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경제 부흥기를 품질로 이끌다
1930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난 함태호는 6·25전쟁 당시 자원입대했다. 군 복무를 마친 뒤 그는 식품업계에 뛰어들었다. 식품 원료 제조 분야에서 쌓은 경험은 훗날 그의 사업 기반이 됐다.
1969년, 함태호는 풍림상사를 설립하고 '오뚜기 카레'를 세상에 내놨다. 당시 카레는 낯선 음식이었다. 하지만 고도의 경제 성장이 한창이던 한국 사회는 새로운 식문화를 갈망하고 있었다. 오뚜기는 스프와 케첩, 마요네즈, 식초 등을 차례로 출시하며 국내 식탁의 다양성을 제시했다. 이후 '오뚜기 3분 카레' 같은 즉석식품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고, 이는 국내 식문화의 변화를 주도했다.
'우리 가족이 먹는 음식'이라는 불변의 원칙
함태호가 모든 경영 결정의 중심에 두었던 것은 단 하나, 품질이었다. 그는 이를 단순한 경영 원칙이 아닌 도덕적 신념으로 여겼다. "우리 가족이 먹는 음식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은 오뚜기의 모든 생산 현장에 스며들었다.
이 원칙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경쟁력 확보를 위해 품질을 타협하거나, 단기 수익을 위해 원가를 절감하는 유혹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함태호는 달랐다. 제품을 만드는 순간만큼은 자신의 자녀가 먹을 음식이라고 생각하라는 그의 가르침은 오뚜기가 성장하는 수십 년 동안 흔들리지 않았다.
이미지 확대보기식품보국, 나라를 생각하는 경영
함태호의 경영철학에는 또 다른 축이 있었다. 식품의 질을 높여 국가 발전에 기여한다는 '식품보국(食品輔國)' 정신이다. 이는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었다. 오뚜기 공장에 태극기를 게양하고 주요 행사에서 애국가를 4절까지 제창하는 전통도 이곳에서 비롯됐다. 기업의 성장과 국가의 번영이 분리될 수 없다는 신념이 조직 문화에 번져 있었던 것이다.
1992년, 함태호는 한국심장재단을 통해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후원을 시작했다. 개인의 성공으로 멈추지 않겠다는 결연함이 담긴 결정이었다. 4년 뒤인 1996년에는 오뚜기함태호재단을 설립해 장학사업과 학술 지원으로 폭을 넓혔다. 특히 심장병 어린이 후원은 현재까지 이어져 지난달 기준 총 6783명의 어린이가 지원을 받았다.
함태호에게 경영이란 이윤 창출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기업이 사회 속에서 누린 혜택을 다시 돌려주는 것, 그것이 책임 있는 기업인의 의무라는 생각이 그의 사회공헌으로 표현됐다.
유산을 계승하는 오뚜기의 다짐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추모식에서 "함태호 창업자의 창립 정신과 경영철학을 계승·발전시켜 누가 이끌더라도 오뚜기가 지속 가능한 회사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인사말이 아니다. 함태호가 남긴 신념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다짐이며, 10주년을 맞는 오뚜기가 내리는 결단이다.
10년의 시간이 흘렀어도 함태호의 경영철학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품질을 최우선으로 하고, 국가 발전에 기여하며, 나눔을 실천하는 그 신념 말이다. 오뚜기의 앞날이 주목되는 이유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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