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자연어처리, 텍스트 마이닝, 의미 기반 정보검색 분야를 이끈 세계적 AI 전문가를 경영진층으로 끌어들인 것은 단순한 인사 영입이 아니라, 효성의 미래 사업 전략 전환을 선포하는 신호로 읽힌다. 8일 공식 발표한 'AI융합연구원' 신설은 인공지능을 업무 효율화 도구에서 신제품 개발과 신사업 설계의 최전선에 놓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30년 AI 전문가의 귀환
맹성현 신임 AI융합연구원장은 경력으로 봐도 효성의 야심을 짐작하게 한다. 미국 시라큐스 대학과 KAIST 전산학부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자연어처리 분야의 기초를 다졌고, 언어 모델링과 텍스트 마이닝이라는 현대 AI의 핵심 기술들을 수십 년간 개척해온 거물이다.
8개월간 효성의 AI 담당 고문으로 활동하며 회사의 디지털 전환 방향성을 자문하고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AI 역량 강화 특강을 진행해온 맹 원장은 이미 효성 조직의 내부 상황을 파악한 상태다. 고문 역할을 통해 효성의 제조업 문화와 사업 특성을 읽고, 이제 부사장 겸 연구원장이라는 실행 권한을 확보한 것이다.
제조 전문성에 AI를 접목하다 효성이 AI융합연구원을 통해 추진하려는 '적용·융합형 연구개발'은 단순한 AI 도입을 의미하지 않는다. 60년간 중공업, 섬유, 화학 사업을 통해 쌓아온 제조업의 전문성과 최신 AI 기술을 결합해, 기존 사업의 고도화와 함께 완전히 새로운 신제품, 신사업을 만들어내겠다는 전략이다.
효성중공업, 효성티앤씨, 효성화학 등 그룹 주력 계열사들이 개발하는 고부가가치 신제품과 미래 사업 설계는 이제 AI 기술 없이는 경쟁 불가능한 영역이 됐다. 효성은 이 과정에서 AI를 단순 업무 효율화나 비용 절감용 도구로 한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AI를 신제품 개발과 신사업 설계·실행의 최전선에 배치해, 앞으로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의도다.
스마트 팩토리 고도화와 제조 문화 혁신
효성이 강조하는 또 다른 전략은 스마트 팩토리의 고도화다. 제조 현장에서 축적해온 전문성에 AI를 입히면, 제조 공정의 최적화, 품질 관리, 생산성 향상이 질적으로 달라진다. 동시에 제조 현장 전반의 혁신 문화 조성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퍼스트 무버'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는 구상이다.
효성 관계자는 "향후 AX(AI 전환)에 필수적인 핵심 기술 인력은 물론, 산업 현장의 전문성과 AI 활용 역량을 겸비한 차세대 인재를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단기 프로젝트 차원이 아닌, 장기적으로 조직 전체의 AI 기반 체질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선언이다.
효성의 이번 결정은 한국 대형 제조사들이 직면한 과제를 상징한다. 반도체, 자동차, 화학 등 전통적 강점 분야에서도 이제 AI가 경쟁의 필수 변수가 됐다는 뜻이다. 맹성현이라는 AI 거장을 경영진층으로 영입하고, 조직 전사적으로 AI 중심 연구개발 체계를 구축하려는 효성의 움직임은, 다른 제조사들도 유사한 고민을 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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