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부회장이 한화그룹에 입사한 것은 2010년 1월이다.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3년 4개월간 공군 통역장교로 복무하고 돌아온 그는 차장 직급으로 경영자 수업을 시작했다. 입사 초기 그의 역할은 그룹의 미래 사업을 그리는 것이다. 회장실 기획실 차장으로 발령받은 그는 그룹 경영의 큰 그림을 그려 나갔다. 회장실에서의 경영 수업은 1년여 만에 성과를 냈다. 2011년 12월 그는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태양광 사업 최전선에 배치됐다.
태양광 사업 주역 도약, 그리고 흑자전환
태양광 사업에 발을 내딛은 뒤 그는 실무를 체계적으로 배워가며 이를 현장 경영에 옮겼다. 2013년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으로 옮기며 글로벌 태양광 시장의 마케팅을 담당했고, 이듬해 한화솔라원 영업담당실장을 거치면서 판매 현장의 경험을 축적했다.
2015년이 분기점이었다. 상무 승진한 그는 연말에 전무로 또 다시 한 단계 올라섰다. 당시 한화큐셀은 4년 동안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는데 그가 영업 마케팅 최고책임자로 나서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넥스트에라에너지와의 1.5GW 모듈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덕분에 2015년 2분기 한화큐셀은 오랜 적자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태양광 흑자전환은 단순한 회계 수치가 아니었다. 이 성과는 한화 내에서 김동관의 경영 능력을 입증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를 목격한 그룹 경영진들은 젊은 리더인 김동관에게 경영자의 자질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화솔루션 대표로, 그룹 전략 무게 짊기
2019년 11월 김동관은 한화솔루션 부사장에 올랐다. 2020년 9월에는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으로 전격 승진하였다. 이 시기 한화는 한화큐셀과 한화케미칼의 태양광 사업을 통합하여 한화솔루션을 새로 출범시켰고, 김동관이 이 법인의 경영 책임자가 되었다.
한화솔루션의 성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2026년 1분기 한화솔루션은 926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를 지속했다. 태양광 부문은 미국 세액공제 효과와 모듈 판가 상승으로 실적을 크게 개선했고, 화학 부문도 원료 조달 전략의 성공으로 수익성을 회복했다. 김동관의 손으로 넘어온 한화솔루션은 그룹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
동시에 김동관은 그룹 차원의 전략 역할도 수행하고 있었다. 2020년부터 ㈜한화 전략부문장과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겸임하며, 그룹 전체의 전략 방향을 수립하는 책임을 진 것이다. 2022년 3월부터는 그룹 우주사업을 지휘하는 스페이스허브팀장도 맡아 신사업 리더십을 드러냈다.
이러한 활동들은 부회장 승진으로 결실을 맺었다. 2022년 9월 김동관은 한화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하였다. 당시 그는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한화·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 부문 대표를 겸직하였다. 부회장 직책은 단순한 직급 상승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룹의 핵심 사업들이 김동관의 손에 넘어갔다는 뜻이었다.
방산·에너지 축의 강화, 그리고 최정점
2024~2025년에 걸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해양 방위사업 전문 기업 한화오션을 종속기업으로 편입하면서 방산·조선 통합이 본격화되었다. 한화솔루션의 태양광과 에너지 사업이 국내·미국 시장에서 성장을 거듭하는 동안, 이 두 축은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방산·에너지 통합 넘어, 그룹 전체 아우르는 '종합 시험대'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김동관은 이제 단순한 사업 총괄을 넘어 한화그룹 전체의 미래를 책임지는 위치에 섰다. 방산·조선·해양·우주·에너지 등 그룹 성장동력의 70~80%를 총괄하는 막중한 역할이다.
그의 시험대는 다층적이다. 먼저 글로벌 규제 리스크가 크다. 미국의 태양광·배터리 정책 변화, 중국과의 무역 분쟁, 유럽의 방산 현지 생산 요구 등 지정학적 변수가 한화의 핵심 사업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지속성 여부와 중국과의 태양광 무역 분쟁의 향방은 한화솔루션의 성장 경로를 크게 좌우할 수 있다.
둘째, 기술 경쟁력 강화다. K-방산의 수출 확대와 함께 민간 우주 시장에서 SpaceX, Blue Origin 등 글로벌 강자와의 기술 격차를 좁혀야 한다. 폴란드 천무 합작법인 설립은 성과지만,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현지 생산 능력을 갖춘 경쟁사들과 경쟁은 심화될 것이다. 스페이스허브를 이끌며 쌓은 경험을 실제 성과로 연결해야 하는 숙제다.
셋째, 3형제 체제의 실질적 안착이다. 인적분할로 독립경영 체제가 출범한 가운데, 김동원 부회장(금융), 김동선 사장(테크·라이프)과의 역할 분담과 시너지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야 한다. 장남으로서 조율자 역할도 요구받는다. 존속법인과 신설 지주회사 간 전략적 협력이 어떻게 작동할 것인가가 인적분할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넷째, 안전경영과 ESG 전반의 혁신이다. 2018년, 2019년, 2026년으로 이어진 반복적인 사고는 방산 사업의 신뢰도를 크게 훼손하고 있다. 8,538억 원 규모 스마트팩토리 투자 계획을 조속히 실행하고, 안전 문화를 뿌리내리는 것이 시급하다. 동시에 탄소중립, 공급망 ESG 관리,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도 국제 경쟁력의 일부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실적 중심 책임경영'으로의 문화 전환이다. 김승연 회장 시대의 도전과 개척 정신은 유지하되, 3세 경영에서는 성과와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경영 체질이 필요하다. 각 사업 부문의 리더들이 얼마나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는가가 한화그룹의 신뢰도를 결정할 것이다.
태양광 흑자전환부터 방산·에너지 통합, 그리고 이제 그룹 전체의 책임경영까지. 입사 16년 7개월 만에 수석부회장에 오른 김동관에게 남겨진 시험대는 결코 가볍지 않다. 글로벌 규제, 기술 경쟁, 조직 조율, 안전 혁신, 문화 전환이라는 다층적 과제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그가 16년간 쌓아온 경영 역량이 한화그룹의 향후 10년을 좌우할 전망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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