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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수탐구] 삼성-포스코, 반포 한강변 4400억 大격돌

27개월 만 리턴매치 신반포 19·25 수주전 … 래미안 vs 오티에르 자존심 경쟁

2026-04-17 11:44:44

삼성물산 래미안 일루체라 조감도와 통합재건축 포스코이앤씨 투시도. [사진=각 사]이미지 확대보기
삼성물산 래미안 일루체라 조감도와 통합재건축 포스코이앤씨 투시도. [사진=각 사]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4434억 원 규모의 신반포 19·25차 통합 재건축 사업이 강남 최고 건설사 두 곳의 자존심 싸움으로 번졌다. 공사비 자체는 결코 크지 않다. 하지만 한강변 핵심 입지라는 상징성과 반포 일대 프리미엄 주거 벨트 확장의 중요성이 겹치면서 양사 모두에 물러설 수 없는 승부처가 됐다. 특히 2024년 부산 시민공원주변(촉진2-1구역) 재개발 사업 이후 약 2년여 만에 성사된 리턴매치라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통합 재건축이 남긴 기회의 땅
신반포 19·25차 재건축은 신반포19차와 25차, 한신진일빌라트, 잠원CJ빌리지를 통합해 추진하는 사업으로, 지하 4층~지상 49층, 7개동, 614가구 규모로 탈바꿈하게 된다. 총공사비는 4434억원 규모로, 3.3㎡당 1010만원 수준이다.

사업의 진정한 가치는 규모 이상에 있다. 신반포 19·25차는 이해관계가 다른 4개 단지를 하나로 묶어 추진하는 통합 재건축 사업으로, 개별 단지 재건축이 어려웠던 소규모 주택들을 대규모 정비사업으로 변모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신반포19차와 25차, 한신진일, 잠원CJ아파트는 나홀로아파트라 사실상 재건축이 어려웠으나 4개 단지를 하나의 대단지로 통합재건축하여 본격적인 재건축 추진이 가능해졌다.

더욱이 한강변 입지라는 지리적 강점은 단순한 공급가치를 넘어 브랜드 기반의 프리미엄 주거 수요를 결정한다. 양사가 이 사업지에 집중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신반포 19·25차 재건축 수주를 본격화하며 제안한 ‘래미안 일루체라’의 투시도 /제공=삼성물산이미지 확대보기
신반포 19·25차 재건축 수주를 본격화하며 제안한 ‘래미안 일루체라’의 투시도 /제공=삼성물산
삼성물산의 전략: 랜드마크와 설계 혁신

삼성물산은 미국 글로벌 설계사 SMDP와 협업해 반포 최고 높이 180m 랜드마크 타워를 앞세웠다. 6개동 배치를 통해 약 5900.6㎡ 규모 테마광장과 동서남북으로 열린 통경축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단지명으로는 '래미안 일루체라(IL LUCERA)'를 제안했다. 이탈리아어로 유일하다는 뜻을 가진 정관사 '일(IL)'과 빛을 의미하는 '루체(LUCE)'의 합성어이다.

이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지역의 랜드마크로서 반포의 미래 조망을 정의하겠다는 전략을 담고 있다. 조합원 446명 모두가 한강 조망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고 강조했다. 입주민 취향에 따라 한강 조망 또는 남향 채광을 선택할 수 있는 '스위블 평면'도 내세웠다.

브랜드 기반도 강력하다. 삼성물산은 인근 래미안신반포팰리스, 래미안신반포리오센트, 래미안 헤리븐 반포 등을 기반으로 반포 일대 '래미안 타운'을 완성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이는 단순 신축을 넘어 반포 지역 전체의 프리미엄 주거 생태계를 구성하려는 야심찬 계획이다.

재무 안정성도 무기다. 삼성물산은 신용등급 AA+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정비사업에서 조합원 이주비 등과 연관된 '금융 조건'이 수주 경쟁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높은 신용등급은 조합원 분담금을 낮추고 사업의 안정적인 추진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신반포 19·25차 통합재건축 포스코이앤씨 조감도이미지 확대보기
신반포 19·25차 통합재건축 포스코이앤씨 조감도

포스코이앤씨의 역습: 현금성 혜택의 압박

포스코이앤씨는 처음부터 다른 카드를 꺼냈다. 부산에서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조합원의 즉각적인 체감 효과에 집중했다. 포스코이앤씨는 해당 단지에 대해 'Zero to One(021)' 프로젝트의 후속 제안을 내놓으며 금융지원 카드를 꺼냈다. 총 892억원 규모의 금융지원금을 전 조합원에게 가구당 2억원씩 조기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는 단순한 숫자 놀음이 아니다. 포스코이앤씨는 후분양, 저금리 사업비 조달, 공사비 인상 제로 등을 통해 조합원의 경제적 부담을 없애주겠다는 파격적인 제안도 했다. 가구당 2억 원 수준의 금융 지원까지 더하면 사실상 '분담금 제로'를 약속한 셈이다.

브랜드 전략도 정교하다. 포스코이앤씨는 '오티에르 반포'를 중심으로 신반포21차·18차와 연계한 '오티에르 벨트' 구축을 추진하며 프리미엄 브랜드 확장에 나서고 있다. 신반포 21차 재건축(오티에르 반포)은 현재 준공을 앞두고 있다. 고급 석재와 디자인형 BIPV(건물일체형 태양광 발전 시스템), 포스맥 패널(포스코에서 개발한 건축물 내외장재)을 적용한 외관과 약 3966㎡(약 1200평) 규모 대형 커뮤니티를 통해 오티에르의 브랜드 철학을 구체화하고 있다.

특히 포스코이앤씨는 초반부터 강한 수주 의지를 드러냈다. 입찰 마감 전 보증금을 선납하고 사장이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등 조합원 민심 잡기에 총력을 다했다. 네덜란드 기반의 글로벌 설계사 유엔스튜디오(UNStudio)와 손을 잡았다. 유엔스튜디오 주요 설계진은 최근 사업지를 방문해 도시 환경과 한강 조망 조건을 직접 확인하고 마스터플랜 구상에 착수했다.

과거의 승부, 현재의 변수
부산 촉진 2-1구역은 이 수주전의 앞단을 보여주는 타고난 사례다. 사업비 1조 3000억원 규모인 부산진구 '시민공원 주변 재정비촉진지구 촉진2-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에서 포스코이앤씨는 조합원 과반의 득표로 삼성물산을 꺾고 시공사에 선정됐다. 이날 총회에 참석한 조합원 297명 가운데 포스코이앤씨 171표(58%), 삼성물산 124표(41%), 기권·무효 2표(1%)로 집계됐다.

당시 포스코이앤씨는 평당 891만 원의 공사비로 입찰해 조합의 사업경비를 전액 무이자로 대여하겠다는 파격 조건을 제시했고, 이것이 조합원의 선택을 움직였다. 하지만 당시 득표차는 약 40표에 그쳤다. 초박빙의 경쟁이었다.

서울 강남권의 신반포 19·25차 사업은 부산과는 다른 변수들로 복잡하다. 이곳 조합원 구성, 반포 지역에 대한 래미안 브랜드의 강력한 프리미엄, 최근 공사비 인상 이슈에 대한 민감도 등 여러 요소가 작용한다. 하나의 정답이 없는 선택 앞에서 조합원들의 판단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한강 조망이 새로운 전쟁터
흥미롭게도 양사의 공통 약속은 '조합원 100% 한강 조망'이다. 최근 아파트 자산 가치를 결정짓는 요소로 '한강 조망'이 떠오른 가운데 양사는 모두 한강 조망을 극대화하는 설계를 제안했다.

설계 접근 방식은 차별화된다. 삼성물산은 스위블 평면을 통해 '선택의 자유'를 강조하고, 포스코이앤씨는 약 17m 높이의 필로티 구조와 '트리뷰(Tree-View)' 설계, 인공지능(AI) 조망 분석 등을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한강 조망 최적화라는 같은 목표를 향해 기술과 설계 철학이 경합하는 모습이다.

조합원의 선택이 반포 판도를 바꾼다
시공사 선정 총회는 5월 30일 개최 예정이다. 한 달 반이 남은 시점에서 양사는 조합원 표심 공략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승부를 브랜드 경쟁을 넘어 사업 안정성과 조합원 체감 혜택이 맞붙는 구도로 읽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은 상징성과 프리미엄, 포스코이앤씨는 실질 금융 혜택을 각각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며 "반포 핵심 입지에서 벌어지는 이번 수주전은 조합원 표심이 '랜드마크'와 '실익' 가운데 어디로 기우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선택은 단지 하나의 사업지에 대한 것만은 아니다. 반포 일대 브랜드 주도권의 변화, 고급 주거 시장의 경쟁 방식의 진화, 더 나아가 대형 건설사들이 강남권 정비사업을 어떻게 수주하고 진행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조합원 446명의 투표가 반포의 미래 지형을 가르는 중요한 순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은 5월 30일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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