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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 저가 혁신? 질 낮은 침투?] ② 초저가 구매의 역풍

납 549배·가소제 624배·반복되는 환불 분쟁 … “싼 게 비지떡인가? ...”

2026-04-29 12:2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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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픽 안재후 CP] 가격표만 보면 분명 절약이다. 그러나 결제 후 펼쳐지는 풍경은 다르다. 도착하지 않는 상품, 거절되는 반품, 검출되는 발암물질. 알리에서의 초저가 쇼핑은 한 번의 분쟁만으로도 절약했다고 믿었던 모든 것을 되돌려 놓는다.

수천 원짜리 상품을 클릭하는 순간, 소비자는 자신이 무엇을 사고 있는지 안다고 믿는다. 그러나 한국 소비자가 알리익스프레스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가격표가 약속한 것과 종종 다르다. 안전기준의 549배에 달하는 납이 검출된 어린이 키링, 한 달 안에 사라지는 환불 보호 기간, 응답이 늦은 고객센터. 1편에서 다룬 알리바바의 인프라 장악이 공급자 측의 그늘이라면, 한국 소비자가 매일 직면하는 그늘은 품질과 분쟁 두 곳에서 동시에 자라고 있다.
안전기준 수백 배 초과 … 어린이용품에서 반복되는 발암물질
가장 충격적인 신호는 어린이용품에서 나온다. 2025년 10월 한국소비자원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에서 판매되는 어린이용 코스튬·드레스 17종을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9종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9개 모두 알리익스프레스 판매 제품이었다. '아담스 패밀리 코스튬 세트'의 손 모양 장식에서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62.4%, 가죽 벨트에서는 납이 237㎎/㎏ 검출됐다. 국내 안전기준의 624배와 2.3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같은 세트의 치마는 화염전파속도가 37㎜/s로, 기준치(30㎜/s)를 초과해 촛불이나 폭죽이 닿으면 빠르게 번질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2026년 3월 발표한 검사 결과는 더 가팔랐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에서 판매 중인 어린이 학용품·가방·완구 등 29개 제품을 검사하니 10개가 부적합으로 나왔다. 어린이 키링의 금속 종 모형에서는 납이 국내 기준치의 549배로 검출됐다. 어린이 책가방 전면 장식에서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75.9배, 부속 부위에서는 카드뮴이 1.2배 초과했다.

문제는 이런 사례가 1회성이 아니라 반복된다는 점이다. 2025년 5월 어린이 신발 4종에서 가소제가 33배, 11월에는 어린이 방한 3종 세트의 가죽 장식에서 가소제가 203배, 2026년 1월 설 명절 어린이 한복·장신구 13개 중 9개가 안전기준 미달이었다. 검사 시기마다 항목과 제품군은 바뀌어도 결과의 패턴은 비슷하다. 발암물질, 내분비계 교란물질, 그리고 부서지기 쉬운 부품. 무엇을 사느냐가 아니라 어디서 사느냐의 문제로 위험이 정형화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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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증한 소비자 불만… 그러나 환불은 또 다른 미로
품질 위험이 커지는 만큼 환불 분쟁도 늘어났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알리익스프레스 관련 소비자 상담 건수는 2022년 228건에서 2023년 673건으로 약 3배로 뛰었다. 흐름은 멈추지 않았다. 2024년 1월 한 달에만 212건이 접수돼 2023년 한 해의 약 3분의 1 수준에 도달했다. 그런데 2023년 673건의 상담 가운데 실제 피해 구제로 이어진 건은 30건에 불과했다. 피해를 호소한 소비자 가운데 약 4.5%만이 구제받았다는 뜻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흐름에 따라 2024년 3월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에 대한 첫 현장조사를 실시했고, 전자상거래법 위반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다.

알리는 2024년 3월 사업계획에서 소비자 보호에 1000억 원을 투자하고 300명 규모 고객센터를 운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직구 상품은 90일 이내 무이유 100% 환불, 가품으로 의심될 경우에도 100% 환불이라는 정책도 함께 내놓았다. 그러나 소비자가 체감하는 현실은 이런 정책의 약속과 자주 어긋난다. 보호 기간은 약 60일이며 이 기간이 지나면 환불 요청 자체가 차단된다. 분쟁을 제기해도 판매자가 5일 안에 답해야 하고 합의가 안 되면 알리바바 측 중재로 넘어가는데, 사진이나 영상 같은 증거가 부족하면 부분 환불로 종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추적 가능한 발송 방식이 아니면 반품을 보내고도 환불이 거절될 수 있다. 결제 수단이 신용카드라면 카드사 차지백 신청까지 가야 비로소 회수되는 사례도 있다. '90일 100% 환불'이라는 단순한 문구 뒤에 분쟁의 입증 책임은 대부분 한국 소비자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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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비용은 시간과 스트레스
이렇게 보면 초저가 쇼핑의 진짜 비용은 단가가 아니다. 분쟁을 위한 사진과 영상 촬영, 영문 또는 번역기로 작성하는 메시지, 5일·14일 단위로 끊기는 응답 주기, 판매자와 합의가 안 되면 다시 시작되는 중재 절차. 이 모든 시간이 한 번의 환불에 들어간다. 5000원짜리 상품을 두고 일주일 넘게 분쟁을 벌인다면 시간 단가만 따져도 이미 손해다. 한국소비자원이 집계한 해외 직접거래 불만 가운데 가장 많은 항목이 '취소·환급 등의 지연 및 거부'였다는 점은 이런 시간 비용의 실체를 그대로 보여준다.

여기에 환불 수수료, 카드사 이중 정산, 그리고 다음 구매를 망설이게 되는 신뢰 비용까지 더해진다. 한 번의 분쟁은 단순히 한 거래의 손실이 아니라 그 플랫폼 전체에 대한 인식을 바꾼다. 모바일인덱스의 2026년 3월 분석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 앱은 2025년 11월 월간활성이용자(MAU) 777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등락을 거듭하다 2026년 2월 648만 명까지 빠졌다. 3월에 712만 명으로 일부 회복했지만 피크 대비 여전히 낮다. 30일 삭제율은 알리익스프레스 54.5%, 테무 75.1%로 쿠팡(64.0%)이나 네이버플러스 스토어(20.1%)와 비교하면 신규 사용자 정착률이 낮다. 분석은 유해물질 검출 보도와 배송·반품 피로감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고객센터에 1000억 투자"… 약속이 무엇을 보장했나
알리는 한국 고객 서비스 인력을 200명 이상으로 늘렸고 24시간 채팅 상담 채널을 운영한다. 한국무역관련지식재산권보호협회(TIPA)와 협력해 위조품 차단 시스템도 강화했다. 2024년에는 가품 의심 상품을 취급한 셀러 5000개를 퇴출하고 위조 의심 상품 182만 4810개를 삭제 조치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한국 소비자의 위조 의심 상품 환불 요청 4만 2819건 가운데 4만 2476건을 환불 처리했다고 했다.

이런 수치는 알리의 노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동안 어느 정도 규모의 문제가 누적돼 있었는지를 거꾸로 드러낸다. 1000억 원의 소비자 보호 투자, 100억 원의 가품 차단 투자, 300명 고객센터는 기존 서비스 체계만으로는 한국 시장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감당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가품 사례에서는 알리가 직접 적발한 거래에 대해 환불을 일괄 처리한 반면, 일반 분쟁 영역에서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상담 가운데 실제 피해 구제로 이어진 비율이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는 사실은, 알리가 강조하는 환불 정책과 소비자가 분쟁 끝에 손에 쥐는 결과 사이의 거리를 보여준다.

저렴한 가격은 분명한 매력이다. 그러나 가격표 옆에는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숫자가 따라붙는다. 발암물질이 검출될 확률, 환불이 거절될 확률, 그리고 분쟁 한 건에 들어가는 시간. 한국 소비자가 알리에서 무엇을 절약했는가는, 결제 직후가 아니라 한두 차례 분쟁을 겪고 난 뒤에야 비로소 정확히 계산된다. 초저가는 매번 절약을 보장하지 않는다. 어떤 거래에서는 오히려 더 큰 비용으로 되돌아온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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