어왔다.
앞서 언급한 GA영업 관계자는 "TM은 이제 사양 산업이라 예전 같은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그렇다고 전속 조직을 새로 꾸리려면 돈도 너무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라이나 내부 TM 조직도 흔들리고 있다. 라이나원이 판매한 라이나손보 계약은 지난해 10만8천904건으로 전년(12만900건)보다 1만2천건가량 줄었다. 올해 들어서는 감소 폭이 더 커졌다는 게 보험업계 전언이다.
이 손보사 임원은 "라이나원에서 손보 상품을 팔던 텔레마케터들이 빠져나가면서 라이나손보 TM 실적이 1년 전보다 반토막 났다"며 "생보와 손보 판매 센터가 달라 교차판매도 활발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반면 건강보험 같은 보장성보험 시장에서는 GA가 핵심 판매채널로 자리 잡았다. 보험권 싱크탱크인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GA채널로 모집한 계약 비중은 2022년 기준 개인형 생명보험 41.3%, 장기손해보험 53.6%에 이른다.
이에 따라 라이나생명도 대면 영업 기반 확대에 나섰다. 지난해 7월 계열사 라이나코리아가 보유하던 GA 라이나원 지분 100%를 124억원에 사들여 자회사로 편입했고, 최근에는 서울과 대구·강원 지역에서 GA영업본부 지점장도 충원했다.
라이나의 GA 강화는 처브그룹의 국내 지배구조 개편과도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처브는 2024년 6월 라이나생명·라이나손해보험(옛 에이스손해보험)·라이나원을 '라이나' 브랜드로 묶었고, 지금은 내년 출범을 목표로 국내 금융지주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GA업계에서는 금융지주 아래 생보·손보·GA 계열사를 두는 체제가 갖춰지면 TM 성장이 막힌 라이나에 GA가 주된 성장 통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보험손익 상반기 적자 전환…건강보험으로 CSM 회복 노려
라이나가 GA 건강보험 시장 확대를 서두르는 또 다른 배경에는 급감한 보험 본업 이익과 줄어든 CSM이 있다는 분석이다. 자산 규모에 비해 이익을 많이 내는 '알짜 생보사'로 꼽혀온 라이나생명의 보험손익은 IFRS17 도입 첫해인 2023년 4천276억원에서 2024년 3천105억원, 2025년 1천796억원으로 해마다 줄었다.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369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국내 22개 생보사 가운데 상반기 보험이익 적자를 낸 곳은 7곳이었고, 라이나생명의 적자 규모는 ABL생명(395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컸다. 다만 같은 기간 순이익은 투자손익에 힘입어 1천170억원 흑자를 유지했다.
미래이익의 원천인 CSM도 감소세다. 라이나생명의 CSM 잔액은 2024년 말 2조8천억원에서 2025년 말 2조4천억원으로 1년 새 4천억원 줄었다.
라이나생명은 사업보고서에서 CSM 잔액 감소로 상각액이 줄고, 암·수술 담보에서 실제 지급보험금이 예상을 웃돌면서 보험손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새 계약 유입도 둔화했다. 연초 보유계약 금액 대비 새로 체결한 계약 금액의 비율인 신계약률은 2024년 8.72%에서 2025년 6.94%로 낮아졌다.
IFRS17 체제에서는 장기 보장성 계약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CSM 규모를 좌우한다. 이 때문에 보험권에서는 라이나가 손보사에서 장기보험 마케팅과 GA 영업을 맡았던 김 대표와 오 부사장을 차례로 영입해 GA 중심으로 건강보험 판매를 늘리려는 포석으로 받아들인다.
라이나보다 먼저 삼성화재 출신 영입한 보험사들…건강보험 성과로
하나손보·미래에셋생명·KB라이프는 라이나보다 앞서 손보 출신 인력을 영입해 건강보험 판매를 늘렸다.
하나금융 계열 하나손보는 2024년 1월 삼성화재에서 GA사업부장과 장기보험부문장을 지낸 배성완 전 부사장을 대표로 맞은 뒤 장기보험과 GA 영업을 키웠다. 이후 하나손보의 올해 상반기 GA 신계약 건수는 24만438건으로 1년 전보다 117.9% 늘었고, 신계약 CSM도 33.0% 증가한 681억원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생명 역시 2024년 삼성화재 출신 김승환 전무(당시 상무)를 영입해 보험서비스부문을 맡기고 건강보험 영업 조직을 강화했다. 이 회사의 올해 상반기 건강·상해보험 신계약 CSM은 2천594억원으로 1년 전보다 30.6% 늘었다.
종신·연금보험 중심이던 KB라이프도 지난해 1월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과 삼성화재에서 장기상품 개발을 맡아온 한기혁 상무를 영입한 뒤 3개월 만에 첫 종합건강보험을 내놨다.
보험권 일각에서는 이런 연쇄 영입의 바탕에 GA 채널을 통한 건강보험 시장 공략이 CSM 확보의 원천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세 회사가 영입한 인사가 모두 삼성화재 출신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손보업계에서는 장기보험을 일찍부터 키워온 삼성화재에 건강보험 상품 개발과 GA 영업 노하우가 가장 많이 쌓인 만큼, 건강보험 시장을 노리는 보험사들이 삼성화재 인력을 먼저 찾는 것으로 해석한다. 라이나의 이번 영입 역시 GA 건강보험 공략을 위해 손보 출신 인력을 찾는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형 손보사 중심 GA 건강보험 시장…수수료 규제·사업비 부담이 변수
보험업계에서는 라이나의 GA 건강보험 공략이 성과로 이어지려면 수수료 규제와 사업비 부담이라는 두 가지 변수를 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선 올해 7월부터 GA 소속 설계사에게도 초년도 모집수수료를 월납 보험료의 12배 이내로 묶는 '1,200%룰'이 적용됐다.
같은 달부터 대형 GA에서 보험에 가입하는 소비자는 보험사별 판매수수료 등급과 순위도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 금융당국은 내년(2027년) 1월부터 판매수수료를 4년에 나눠 지급하는 분급제를 시행하고, 2029년부터는 분급 기간을 7년으로 늘린다. 이 때문에 GA업계에서는 높은 수수료와 시책으로 판매망을 끌어오는 방식이 예전만큼 통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다.
사업비 부담도 적지 않다. 먼저 GA 건강보험 영업을 늘린 하나손보는 올해 상반기 729억원의 보험손익 적자를 냈고, 그 원인으로 장기보험 중심 사업구조 변경에 따른 일시적 사업비 증가를 들었다. 미래에셋생명 역시 올해 상반기 건강보험 사업비가 3천242억원으로 1년 전(1천695억원)보다 91.3% 늘었다.
라이나의 GA 공략 방식도 대형 보험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GA영업 관계자는 또 "라이나가 자체 GA 조직을 새로 만들기보다는 삼성화재처럼 대형 GA와 손잡고 영업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대형 보험사와 같은 GA 판매망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만큼, 수수료 경쟁 대신 상품 설계와 인수심사 경쟁력으로 GA 설계사의 선택을 받는 것이 후발주자인 라이나의 과제라는 얘기다.
보험권에서는 라이나가 GA에서 늘린 건강보험 신계약을 얼마나 빨리 보험손익 회복과 CSM 반등으로 연결하느냐를 향후 관전 포인트로 꼽는다.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 keehwan.s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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