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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닉스, 한전 25조 전기요금 선납 거절

반도체 호황 장기 지속 여부 장담 못해 … 전력망 건설 차질 우려

2026-09-14 12:39:51

삼전닉스, 한전 25조 전기요금 선납 거절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한국전력의 25조 원 규모 전기요금 선납 제안을 거절했다. 지난해 납부한 전기료를 기준으로 삼성전자 약 20조 원, SK하이닉스 약 5조 원을 5년치로 미리 받겠다는 한전의 구상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두 회사는 최근 제안을 내부 검토한 뒤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한전에 전달했다.

전기요금 선납은 한전 입장에서는 절실했다. 반도체·인공지능(AI) 투자 확대로 급증하는 전력망 건설비를 채권 발행 없이 마련하기 위한 카드였기 때문이다. 한전은 선납금을 용인·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 등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송전선로와 변전소 확충에 우선 투입할 예정이었다. 전력수급 문제가 생기기 전에 선제적으로 인프라를 갖추겠다는 전략이었다.
반도체 업체, 5년 현금 고정 꺼려
다만 반도체 기업의 입장은 달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력 인프라 조기 확충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했으나, 수십조 원의 자금을 미리 집행하는 데 부담을 느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호황으로 실적과 현금창출력이 개선됐지만, 현재의 호황이 앞으로 5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근 환율 변동이 이를 뒷받침한다. 씨티그룹은 원화 강세에 따른 환율 부담을 반영해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115조5000억 원에서 104조1000억 원으로 약 10% 낮췄다. SK하이닉스도 76조7000억 원에서 74조 원으로 약 3% 하향 조정했다. 달러로 제품을 판매하는 수출 기업에게 원화 강세는 곧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두 회사는 공장 증설, 연구개발 등 중장기 투자에 필요한 자금 확보에 우선순위를 둔 것으로 전해졌다. 수십조 원을 전기요금에 고정하는 것보다 경영 유연성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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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부채 210조 시대의 자금난
선납안이 무산되면서 한전의 자금난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한전은 올 6월 말 기준 총부채 210조7000억 원을 기록했으며, 하루 이자 부담만 약 115억 원에 달하고 있다. 영업 수익만으로는 투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LS증권이 전망한 올해 한전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8조1920억 원인 반면, 유·무형자산 투자는 18조9310억 원으로 예상된다. 영업으로 벌어들이는 현금 대부분이 설비 투자에 들어가는 셈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15GW), AI 데이터센터(18.4GW),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6.3GW) 등 3대 메가프로젝트에만 총 39.7GW의 전력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과거 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투자 규모다.

차입 한도 축소로 '이자 악순환' 우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한전의 차입 여력이 축소된다는 점이다. 한전채 발행한도는 원칙적으로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2배다. 그러나 2022년 대규모 적자로 인한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한전법을 개정해, 2027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발행한도를 최대 6배까지 허용해왔다.

한전은 올해 8월 말까지 한전채 12조2100억 원을 발행했으며, 지난달 발행금리는 2년물 연 4.00%, 3년물 4.22%, 5년물 4.41%였다. 차입 규모가 늘어날수록 이자 부담도 함께 커지는 구조다.
문제는 내년 말 특례 종료다. 한전은 앞서 5~6배 확대 조치 연장을 하지 않고 기존 2배 한도 안에서 자금을 운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전 관계자는 "특례 연장은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기존 2배에서 자금 운용이 가능하도록 여러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차입 한도가 현저히 줄어들 예정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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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인상만이 대안인가
선납안 무산으로 한전 앞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은 세 가지다. 첫째, 전기요금을 올리거나 둘째, 대규모 외부 자본을 확충하거나 셋째, 차입 의존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는 모두 쉽지 않다.

전기요금 추가 인상은 경제 전반의 인플레이션 우려로 정치적 부담이 크다. 외부 자본 유입도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되지 않았다. 결국 한전은 차입 규모를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차입이 늘어나면 이자 부담도 커지고, 이는 다시 전기요금 인상 압력으로 작용하는 악순환이다.

반도체 기업들의 거절이 한전의 구조적 문제를 더욱 수면 위로 드러냈다. 단기적인 자금난 해결책만으로는 앞으로 다가올 대규모 전력 수요에 대응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전력망 확충의 재정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논의가 시급해 보인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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