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이 수치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12위·49억달러),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13위·38억달러),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14위·32억달러)을 모두 앞선 것이다. 먹는 비만·당뇨 치료제 관련 계약을 둘러싼 신뢰 문제로 시장이 요동친 기업의 수장이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1위),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3위) 등 대기업 총수들에 이어 높은 순위에 오른 셈이다.
박현주·김범수·김범석 보다 앞서
포브스의 평가 기준은 명확했다. 3월 27일 시장 종가와 원·달러 환율을 기준으로, 상장주식의 시가평가액을 주요 반영 지표로 삼았다. 사업의 내재가치나 현금화 가능한 실질 재산을 보정한 값이 아니라, 그 시점의 주식 시장가격이 곧 부의 규모를 결정짓는다는 뜻이다.
당시 삼천당제약의 주가는 종가 기준 111만원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미 극단적인 기대와 논란이 뒤섞인 가격이었다는 평가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지 않아 주가는 50만원대로 급락했다. 포브스 순위 산정 기준이 되는 시점의 주가가 얼마나 거품에 찬 수준이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공시와 보도자료, 엇갈린 숫자들 윤대인 회장의 자산 규모가 부풀어졌던 배경에는 삼천당제약의 일련의 계약 공지 사건들이 있었다. 지난 2월 26일 유럽 계약 관련 공시에서 회사가 제시한 확정 수령액은 3000만유로(약 508억원)에 불과했다. 그런데 같은 날 발표한 보도자료에는 이를 5조 3000억원 규모로 표현해 논란이 불거졌다.
10배 이상의 규모 차이는 실수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유럽 계약과 별개로 지난달 30일 미국에서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계약을 체결한 건 더욱 시장의 기대를 키웠다. 회사는 마일스톤으로 약 1억달러(약 1400억원~1500억원)를 확보했으며, 계약이 '독점'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공식 공시에는 독점이라는 표현이 빠졌다.
시장에서는 총 15조원 규모로 알려진 미국 계약이 실제로는 어느 수준의 확정 수익을 가져올 것인지 검증할 길이 막혔다. 보도자료와 공시 내용의 불일치는 투자자들의 판단을 흐렸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31일 삼천당제약에 대해 영업실적 전망 관련 공정공시 미이행을 이유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를 내렸다. 이는 단순한 경고를 넘어 회사가 투자자에게 제공한 정보의 신뢰성 자체에 의문을 던지는 조치였다.
그 이후 계약 상대방 비공개, 주가조작 의혹 등이 잇따르면서 삼천당제약에 대한 불신은 커졌다. 문제는 개별 종목에 그치지 않았다. 한국 바이오 업종 전반으로 의심의 눈초리가 옮겨갔다. KRX 헬스케어 지수는 단 하루 5.98% 하락하기도 했으며, 다수의 관련 종목들이 동반 하락 압력을 받았다.
기술 검증 어려움과 기대 중심 가격 형성
한 업계 관계자는 "삼천당제약 사례만으로 한국 바이오 전체를 거품으로 일반화하면 과하다"면서도 "이번 사례는 한국 바이오 업종이 기술가치를 실제 실적보다 높게 평가하는 구조 때문에, 공시 신뢰와 정보 투명성이 무너지면 프리미엄이 순식간에 거품 논란으로 뒤집히기 쉽다는 취약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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