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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넷리스트, 적에서 동지로…

6년 특허 분쟁 종료 … 최대 24억 달러 규모 5년 전략 제휴

2026-08-06 15: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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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픽 안재후 CP] 삼성전자가 미국 메모리 특허 전문 기업 넷리스트와의 6년간 법정 싸움을 마무리했다.

두 회사는 특허 분쟁을 합의로 종료하고 5년간의 전략적 제휴에 돌입한다. 이번 거래의 경제 규모는 라이선스 계약 최대 8억 9,700만 달러(약 1조 2,468억원)와 메모리 제품 공급 15억 달러(약 2조 760억원)를 합쳐 총 24억 달러(약 3조 3,000억원) 규모다.
승리의 직후, 테이블을 맞추다
삼성전자와 넷리스트는 특허 포트폴리오 크로스 라이선스, 메모리 제품 공급, 기술 협력을 포함한 5년 전략적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고 5일 밝혔다. 양사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델라웨어 연방법원, 텍사스 동부연방법원 등에서 진행 중인 모든 소송을 합의로 종료하고 관련 청구권과 법적 책임을 상호 면제하기로 했다.

특히 이번 합의는 2024년 11월 텍사스 동부 연방법원에서 넷리스트의 손을 들어준 지 불과 며칠 만에 성사되었다. 법원이 삼성의 특허 침해를 인정하고 1억 1,800만 달러의 배상을 판결한 직후, 협상이 급물살을 탔던 것으로 보인다. 넷리스트의 협상력이 최고조에 오른 가운데서의 타결이기에, 이번 계약 조건은 양사의 이해관계를 적절히 반영했다고 평가된다.

특허 분쟁의 시작은 2015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삼성전자는 넷리스트의 서버용 메모리 모듈 기술을 활용하는 공동 개발 및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2020년 7월 넷리스트가 삼성이 계약 조건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관계가 틀어졌다. 이후 2021년부터 본격적인 법적 분쟁이 시작되었다.

법원 판결에서 전략적 투자로
삼성전자는 소송 과정에서 상당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2023년 4월 텍사스 동부 연방법원에서는 삼성이 넷리스트 특허를 침해했다며 3억 300만 달러(약 4,521억원)의 배상을 판결했다. 2024년 11월에는 같은 법원에서 1억 1,800만 달러(약 1,638억원)를 추가 배상하라는 평결이 나왔다. 두 번의 판결로 삼성이 지는 배상액은 총 약 4억 2,100만 달러(약 5,860억원)에 이른다.

이번 합의는 누적된 배상액 위험을 안정화하고 향후 기술 활용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삼성전자는 계약 체결 초기에 선급 라이선스비로 2억 3,900만 달러(약 3,332억원)를 지급한다. 이는 쌓여 있던 배상 리스크를 절감하고, 향후 메모리 기술 개발에 대한 법적 명확성을 확보하는 대신 지불하는 대가다.
5년의 분기별 라이선스, 조건부로 흐른다
합의 이후 삼성전자는 향후 5년간 분기마다 최대 3,290만 달러의 라이선스비를 지급하게 된다. 다만 "최대(up to)"라는 표현이 중요한데, 실제 분기별 납부액은 삼성의 관련 매출 규모와 기타 계약 조건에 따라 변동할 수 있다. 20개 분기 동안 이 수치가 모두 충족된다면 총 6억 5,800만 달러(약 9,156억원)에 이르게 되고, 선급금 2억 3,900만 달러와 합치면 라이선스 계약 최대 규모는 8억 9,700만 달러(약 1조 2,468억원)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서버용 듀얼인라인메모리모듈(DIMM)과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을 포함한 넷리스트의 전체 특허 포트폴리오를 활용할 권리를 얻는다. 중요한 것은 이 라이선스가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의 메모리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사들까지 특허 침해 책임에서 해방된다는 점이다. 이를 특허 고갈(Patent Exhaustion) 원칙이라 하는데, 서버 업체들이 삼성의 메모리를 탑재해도 넷리스트의 특허 클레임으로부터 보호받는 셈이다.

메모리 공급, 양사의 새로운 사업 축
삼성전자는 동시에 넷리스트에 D램과 낸드플래시 제품을 공급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넷리스트는 향후 5년간 매년 최대 3억 달러(약 4,170억원) 규모의 메모리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5년 계약 기간 동안 이는 총 15억 달러(약 2조 850억원)에 이른다.

이 메모리 공급계약은 라이선스 계약과는 별개의 사업이다. 라이선스 계약(최대 8억 9,700만 달러)과 메모리 공급계약(15억 달러)을 합치면 이번 거래의 총 경제 규모는 약 24억 달러(약 3조 3,360억원)에 달한다.

양사는 더 나아가 지분 투자도 진행한다. 삼성전자가 넷리스트의 보통주 1,000만 주를 총 100만 달러(약 139억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이 주식은 발행일로부터 5년 동안 매년 20%씩 순차적으로 처분 제한이 해제된다. 거래는 8월 11일 또는 그 이전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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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의 이해, 모두 만족시키다
이번 합의는 양사 모두에게 이점을 가져다준다. 삼성전자는 서버용 메모리와 HBM 관련 특허 불확실성을 한 번에 해소하게 된다. 그동안 법정 싸움으로 인한 경영 부담을 내려놓고, 차세대 메모리 기술 개발에 전적으로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특히 고객사들도 삼성 메모리를 통해 특허 보호를 받게 되므로, 데이터센터와 AI 서버 시장에서 삼성의 입지가 한층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넷리스트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특허 회사로서의 장기 라이선스 수익을 보장받으면서도, 안정적인 D램과 낸드플래시 공급망을 5년간 확보하게 됐다. 2000년 홍춘기 LG반도체 출신 대표가 캘리포니아에서 창업한 이 회사는 최근 HBM 등 차세대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번 계약은 그 재정 기반을 탄탄히 해준다.

넷리스트 경영진은 "메모리 업계 역사상 가장 중요한 전략적 라이선스 계약 중 하나"라고 이번 합의를 평가했다. 법정 싸움은 막을 내렸고, 진정한 협력이 5년간 계속될 것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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