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27일 보험권 및 IB업계에 따르면, 특히 예비입찰 후보군 가운데 흥국생명의 공격적인 행보가 단연 눈에 띈다. 예별손해보험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흥국생명은 KDB생명으로 전열을 재정비하며 사활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총수 일가가 지분을 독점한 폐쇄적 지배구조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의 변수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흥행 뒤 좁혀지는 경쟁…예별손보서 밀린 흥국생명 화력 집중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매각 주관사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지난달 예비입찰 참여사 5곳을 모두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로 선정했다. 이후 경영진 설명회(MP)가 대부분 마무리됐고, 오는 8월 7일 본입찰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대형 생보 3사의 완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미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은 외형 확대 실익이 크지 않아 보수적인 가격을 제시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생명은 약 1조원 규모 애큐온캐피탈·애큐온저축은행 인수를 앞두고 있어 다른 대형 인수전까지 끌고 갈 여력이 부족하다는 시각이다. 교보생명 역시 금융지주사 전환과 기업공개(IPO) 과제가 겹쳐 완주가 쉽지 않다는 평가다.
반면 흥국생명은 인수 유인이 뚜렷한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흥국생명과 KDB생명의 총자산은 각각 23조2천893억원, 16조5천576억원으로, 합산 시 약 39조8천500억원까지 늘어나 생보업계 6위권 도약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법인보험대리점(GA) 의존도가 높은 흥국생명이 전속설계사 채널에 강점을 지닌 KDB생명을 품으면 영업망 다변화 효과도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흥국생명이 KDB생명에 화력을 집중하는 배경에는 최근 손해보험사 인수 실패에 따른 반작용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태광그룹 계열 흥국화재는 예별손해보험(옛 MG손해보험) 인수전에서 예금보험공사 지원 한도(1조1천500억원)를 웃도는 1조5천억원을 요구해 지난 10일 OK금융그룹 계열 오케이넥스트에 우선협상대상자 자리를 내줬다.
총수 일가·계열사가 지분 100% 독점…대주주 적격성 심사 최대 난관
2025년 말 주주 명부 기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56.30%(764만7천981주)로 최대주주다. 조카 이원준 씨가 14.65%(199만189주)로 뒤를 잇는다. 이동준·이태준(각 3.68%), 이정아·이성아(각 1.82%) 등 친인척 지분까지 더하면 총수 일가 직계 지분만 82.27%에 달한다. 나머지는 대한화섬(10.43%)·일주학술문화재단(4.70%)·티알엔(2.91%) 등 그룹 관계사와 공익재단 몫이다.
전환우선주 구조도 다르지 않다. 발행 총 244만579주를 티시스(86.96%)와 티캐스트(13.04%)가 100% 나눠 가져, 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되더라도 총수 일가 영향권을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태광그룹은 올해 잇달아 사법 악재를 마주했다. 지난 1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이호진 전 회장이 계열사 티시스를 동원해 처제·조카가 대주주인 안주·프로케어를 부당 지원했다며 260억원대 과징금과 총수 고발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전원회의에 올렸다.
이어 5월 8일에는 서울중앙지검이 이 전 회장을 특경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23년까지 계열사를 동원해 임직원 명의로 급여를 허위 지급한 뒤 되돌려받는 방식으로 31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태광CC 골프연습장 공사비 6억원가량을 대납하게 한 혐의다.
한편 태광그룹 측은 공정위 심사보고서에 대해 실무진의 의견일 뿐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5월 기소 건에 대해서도 전 경영협의회 의장이 자신의 책임을 이 전 회장에게 떠넘긴 사건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흥국 "OK금융도 문제없다" 반론 속…자본 확충도 부담
이 같은 사법 리스크와 관련해 흥국생명 측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공정위 제재안이나 총수 기소 건과 관련해 현재로선 대주주 적격성에 걸릴 게 없다고 본다"며 "예별손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OK금융그룹도 인수전에 나서는 상황에서 흥국생명만 문제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의 해석은 사뭇 엇갈린다. 대주주 적격성 리스크에 더해, 인수 이후 흥국생명이 떠안아야 할 자본 확충 부담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매각을 앞두고 2025년 말 5천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해 KDB생명 지분율을 97.65%에서 99.66%로 끌어올렸다. 이어 올해에도 3천억~5천억원의 추가 증자를 계획 중이지만, 이 같은 사전 자본 확충만으로는 부족해 인수자가 별도로 자금을 더 투입해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이중 부담을 두고 보험업계와 금융권에서도 흥국생명의 인수 완주 가능성에 대해 불확실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어떤 잣대를 적용할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만약 법적 적격성이나 사회적 신용 요건을 깐깐하게 검증하면 언제든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흥국생명이 본입찰에서 단독으로 완주할 자금력을 갖췄는지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며 "컨소시엄 구성이나 우회로를 모색할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이 역시 정책당국의 엄격한 심사를 넘어서기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증권가 "중소형 매물 자본 부담 극심…인수 실익 적다" 평가도
흥국생명의 KDB생명 인수를 바라보는 금융투자업계(증권가)의 시각 역시 냉정하다. 사법 리스크 외에도 강화된 킥스(K-ICS) 규제 비율을 맞추려면 수천억 원대 자본이 필요한 중소형 보험 매물의 특성상 난관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KDB생명 킥스 비율은 경과조치 적용 시 올해 1분기 말 186.1%로 권고치(130%)를 웃돌지만, 경과조치를 걷어내면 74.5%까지 떨어진다. 법적 최소 기준(100%)조차 밑도는 수준이어서, 이를 맞추는 데만 약 4천억원, 당국 권고치(130%)까지 끌어올리려면 8천억원가량의 추가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 시장의 해석이다.
국내 증권사 보험담당 애널리스트는 "현재 시장에 나온 보험 매물들은 기본 자본 요건을 맞추는 데만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구조라 인수 실익이 떨어질 수 있다"며 "산업은행이 자본 확충이나 지원을 파격적으로 제공하는 구조가 아니라면 흥국생명의 인수 실익이 유효한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JC파트너스 사례처럼 대주주 적격성 이슈로 딜이 재차 무산되는 리스크를 산업은행도 부담스러워할 것"이라며 "여러 변수를 종합하면 흥국생명의 KDB생명 인수가 현실적으로 원활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증권가의 이 같은 회의적인 시각에 더해, 산업은행 내부에서도 '자격 요건'을 철저히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은행 노조 측 역시 제대로 된 자격을 갖춘 대주주로의 매각과 원만한 절차 진행을 당부하고 나섰다.
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보험 전문 기관이 아닌 만큼, 제대로 된 적격성을 갖춘 주주를 찾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거처럼 적격성 문제로 딜이 좌초되지 않고 매각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바라며, 인수 과정에서 KDB생명 노조 및 직원들의 고용 안정과 승계 문제도 원만히 다뤄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피인수사인 KDB생명 내부와 노동조합은 고용 안정에 무게를 둔 목소리를 낸다. KDB생명 노조 관계자는 "매각 절차 자체가 저희 보다는 산업은행 주도로 진행되고 있어 요청 자료 제공 외에는 지켜보는 단계"라며 "과거에 비해 산업은행의 매각 의지가 강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노조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조합원들의 고용 안정"이라며 "향후 우선협상대상자가 윤곽을 드러내면 고용 승계 및 안정 대책을 중심으로 공식 입장을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흥국생명, KDB생명 인수 '대주주 적격성 잔혹사' 재현되나?
보험 및 IB업계에서는 이번 인수전의 핵심으로 단순한 예비입찰 흥행보다 '실질적인 인수 의지'와 '완주 가능한 자금력'을 갖춘 진정성 있는 후보의 등판 여부를 꼽는다.
실제로 KDB생명은 그동안 매각을 시도할 때마다 대주주 적격성과 자본 부담 이슈에 반복해서 발목을 잡혔다. 2020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주식매매계약(SPA)까지 체결했던 사모펀드 JC파트너스는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넘지 못해 매각이 좌초됐다.
2023년에는 하나금융지주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석 달간 실사를 벌이고도 인수를 포기해 다섯 번째 매각이 무산됐다. 당시 하나금융 측은 보험업 전략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KDB생명의 자본 부담이 실질적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일각에서는 흥국생명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피하기 위해 사모펀드(FI)를 내세우거나 지분율을 10% 미만으로 맞추는 우회책을 검토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단순 지분율이 아닌 '실질적 영향력'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만큼, 이러한 우회안 역시 법적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호진 전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한, 흥국생명은 당국의 엄격한 심사와 자본 확충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넘어야 하는 상황이다. 흥국생명의 KDB생명 인수전 완주 여부는 내달 7일 예정된 본입찰 전후가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 keehwan.s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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