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월 소각액 61조7522억원…지난해의 2.5배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는 최근 3년간 자사주 소각을 공시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591곳을 조사했다. 그 결과 올해 1~9월 소각액은 61조752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소각액 24조910억원보다 156.3% 많고, 2024년 12조6085억원과 비교하면 389.8% 늘었다. 아직 소각을 마치지 않은 예정 물량 59조401억원까지 더하면 올해 전체 규모는 120조7923억원에 이른다.
소각에 나선 기업도 크게 늘었다. 올해 1~9월 자사주를 소각한 기업은 391곳으로, 2024년 134곳의 세 배 가까이 된다. 1조원 이상 소각한 기업도 2024년 1곳, 지난해 8곳에서 올해 10곳으로 늘었다.
밸류업과 상법 개정이 불러온 소각 열풍
이처럼 소각이 급증한 배경에는 정부의 기업 밸류업 정책이 있다. 기업들은 정책에 맞춰 주주환원을 늘렸다. 여기에 올해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 소각이 사실상 의무화된 점이 더해졌다.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한 3차 상법 개정안은 새로 사들인 자사주를 1년 안에 소각하도록 했다. 이미 보유한 자사주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1년 안에 없애야 한다. 임직원 보상 등을 이유로 계속 보유하려면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사놓고 묵혀 두던 자사주를 정리하는 기업이 크게 늘어난 이유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소각 규모 견인
기업별로는 반도체 기업의 대규모 소각이 전체 규모를 끌어올렸다. 삼성전자는 올해 17조722억원어치의 자사주를 없애 소각액 1위에 올랐다. 2024년 말 발표한 자사주 매입 계획에 따라 사들인 물량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월 보유하던 자사주 1530만주를 한꺼번에 소각해 14조5503억원으로 2위를 기록했다. 두 회사의 합산 소각액은 31조6225억원으로, 전체의 51.2%에 달한다.
추가 소각 여지도 남아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이사회에서 올해 주주환원 규모를 최대 110조원으로 제시했고, 남은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는 내년 1월 이사회에서 정하기로 했다. 증권가는 2024~2026년 주주환원 정책의 잔여 재원을 감안하면 최대 40조원어치가 추가로 소각될 수 있다고 본다. SK하이닉스는 2025~2027년 주주환원 정책에서 재무 목표를 달성하면 환원을 더 늘리기로 했고, 지난 8월에는 약 40조원 규모의 신규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내놨다.
법 개정 앞두고 서둘러 털어낸 금융·바이오 기업
반도체 기업 외에도 법 개정을 앞두고 자사주를 앞당겨 정리한 곳이 많았다. KB금융은 보유 자사주 약 1426만주를 조기에 소각하며 4조129억원으로 3위에 올랐다. KT&G는 2월 330만주에 이어 4월 남은 1086만6198주를 전량 없애 2조4586억원을 기록했다. 셀트리온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임직원 스톡옵션 보상용으로 남겨 둘 수 있는 300만주까지 소각 대상에 넣었다.
이 밖에 삼성물산(1조9798억원), 셀트리온(1조8646억원), 신한지주(1조6070억원), 미래에셋증권(1조4944억원), 네이버(1조954억원), 미래에셋생명(1조246억원)도 1조원을 넘겼다. 소각액 상위 20개사에는 하나금융지주, 메리츠금융지주, DB손해보험, 삼성화재, 현대차, POSCO홀딩스, 한화 등이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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