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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조 퇴직연금 시장 ‘디지털 메기’ 정면승부

실물이전에 8조 은행 이탈...수익률 ‘키움’ vs AI관리 ‘카뱅’ 격돌

2026-04-14 09:00:18

키움증권 엄주성 대표·카카오뱅크 윤호영 대표. [사진=각사]이미지 확대보기
키움증권 엄주성 대표·카카오뱅크 윤호영 대표. [사진=각사]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고인 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철옹성 같던 은행 중심 퇴직연금 시장이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2024년 10월 31일 시작된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촉매가 되면서, 고객이 다른 금융사로 계좌를 옮기기 쉬워졌다. 그 결과 약 14개월 동안 8조원이 넘는 자금이 은행권을 빠져나가 증권사 등으로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500조원 규모로 성장한 퇴직연금 시장에 '디지털 메기' 키움증권과 카카오뱅크가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기존 질서에 변화가 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키움증권 "수익률로 연금판 흔든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금융위원회에 퇴직연금 사업자 등록을 완료하며 저비용 구조로 수익률 중심 경쟁을 본격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8일 키움증권은 상반기 내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상품 심의를 거쳐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이라고 선언했다. 사업자 등록을 통해 개인형퇴직연금(IRP)은 물론, 확정기여형(DC)과 확정급여형(DB) 등 퇴직연금 전 제도에 걸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는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기존 퇴직연금 시장에 본격적인 경쟁 구도를 만드는 신호탄이 된다는 분석이다.
키움증권의 전략은 명확하다. 온라인 기반 리테일 점유율을 바탕으로 '투자형 연금' 시장을 공략하되, 저비용 구조를 무기로 한다는 것이다. 특히 개인형퇴직연금(IRP)을 중심으로 고객 접점을 빠르게 확대하고, DB·DC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추가 앱 설치 없이 거래·이체·운용 현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사용자 경험(UX)을 단순화한 것이 특징이며, ISA·연금저축 계좌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러한 '통합 자산관리' 접근은 고객의 전생애 자산 관리를 플랫폼 내에서 완결시키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오프라인 지점이 없는 저비용 구조인 만큼 수수료 절감분을 수익률로 환원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키움증권은 온라인 증권사로서 지점 운영에 들어가는 고정비용을 과감히 제거하는 대신, 이를 고객 혜택으로 돌려줄 예정이다. 온라인 전용 상품을 저비용으로 공급해 고객의 장기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자산관리 잔고가 2023년 3조3천억원, 2024년 5조3천억원, 2025년 8조7천억원으로 매년 60% 이상 증가하고 있다. 이는 저비용 구조를 통한 높은 수익률이 개인 투자자들을 빠르게 끌어당기고 있음을 시사한다.

키움증권은 단순히 자산을 쌓는 적립 단계를 넘어 생애주기 전체 관리로 기업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퇴직연금 1세대 전문가로 불리는 표영대 상무(연금사업총괄)를 영입해 체계를 구축했으며, 사회초년생에게는 적극적인 자산 증식 전략을, 장년층에게는 절세와 연계된 체계적인 인출 계획을 제안할 계획이다.

최근 3대 신용평가 기관으로부터 신용등급 'AA(안정적)'를 획득한 점도 퇴직연금 사업자로서의 신뢰도를 뒷받침한다는 평가다.
키움증권은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변화하는 퇴직연금 시장환경에 신속하게 적응하며 업권 내 시장 점유율 빅5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개인 시장에서의 성공이 기업 퇴직연금(DB·DC) 시장 진출의 발판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낮은 수수료를 앞세운 가격 경쟁력이 기존 플레이어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AI로 연금 관리의 문턱 낮춘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8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평생 금융 동반자"를 선언하며 AI로 접근성 전쟁을 예고했다. 카카오뱅크는 2천700만 월간 활성 이용자(MAU)와 70조원 규모의 수신 경쟁력을 바탕으로 단순 송금과 예·적금 영역을 넘어 결제와 투자로 서비스 범위를 대폭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인터넷은행 라이선스를 받은 금융기관 중 최초로 퇴직연금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선언으로, 초저금리 수신 경쟁 시대를 넘어 수익성 있는 사업 모델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발표한 'AI 비전 2026' 핵심도 퇴직연금 시장 진출이며, 국민 생애주기 전체를 아우르는 자산관리 플랫폼으로의 확장이 차기 성장 엔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카카오뱅크는 금융 앱의 '확장의 역설'을 AI로 해결하며 UX 전쟁의 새로운 판을 짜고 있다. 슈퍼앱 전략의 한계를 인식하고 AI 기반 맞춤형 서비스로의 탈바꿈을 선언하는 것으로, 금융앱의 사용성 경쟁이 '메뉴 최적화'에서 'AI 추천'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규모 고객의 독점적인 '앱 온리' 데이터와 금융 특화 대형언어모델(LLM)을 결합해 제공하는 '비서형' 금융 서비스는 기존 금융사들이 뒤따라갈 수 없는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중에 투자·결제·연금을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을 완성하려 하고 있다. 상반기 내 다양한 금융상품을 비교·투자하는 '투자 탭', 3분기 '결제 홈', 하반기 신규 카드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며, 이를 통해 기존 은행권의 주력 수익원인 퇴직연금 수수료 수익을 잠식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시장 지형 변화 가속..."이동성의 시대"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4년 10월말 실물이전 제도 공식 시행 이후 약 14개월(2025년 말 기준) 동안 증권업권 퇴직연금 적립금은 26.5% 이상 증가했으며, 은행권에서는 약 8조원의 순유출이 발생하며 기존의 기득권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객이 손익과 UX(사용자 경험)에 따라 금융기관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되면서 '이동성의 시대'를 열었다는 지적인데, 이는 기존 은행권의 독점적 지위가 실질적 수익률 경쟁으로 대체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과거 금리 중심의 단순 비교에서 벗어나 수익률 중심으로 판이 재편되면서 "누가 내 연금을 더 잘 불려주나"가 핵심 기준으로 부상했다. 금융소비자들의 의사결정 기준이 '안전성'에서 '수익성과 접근성'으로 급속히 전환되는 가운데, 지난해 말 기준 증권사 비중이 24.1%에서 27.7%로 3.6%포인트 증가한 것은 시장의 변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익률 중심으로 퇴직연금 시장이 재편되면서 은행과 증권사 간 운용 성과 차이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2024년 전체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이 4.77%를 기록하면서 고객들은 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금융사로 자금을 옮기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키움증권이나 카카오뱅크가 장기적으로 이 수익률 수준 이상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가 시장 진출의 실제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저수수료 전략이 운용 성과 악화로 이어질 경우 고객 이탈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이 위험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개인시장은 기회...기업시장은 여전히 높은 벽

금융권에서는 키움증권과 카카오뱅크 같은 온라인 플랫폼 강자들의 시장 진입이 소비자에게는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수수료 인하, 서비스 질 개선 등 실질 혜택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또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퇴직연금을 더 이상 '기업이 주는 복지'가 아닌 '개인의 투자'로 인식하는 추세가 강해지고 있다. 이는 금융소비 문화의 성숙으로 해석되며, 퇴직연금 시장이 상품 선택의 자유도가 높아지는 '소비자 친화적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퇴직연금의 근간인 기업 대상(B2B) 시장 진입은 여전히 높은 벽이며, B2B 시장에서는 신뢰와 성과가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는 분석이다. 대기업이 중심인 확정급여형(DB) 시장을 확대하려면, 안정적 운용성과 장기 수익률 검증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개인형 IRP 시장에선 키움과 카뱅의 돌풍이 확실시되지만, DB형은 기업이 운용 성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구조"라며 "법인 영업력과 안정적인 운용, 관리 체계가 성패를 가른다"고 분석했다. 특히 기업 퇴직연금의 경우 단순 수익률 경쟁이 아닌 '장기 신뢰'와 '위험관리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후발주자들이 단기간에 기득권을 뺏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초기에 개인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면 기업 시장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충분하며, 2~3년 실적이 판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2035년 적립금 규모가 1천263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향후 2~3년간의 수익률 실적이 시장 판도 재편의 열쇠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기간 동안 키움증권과 카카오뱅크가 얼마나 안정적인 운용 성과를 낼 수 있을지가 기업 시장 진출의 성패를 좌우하는 변수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퇴직연금 판도 재편...새로운 경쟁 구도 본격화

연금시장의 경쟁 구도가 '금리에서 데이터·UX로' 옮겨가는 지금, 디지털 메기들의 도전은 이미 시작됐다. 이들의 실적이 향후 2~3년간 수익률로 입증된다면, 퇴직연금 시장의 주도권은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키움증권은 '저비용 고수익률'이라는 명확한 가치제안으로 개인 투자자를 빠르게 확보하고 있으며, 카카오뱅크는 'AI 기반 초개인화'로 접근성 장벽을 낮추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올 상반기 내 핵심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2026년이 시장 재편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35년 1천263조원까지 성장할 시장에서 초기 점유율 확보가 장기 성장성을 좌우하는 만큼, 향후 3년이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는 결정적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연금 투자자의 금융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증권사 중심의 시장 재편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 은행권 중심의 '관리형 금융'이 디지털 강자의 '선택형 금융'으로 대체되는 과정이 한국 금융시장에서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새로운 금융 생태계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 keehwan.s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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