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가 8월 31일 디인포메이션의 보도를 인용해 전한 이 소식은 중국이 AI 반도체 공급망 자급을 본격 추진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이를 한국 업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즉각적 위협으로 읽기는 이르다. CXMT는 아직 공정 검증 단계에 불과한 반면, 한국 업체들은 HBM4를 양산 출하하고 HBM4E 샘플을 고객사에 공급하는 단계기 때문이다. 진짜 경쟁은 세대명이 아니라 고객 인증, 제품 수율, 첨단 패키징 능력에서 결판날 전망이다.
HBM3E를 만들기 시작했다…그러나 '양산'과는 다른 단계
CXMT는 현재 극소량의 HBM3E를 시험생산 중이다. 시험생산(risk production)은 실제 생산라인에서 제품을 소량 생산해 공정 안정성, 웨이퍼 수율, 미세 연결(TSV), 열 관리, 메모리 다이의 수직 적층·패키징 신뢰성을 검증하는 단계다. 양산에 이르기 위한 가장 기술적으로 복잡한 관문이다.
HBM은 일반 D램과 달리 여러 개의 D램 칩을 미세하게 쌓은 뒤 이들을 전자적으로 연결하고, 방열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고속 신호를 안정적으로 전송해야 한다. 전공정(미세화)의 기술력만큼이나 후공정(패키징) 기술이 핵심이다. CXMT는 중국 후공정 전문사인 통푸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Tongfu)와 장장집적회로기술(JCET)과 협력해 첨단 패키징을 진행 중이지만, 글로벌 표준인 TSMC의 CoWoS 같은 첨단 패키징 수율 수준에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CXMT의 현 단계는 "HBM 진입에 성공했다"기보다 "HBM 상용화의 가장 어려운 검증 구간에 들어섰다"로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다.
CXMT는 2027년 생산 확대를 계획하고 있지만 구체 사양과 양산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다. 적층 수, 핀당 데이터 전송 속도(Gbps), 용량, 대역폭, 수율 등 상용화 여부를 판단할 주요 지표들이 모두 공개 대기 상태다.
T-Head·캠브리콘이 시험하는 이유…중국이 원하는 것은 '국산 조합'
CXMT의 HBM3E 시험생산 뉴스는 단순한 부품 기술 개발 소식이 아니다. 중국 AI 가속기 설계사 알리바바의 T-Head와 캠브리콘이 CXMT 메모리를 자신들의 프로세서와 함께 시험 중이라는 사실이 의미를 더한다. 이는 AI 가속기, HBM, 서버, 클라우드 수요처를 중국 내에서 완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CXMT는 이달 29일 차세대 모바일 D램인 LPDDR6의 양산 시작을 공식화하고 샤오미의 폴더블폰 '샤오미 18 폴드'에 공급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고객사 인증과 제품 전환 능력을 증명한 사례다. 하지만 HBM은 모바일 D램과 성격이 다르다. 고성능 AI 가속기와의 공동 검증이 훨씬 더 중요하다. T-Head와 캠브리콘이 2027년 자신들의 제품에 CXMT HBM을 탑재할 계획이라면, 이는 중국의 AI 생태계에서 "글로벌 HBM 시장 탈환"보다 "중국 내 수입 대체 시장에서의 최소 공급망 확보"라는 의미로 봐야 한다.
다만 이 폐쇄형 생태계도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T-Head와 캠브리콘의 AI 가속기 자체도 미국의 수출 규제로 인해 대만 TSMC의 최첨단 미세공정(5nm 이상)을 이용하지 못한다. 캠브리콘의 주력 칩인 시위안 590은 중국 파운드리 SMIC의 N+2(7nm급) 공정으로 제조되는데, 이는 NVIDIA의 5년 전 기술 수준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과적으로 "성능이 제한적인 중국산 AI 가속기 + 수율이 개선 중인 중국산 HBM"의 조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한계는 중국이 글로벌 표준 시장(대형 클라우드, AI 데이터센터)에 영향을 미치는 데 현실적 제약이 될 수 있다.
HBM3E 대 HBM4·HBM4E…세대 차이보다 '상용화 격차'
CXMT가 HBM3E 시험생산에 돌입했을 때, 한국 업체들의 위치는 이미 한 발 앞서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2월 HBM4의 양산 및 상업 출하를 공식 발표했고, 5월에는 12단 HBM4E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공급했다. 샘플로 보내진 HBM4E는 핀당 14Gbps 안정 속도와 최대 16Gbps의 고속 전송, 스택당 최대 3.6TB/s 대역폭을 제시한다.
SK하이닉스도 2분기부터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했으며 HBM4E 샘플 역시 상반기에 주요 고객에 공급했다. 마이크론 역시 HBM4E 개발을 진행 중이다.
반면 CXMT의 HBM3E는 정보가 극히 제한적이다. 핀 속도, 적층 수, 용량, 대역폭, 수율 수준 등 상용화 가능성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들이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에서 거론하는 "2~3년 기술 격차"는 세대명 기반의 추정일 뿐, 실제 성능과 신뢰성의 격차를 정량적으로 나타낸 수치는 아니다.
정확한 비교라면 이렇다. 한국 업체들은 양산과 샘플 공급 단계에서 고객사로부터 성능, 열 특성, 수율, 장기 공급 신뢰성을 검증받고 있다. CXMT는 공정 검증 단계에서 첫 제품의 기초 성능과 안정성을 확인하는 중이다. 현 단계에서 두 진영의 경쟁력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월 60만장 증설 계획…HBM보다 먼저 D램 시장을 흔들 수 있다
CXMT의 실제 위협은 HBM3E 한 제품에 있지 않다. 전체 D램 생산능력의 급속 확대 자체다.
CXMT는 현재 허페이에 12인치 D램 팹 2곳, 베이징에 1곳을 운영하고 있다. 각 공장의 생산능력이 월 약 10만장 수준이므로 현재 전체 생산능력은 월 약 30만장으로 추정된다. 허페이 2개 팹에서 월 20만장, 베이징 1개 팹에서 월 10만장을 합친 규모다.
그 다음이 중요하다. 상하이와 허페이 지역의 신규 팹이 본격 가동되면 월 60만장 이상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다만 베이징에 계획 중인 추가 팹은 초기 협의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투자 규모와 가동 시점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중요한 것은 생산능력 확대 자체의 의미다. HBM 생산이 늘어나면 일반 D램 공급이 줄어든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현 단계에서 CXMT의 HBM3E는 극소량이라 이 논리는 아직 작동하지 않는다. 오히려 CXMT의 대규모 전공정 웨이퍼 증설이 범용·모바일 D램의 공급 구조를 더 빠르게 바꿀 가능성이 크다. 저가 DRAM 시장에서 가격 경쟁을 촉발하고, 중국 내 D램 자급률을 높이면서 해외 업체들의 영역을 잠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위협의 실체는 HBM3E 한 장이 아니라 '중국산 AI 공급망'
결론적으로 CXMT는 아직 한국의 최첨단 HBM 리더를 직접 대체할 경쟁사는 아니다. 그러나 중국 AI 생태계의 오랜 병목이었던 고대역폭메모리의 국산화에 첫발을 뗀 회사다.
CXMT가 2027년 이후 실제 양산을 달성하고 T-Head·캠브리콘의 검증을 통과해 실제 제품에 탑재된다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것은 중국 시장에 HBM을 공급해 온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이다. 중국의 자체 AI 가속기와 메모리의 결합이 현실화되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최첨단 HBM 사업을 실질적으로 위협하려면 CXMT는 극복해야 할 산이 많다. 12단 이상의 안정적 적층, 고속 신호 안정성, 열·전력 효율이 필수적이며, 특히 글로벌 표준 수준의 첨단 패키징 기술 확보가 핵심이다. TSMC의 CoWoS 같은 기술을 갖춘 중국 후공정 업체의 성장이 얼마나 빠를 것인가가 CXMT의 성공 여부를 크게 좌우할 변수다. 여기에 대량 생산 수율, 장기 공급 능력 입증까지 모두 필요하다.
한국 기업들에게 더 현실적인 리스크는 단기 매출 위협이 아니라 중장기 구조 변화다. 중국 내 AI 가속기 시장의 자급화, 글로벌 범용 D램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 심화, 중국 업체의 경쟁력 확대로 인한 시장 분절이 함께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가장 주목할 변수는 기술 세대의 크기가 아니라 고객 인증 격차를 CXMT가 얼마나 빠르게 좁혀 나가느냐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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