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정부는 애초 7월 말 실무작업반 운영을 마치고 8월 중 구체안을 발표한 뒤, 9월 법안을 마련해 연내 입법을 완료하고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8년 상반기 시행에 들어간다는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올 연말까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당초 계획이 다소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간담회 9월 2일→15일 순연…정부 세부안 확정 지연
31일 금융권 및 정부 당국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은 당초 9월 2일 오후 2시부터 3시 30분까지 열릴 예정이었던 '2026년 퇴직연금사업자 간담회'를 9월 15일로 연기했다. 당국 측은 연기 사유로 '금융권 대상의 충분한 사전 검토기간 부여'를 공식적으로 내세웠다.
다만 이런 공식 설명과 실제 현장 분위기 사이에는 온도차가 난다. 한 금융사 퇴직연금 관계자는 통화에서 "고용노동부의 세부 법안 조율이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일정이 순연된 것으로 안다"며 "현재 금융권이 손에 쥐고 있는 자료는 지난 2월 6일 발표된 노사정 합의문 한 장이 전부인 만큼, 15일 간담회 전에 최소 며칠의 여유를 두고 세부안이 공유돼야 실질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퇴직연금 제도개편의 핵심 안건인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및 사외적립 의무화 방안은 정부 입법이 아닌 여당 의원 발의 형태로 추진될 예정이다. 정부입법보다 빠르게 갈 수 있는 방식임에도, 노사정 합의 내용을 구체적인 조문으로 옮기는 정부 측 세부안 마련 작업 자체가 늦어지고 있는 점이 간담회 연기의 결정적 배경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최종 조율에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일 수도 있지만, 간담회 당일 처음으로 세부안을 접하면 은행장 등 참석자들이 즉각적인 의견을 내기 어려운 만큼, 미리 내용을 공유해 검토를 거치게 한 뒤 실질적인 논의를 하려는 취지라는 관측도 나온다.
애초 8월 말 세부안 발표 후 사장단이 내용을 인지하고 9월 2일 간담회에 참석하는 일정이었으나, 세부안 발표 자체가 지연되면서 발표 시점은 9월 초로, 간담회는 15일로 각각 순연된 것으로 풀이된다.
기금형 퇴직연금, 올 2월 노사정 합의로 논의 궤도에
기금형 퇴직연금은 사용자가 직접 금융회사와 계약을 맺는 현행 계약형과 달리, 전문 수탁법인이 여러 사업장의 적립금을 모아 운용하는 방식으로, 확정기여형(DC형)에 적용된다. 계약형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병행 운영하는 구조로, 하나의 사업장이 두 제도를 동시에 도입해 가입자에게 선택권을 줄 수도 있다.
노사정 합의에 따르면 기금형은 ▲은행·증권·보험 등 민간 금융회사가 별도 수탁법인을 세워 여러 사업장의 적립금을 기금화하는 '금융기관 개방형' ▲복수의 사용자가 연합해 공동 수탁법인을 운영하는 '연합형'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의 가입 대상을 300인 이하로 넓히는 '공공기관 개방형' 등 세 가지 형태로 도입된다.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사들은 이 가운데 금융기관 개방형 기금의 수탁법인 지위를 누가 맡게 될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 특히 대형 금융그룹들은 신규 적립금 운용권을 선점하기 위해 수탁법인 지정 요건 등 세부 기준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문은 수탁법인이 가입자 이익만을 위해 기금을 운용해야 한다는 원칙도 명시했다. 금융기관 개방형과 연합형 기금의 이사회는 모회사인 금융기관과 이해관계가 없는 독립이사를 과반으로 구성하고, 이 중 30% 이상은 가입자가 추천한 인사로 채우도록 했다.
다만 기금형 퇴직연금의 구체적인 시행 시기와 세부 설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당국은 다층적 노후소득보장체계 구축이라는 큰 틀 아래 이번 간담회에서 제도 설계 방향을 금융권과 공유하고 의견을 수렴한다는 계획이다.
참석진·의제 틀 유지…금융사 15곳 참석 요청
개최 일정은 순연됐지만 참석진 구성과 핵심 메시지의 틀은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간담회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공동 주재하며,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등이 배석하고 금융위원회 관계자도 참석을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9월 2일 간담회에는 은행 6곳(신한·국민·하나·기업·우리·농협은행), 증권 6곳(삼성·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KB·현대차증권), 생명보험 2곳(교보생명·한화생명), 손해보험 1곳(DB손해보험) 등 총 15개 금융사에 참석 요청이 간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간담회가 15일로 순연되면서, 대표이사 일정에 따라 최종 참석회사는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및 사외적립 의무화 방안 설명, 다층적 노후소득보장체계 구축 필요성, 노동자 수급권 보호와 선관주의 의무·수익률 제고 등 퇴직연금사업자의 책무 강조가 집중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당국은 9월 2일 간담회에 맞춰 간담회 이후 보도자료 배포와 함께 9월 첫째 주 장관 명의 기고문 게재도 병행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하지만 간담회 자체가 15일로 순연된 만큼, 이 홍보 일정 역시 함께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오는 12월 개정 목표…하위법령 정비가 속도조절 변수
당국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을 늦어도 12월까지 마무리 짓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내달 15일 간담회에서 세부 법안 내용이 공유되면, 이후 의원 입법발의 형태로 국회에 법안이 제출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과제는 남는다. 기금형의 세부 운영·감독 기준을 구체화하는 시행령 등 하위 법령 마련 작업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여전히 세부안에 대해 관계 기관 간 조율이 이어지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라면 내달 15일 일정 역시 추가로 유동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이번 간담회 연기는 단순한 일정 조정을 넘어, 12월 법 개정이라는 목표와 촘촘한 제도 설계 사이에서 당국이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 keehwan.s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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