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검색

epic-Column

[CP’s View] 삼성에서 카카오까지 번진 성과급 도미노, 누가 '승자의 저주'를 부르나

'영업이익 15%'의 함정, 한국 산업은 어디로 가는가

2026-05-12 13:21:02

AI생성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AI생성 이미지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발화점은 SK하이닉스였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9월 노사 합의를 통해 초과이익분배금(PS) 상한선(기본급의 1000%)을 폐지하고, 매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명문화했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이익 비율' 자체를 보상 공식으로 못 박은 첫 사례였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2025년 영업이익 47조 2063억원의 10%, 4조 7200억원이 재원으로 풀리며 SK하이닉스 직원들은 올해 초 기본급 대비 2964%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았다. 1인당 평균 1억원을 훌쩍 넘긴 보상이 현실이 되자, 경쟁사와 산업계 전반의 보상 공식이 송두리째 흔들리기 시작했다.
◆ 삼성전자 노조의 '15%' 요구, 컨센서스 360조 시대의 무게
이 충격파는 곧장 삼성전자로 넘어왔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명문화하고 성과급 상한(샐러리캡)을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은 가파르게 우상향 중이다. 1분기 영업이익이 이미 57조 2300억원을 기록했고, KB증권은 2026년 영업이익을 360조원, 키움증권은 327조원으로 컨센서스를 잇따라 끌어올렸다. 노조 요구를 컨센서스 중간값인 약 340조원에 적용하면 성과급 재원만 51조원에 달한다.

노조는 오는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의 총파업을 예고했다. 이재용 회장 체제 들어 두 번째 총파업이다. 노사는 5월 11~12일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 절차에 돌입했지만,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영업이익 15% 상한 폐지와 제도화 입장이 없으면 조정이 안 될 것"이라며 강경 노선을 재확인했다.

사측은 메모리사업부가 매출·영업이익 1위를 달성하면 영업이익 10% 이상을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고 연봉 50% 상한을 초과하는 특별포상도 지급하겠다고 역제안했다. 하지만 노조는 "일회성 보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했다.

◆ '판교'로 옮겨붙은 불씨, 카카오도 첫 본사 파업 위기
수도권 남부 '판교'로도 불씨가 옮겨붙었다. 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2026년 임금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카카오 본사뿐 아니라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까지 5개 법인이 공동 전선을 구축했다. 본사 차원의 쟁의는 카카오 창사 이래 처음이다.
핵심 쟁점은 역시 성과급 산정 방식이다. 노조 측은 일정 비율을 직접 요구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제시한 금액을 환산하면 영업이익의 13~15% 수준에 해당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는 2025년 매출 8조 991억원, 영업이익 7320억원을 기록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썼다. 영업이익의 13~15%를 환산하면 약 950억~1100억원 규모이며, 본사·계열사 공동 교섭 인원을 합산하면 1인당 보상은 2300만~2800만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카카오 노조는 "교섭 결렬의 본질은 단일 쟁점인 성과급이 아니라, 일방적 의사결정을 반복해 온 경영진의 태도"라며 갈등의 폭이 더 넓음을 시사했다. 노조는 5월 20일 판교역 광장에서 결의대회를 연다. 18일 조정 합의에 실패하면 본사 첫 파업권을 확보한다.

◆ 주주·시장의 우려, "단기 보상이 미래를 갉아먹는다"
문제는 이 도미노가 어디서 멈출 것인가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삼성전자가 노조 요구를 수용할 경우 2026년 예상 영업이익이 7~12%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업이익의 10~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지급하고 기본급 5%를 인상하면 추가 인건비만 21조~39조원에 달한다는 추산이다.

해외 선례가 시사하는 바도 무겁다. 한때 반도체 절대 강자였던 인텔은 2010년대 들어 거대 인건비 구조와 주주환원에 자본을 소진하며 EUV 등 미래 공정 투자에서 TSMC·삼성에 결정적으로 뒤처졌다. AI 시대 메모리·파운드리 경쟁은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시설투자(CAPEX)만 11조 2000억원이며, 글로벌 1위 TSMC는 매출 대비 30%대 초반의 CAPEX-to-Sales 비율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단기 보상으로 미래 자본을 소진하는 순간, 격차는 회복 불가능한 영역으로 벌어진다.

주주들의 시선도 차갑다.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4월 4일 국회 앞 집회에서 파업으로 회사 자산이 훼손될 경우 노조원 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예고했다.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노조 요구를 "주주의 잔여청구권을 침해하는 선배당이자 노조의 준주주화"라고 지적했다. 손실은 주주가 지고 이익만 근로자가 공유한다면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4월 30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부 조직 노동자들이 자신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를 해 국민으로부터 지탄을 받게 되면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피해를 주게 된다"고 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삼성전자를 '국가 공동체의 자산'이라고 표현하며 "엄중한 상황에서 파업 사태는 상상조차 못 하겠다"고 했다.

◆ '공정한 공식'이 먼저다, '몫 나누기'는 그 다음이다
오해는 없어야 한다. 노조 요구의 출발선이 부당한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의 EVA(경제적 부가가치) 기반 OPI 산식이 직원들에게 '깜깜이'로 느껴진다는 비판, SK하이닉스로의 핵심 인재 유출, 산정 기준의 불투명성 문제는 사측이 책임지고 풀어야 할 숙제다.

그러나 '영업이익 15%'라는 숫자를 모든 기업, 모든 산업에 일률 적용하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SK하이닉스(직원 약 3만 3000명)와 삼성전자(약 13만명)는 같은 영업이익을 내도 1인당 배분 구조가 4배 차이 난다. DS 부문 메모리사업부만 떼어 비교하면 SK하이닉스와 닮았지만, 적자·저수익이 누적된 파운드리·시스템LSI·가전·모바일까지 한 묶음으로 묶으면 본질적으로 다른 게임이다. 한 회사의 노사가 만든 공식이 다른 회사의 협상 테이블에 그대로 옮겨지는 순간, 그것은 '기준'이 아니라 '족쇄'가 된다.

노조의 진짜 무기는 '15%'라는 숫자가 아니라 '투명하고 납득 가능한 산식'이어야 한다. 사측의 진짜 답은 '일회성 특별포상'이 아니라 '제도화된 공정성'이어야 한다. 둘 중 어느 쪽도 책임을 회피하면, 한국 산업이 맞닥뜨릴 결말은 명백하다. AI 반도체 패권 경쟁의 한복판에서 '승자의 저주'에 발목 잡힌 채, 미래 자본을 스스로 갉아먹은 산업의 모습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리스트바로가기

epic-Graphics

Pension Economy

epic-Who

epic-Company

epic-Money

epic-Life

epic-Highlight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