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3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삼성생명의 개인IRP 운용관리수수료 수입은 22억원, 자산관리수수료 수입은 83억원으로 합산하면 100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20년 만에 내준 왕좌를 탈환하기 위해 연간 100억원대 고정 수입원까지 포기하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이 파격적인 승부수가 과연 1위 탈환의 결정적 카드가 될 수 있을지 업계는 관심을 갖고 바라보고 있다.
20년 만에 내준 왕좌, 체질 개선이 시급해진 배경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삼성생명의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은 57조3천963억원으로 집계되어 43개 사업자 중 2위를 기록했다. 무려 20년 동안 퇴직연금 시장 최정상을 지켰으나, 최근 신한은행에 선두 자리를 내주며 자존심을 구겼다.
특히 두 회사의 적립금 격차는 올해 1분기 약 1조3천억원에서 2분기 약 1조5천억원으로 오히려 벌어져, 단순한 일시적 순위 역전이 아니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2026년 2분기 기준 약 560조원 규모로 팽창한 퇴직연금 시장은 기업 중심의 확정급여(DB)형에서 가입자 운용 방식인 확정기여(DC)·개인형(IRP)으로 재편되는 추세다.
하지만 삼성생명의 세부 적립금을 들여다보면 DB형이 43조6천482억원으로 압도적인 비중을 점유하는 반면, DC형은 9조4천428억원, 개인형 IRP는 4조3천53억원에 머물러 세 부문 합계 총 57조3천963억원을 형성하고 있다.
은행권이 탁월한 자산관리 인프라를 무기로 DC·IRP 자금을 쓸어 담으며 판도를 뒤흔든 것과 대조적으로, 삼성생명은 여전히 전통적인 DB형 편중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해 시급한 체질 개선의 기로에 직면했다.
수수료 면제 효과 놓고 의견 분분
이미 증권가에서는 미래에셋, 삼성증권 등 주요 대형사들이 비대면 다이렉트 개설 고객을 대상으로 운용 및 자산관리 수수료를 전면 면제하며 시장을 주도해 왔다. 그룹 내 계열사임에도 이미 디지털 중심의 수수료 체계를 안착시킨 증권가와 달리, 보험 본업의 영역에서 '대면 채널'까지 전면 무료화를 단행한 삼성생명의 행보는 무게감과 접근 방식 측면에서 차별점을 지닌다.
이에 대해 업계 기류는 냉랭하다.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보험회사가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것은 전례 없는 결정”이라며 “교보나, 삼성화재 등 주요 경쟁사들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수수료는 회사의 이익과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보험업계 한 퇴직연금 전문가는 "투자자들이 증권사로 이동하는 것은 주식형 ETF 등을 직접 운용하기 위한 것”이라며 “적립금 이탈을 막기 위해 수수료를 면제해 주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자산운용업계 퇴직연금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보험사를 찾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은 수수료 부담이 아닌 구조적 한계 때문"이라며 "증권·은행이 각축을 벌이는 전장에 뒤늦게 뛰어들어 연간 100억원에 달하는 알짜 수입원만 자진 반납하고, 뚜렷한 실익을 거두지 못한 채 실속 없는 결과로 끝날 위험이 다분하다"고 꼬집었다.
구조적 모순과 단기 실적주의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전체 57조원이 넘는 적립금 중 76%를 상회하는 43조6천482억원이 DB형에 고착되어 있어, 4조원대 규모의 IRP 시장에서 아무리 선전하더라도 전체 판세를 뒤집기에는 격차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삼성생명은 올해 초 DC·IRP 전담 조직을 신설하며 대응에 나섰지만, 아직 적립금 순위 반전으로 이어질 만한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게다가 경영진이 교체될 때마다 장기적인 연금 전략 대신 단기 적립금 실적에 매몰되어 수수료 포기라는 무리수를 남발하고 있다는 자조 섞인 평가도 공존한다.
아울러 연내 관련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가 실제 도입될 경우 운용 성과 중심의 경쟁이 한층 격화하면서, DB형 비중이 높은 삼성생명을 비롯한 보험사들의 경쟁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근본적 포트폴리오 혁신 있어야 체질개선”
전문가들은 진정한 체질 개선을 원한다면 수수료 인하라는 미봉책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연금 개시 이후 종신연금 관련 제도개선, 보장성 보험(사망보험·정액형 암보험 등)과의 유기적 결합, 나아가 배당형 ETF·초단기 구매연금·GIC(이율보증형상품) 등을 아우르는 근본적 포트폴리오 혁신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편 삼성생명은 이번 수수료 면제와 동시에 지난 1일부터 신규 가입 및 타사 계좌 이전 고객을 대상으로 '모니머니' 지급 프로모션을 병행하며 화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DC·IRP 시장 비중이 확대됨에 따라 가입자가 체감하는 실질 효용성이 승패를 가른다"며 "수수료 장벽을 낮추고 고품격 자산관리 서비스를 안착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연간 100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과감히 내려놓은 이번 결단이 전통 명가의 자존심을 부활시키는 기폭제가 될지, 아니면 실시간 ETF 매매가 불가능한 시스템적 한계와 실효성 논란 속에 묻힌 단발성 이벤트로 퇴색할지, 이달 금융시장의 이목이 삼성생명을 향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 keehwan.s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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