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이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연내 보험사를 인수하겠다"며 증권 편중 포트폴리오 다변화 카드를 꺼내든 배경에는 이 같은 쏠린 수익 구조를 바로잡겠다는 의중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반년 가까이 흐른 지금, 한국투자금융지주(이하 한투금융)는 롯데손해보험·예별손해보험(옛 MG손해보험)·BNP파리바카디프생명(이하 카디프생명)·KDB생명 등 매물 네 곳을 동시에 저울질하면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대형 매물에서는 번번이 경쟁사에 자리를 내주고, 손에 쥔 대안은 몸집이 작다는 평가가 겹치면서 연내 보험사 인수라는 목표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관측이 나온다.
몸값 낮춘 롯데손보도 주저, 추가 자본 확충 부담에 ‘관망’
한투금융은 지난달 말 공시를 통해 롯데손해보험 인수 검토 사실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손보업계 최대어로 꼽히는 이번 딜에서 정작 한투금융의 입지는 눈에 띄게 좁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20일 보험업계 및 IB업계에 따르면 롯데손보 대주주인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에 구속력 없는 가격 제안(논바인딩 오퍼)을 건네고 안진회계법인을 통해 회계 실사에 착수한 신한금융지주가 유력 원매자로 부상한 것으로 파악된다.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 인수와 유상증자에 7천억원대를 쏟아부었지만, 정작 매각 희망가는 1조원 안팎에 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2~3년 전만 해도 2조원대, 한때는 3조원 이상까지 거론되던 몸값과 비교하면 크게 낮아진 수준으로, 적기시정조치(경영개선요구) 압박 속에서 투자원금 대비 마이너스 수익률까지 감수하며 매각에 속도를 내려는 절박함이 읽히는 대목이다.
이에 회사 측은 4월 30일 자본금 증액과 제3자 인수, 영업 양도 방안을 담은 수정 계획을 다시 제출했고, 금융위는 5월 27일 세부 조건을 비공개하는 조건으로 조건부 승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리딩금융 경쟁에서 속도를 내려는 신한금융은 최근 이사회에서 관련 논의를 거치고 금융당국과 규제 리스크까지 사전 협의한 것으로 전해지며, 오는 23일 예정된 실적발표(IR) 전까지 인수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타임라인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투금융이 발을 뺀 매물은 롯데손보뿐만이 아니다. 우량 매물로 꼽히던 예별손해보험 인수전에서도 한투금융은 뜻을 이루지 못했다. 지난달 30일 진행된 본입찰에는 한투금융을 비롯해 흥국화재, OK금융그룹, JC플라워 등 4곳이 뛰어들며 유효 경쟁이 성립했지만, 예금보험공사는 이달 10일 OK금융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낙점했다.
앞선 매각 시도에서 한투금융이 홀로 응찰해 유찰됐던 전례까지 되짚어보면, 손보 매물 두 곳에서 잇달아 밀려난 결과는 한투금융의 협상력에 의문을 낳는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생보로 방향 틀었지만 카디프는 체급이 작다
손보 매물에서 잇달아 발이 묶이자, 한투금융의 시선은 자연스레 생명보험 쪽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한투금융이 애초부터 손보보다 생명보험 매물을 눈여겨봐 온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생보사가 손보사보다 자산 규모가 커 인수와 동시에 그룹의 운용자산(AUM)을 단숨에 불릴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반대로 롯데손보·예별손보 같은 손보 매물은 인수 후에도 대규모 증자가 뒤따라야 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지목된다.
이 지점에서 한투금융이 오랫동안 공들여 살펴본 카디프생명은 근본적인 딜레마를 안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디프생명은 총자산이 2024년 2조7천100억원, 2025년 2조7천17억원 수준에 머물러 있는 소형 생보사로, 국내 생보사 22곳 가운데 하위권(20위 수준)에 해당하는 3조원대 초반 체급에 갇혀 있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카디프생명의 몸값을 1천억~1천5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지만, 한투금융이 그리는 시너지 기준에 맞는 5~6조원대 중형사로 회사를 키우려면 인수 대금과는 별도로 최소 1조원에 달하는 추가 유상증자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2024년 125억원이던 당기순손실이 2025년 248억원으로 불어난 만성 적자 구조까지 겹치면서, 몸집을 키우기도 전에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 기간 지급여력비율(K-ICS)이 301.44%에서 253.35%로 낮아진 점도 추가 자본 확충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거론된다.
카디프생명 외에 아직 공식 매물로 나오지 않은 처브라이프생명 인수설도 시장 한편에서 흘러나오는데, 이는 한투금융이 생보 라인업에서도 여러 대안을 동시에 만지작거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읽힌다.
"자산만 보고 부채는 못 본다"…역량 편중 지적도
보험사 매물을 부지런히 물색하는 행보와는 별개로, 조직 내부의 역량 자체를 문제 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한투금융의 진퇴양난을 가격 눈높이 차이보다 보험업 자체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찾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투금융은 보험사 인수를 위한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리며 인력 수혈에 공을 들였지만, 정작 영입 인력이 자산운용 출신 등 이른바 '자산 사이드'에 쏠려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보험업계 고위 관계자는 "보험업의 핵심은 자산운용뿐 아니라 리스크와 상품 개발을 통제하는 부채 사이드를 정밀하게 들여다보는 데 있다"며 "영입 인력이 자산 쪽에 치우치다 보니 부채 리스크에 지나치게 신중해지고, 결국 가격을 보수적으로 매기면서 협상 타결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한투금융 측은 보험사 인수가 금융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한 지속 성장을 위한 취지라는 원론적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며, 구체적인 인수 대상과 시기를 두고는 여전히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가상자산으로 튄 실탄…미래에셋 견제 해석도
조직 역량을 둘러싼 지적이 이어지는 사이, 보험사 인수합병에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던 한투금융은 전혀 다른 방향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5월 29일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의 지분 약 20%를 확보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번 투자로 한국투자증권은 OKX벤처스와 나란히 각각 20%씩 지분을 나눠 쥐며, 차명훈 코인원 대표(30.36%)와 컴투스홀딩스(24.54%)에 이어 공동 3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자본시장에서는 이 같은 전략적 선회를 두고 증권업계 최대 라이벌인 미래에셋그룹의 행보를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앞서 미래에셋그룹은 비금융 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을 앞세워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의 지분 90%대를 사들이며 금융권 최초로 가상자산사업자 지위를 거머쥔 바 있다.
토큰증권(STO)과 가상자산 통합 플랫폼을 선점하려는 미래에셋의 드라이브를 지켜보던 한투금융으로선 상당한 견제 심리를 느꼈을 것이라는 시각이 업계에서 나온다. 보험사 인수가 자본 부담과 매물 부족에 발이 묶인 사이, 디지털 자산 시장의 주도권만큼은 놓치지 않으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남은 승부처 KDB생명, 반전 카드 나올까
시장에서는 가상자산으로 시선을 돌렸다고 해서 보험업 진출 의지 자체가 완전히 꺾인 것은 아니라는 관측도 나온다. 결국 김남구 회장이 던진 승부수의 성패는 이제 KDB생명 인수전 한 곳으로 좁혀지는 모양새다.
지난달 초 진행된 예비입찰에는 한투금융을 비롯해 태광그룹 계열 교보생명, 삼성생명, 한화생명, 흥국생명까지 가세하며 예상을 뛰어넘는 5파전이 펼쳐졌다. 산업은행은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 선정과 실사를 거쳐 8월 중 본입찰을 진행하고, 3분기 안에 우선협상대상자를 가려 연내 거래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한화생명·교보생명은 예비입찰에 이름을 올렸지만 실제 인수 의지는 상대적으로 낮아 신중한 태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한 반면, 삼성생명은 최근 약 20명 규모의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회계·법률 자문사까지 선임하며 다른 후보들과는 결이 다른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투금융 역시 인수 의지가 강한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만큼, 8월 중 본입찰에서는 한투금융과 삼성생명의 셈법이 최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롯데손보와 예별손보에서 잇달아 발을 뺀 전례를 감안하면, 시장에서는 한투금융이 과감한 인수를 통한 인프라 재정비와 체질 개선을 시도할지, 아니면 또다시 가중될 자본 확충 부담 앞에서 계산기만 두드리다 철수할지 유보적으로 지켜보는 분위기다.
오는 8월 중 예정된 본입찰에서 김남구 회장이 시장의 우려를 뒤집는 반전 카드를 꺼낼지, 자본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 keehwan.sung@daum.net]
<저작권자 ©GLOBALEPI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pic Why] 김남구 회장의 ‘보험사 인수’, 발걸음이 신중해진 배경은?](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7201456210840907cc35ccc5c112222163195.jpg&nmt=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