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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빈발하는 금융 전산장애 ‘왜 이러나’

거래소에서 핀테크까지 전방위서 발생..."시스템 설계단계부터 재점검해야"

2026-03-12 09:59:59

여의도 KRX 한국거래소.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여의도 KRX 한국거래소. [사진=연합뉴스]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증권거래소, 증권사, 핀테크사에 이르기까지 금융시스템 전산장애가 연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19일 네이버페이 결제·예약 시스템이 정오부터 3시간 이상 오류가 발생한데 이어 3월 들어서는 이란 전쟁으로 국내 주식시장이 급변하면서 거래소와 증권사에서 잇따라 전산장애가 발생했다.

전산장애는 개인투자자들의 자산 손실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한국거래소가 추진 중인 거래시간 연장(오전 7시~오후 8시) 계획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거래 폭증으로 증권시스템이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거래시간까지 늘어날 경우 전산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시장 변동성 속 속출하는 증권사 MTS 장애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란 전쟁으로 주식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오류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미래에셋증권 MTS에서 상장지수펀드(ETF) 가격 급락 알림이 장 마감 후 대량으로 지연 발송됐고, 5일에는 한국투자증권 일부 고객의 MTS에서 계좌 잔고 조회 서비스에 문제가 발생했다. 또한 9일 오후 12시 30분부터 3분간, 1시 39분부터 2분 동안 각각 거래소 전산 문제로 주문 거부와 주문 지연이 발생했다.
증권업계 전체 전산운용비는 2022년 7천927억원에서 매년 증가해 2024년 9천697억원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IT투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장애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게 심각한 문제라고 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투자를 늘려 시스템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는데 단순 서버 확충 수준에 그쳤다"며 "장애의 본질은 과부화보다 설계 단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산비를 꾸준히 늘리는 증권사들도 있지만 시스템 관리 범위가 오히려 넓어져 관리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증권사의 잇단 시스템 사고 발생으로 금융감독원은 지난 9일 여의도 본원에서 증권사 최고정보책임자와 금융투자협회, 한국거래소, 넥스트레이드 등 자본시장 유관기관 IT담당 임원과 긴급 간담회를 개최했다.
핀테크도 예외 아닌 전산 오류 사태

시스템 불안은 전통 증권사뿐 아니라 핀테크 기업까지 파고들었다.

지난달 19일 네이버페이는 정오부터 약 3시간 이상 결제·예약 시스템 전반이 마비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주문서 내 포인트 조회 실패, 결제 처리 중단, 현장 결제 불가, 페이머니카드 승인 실패 등 온·오프라인 결제가 광범위하게 차단됐다. 결제 대기자가 수만 명에 달했으며, 온라인 쇼핑몰과 편의점, 식당 등에서 고객들이 결제 수단을 급히 변경하는 등 혼란을 겪었다. 네이버페이는 외부 요인이 아닌 내부 시스템 문제로 파악했으며, 지난 1년간(2025년 2월~2026년 2월)에만 15건의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다.
이어 이달 10일에는 토스뱅크 앱에서 환율 오류 사태가 발생했다. 오후 7시 29분부터 약 7분간 엔화로 환전할 경우 100엔당 472원대 환율이 적용됐으며, 이날 엔화 환율이 100엔당 약 934원대였음을 고려할 때 정상 환율의 절반 가격 수준이었다.

반토막 난 환율이 실제로 거래로 이어졌다는 점이 더욱 충격적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는 "알람 보고 헐레벌떡 들어가 1만엔 샀다", "여윳돈 다 환전했는데 3분 만에 서버 터지더라", "'이게 되네' 하면서 샀는데 계좌가 잠겼다"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토스뱅크는 문제를 인지한 즉시 엔화 환전 거래를 일시적으로 중단시키고 일부 고객 계좌를 동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토스뱅크는 11일 “지난 10일 오후 7시 29분부터 약 7분간 당행의 일본 엔(JPY) 환율이 정상 환율 대비 ½ 수준으로 착오 고시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이상 환율 자체 경보 시스템으로 상황을 인지한 당행은 즉시 조치에 나서 상황 발생 약 7분 후 환율 고시 시스템을 정상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토스뱅크는 이번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향후 시스템 점검 절차를 강화하고, 환율 고시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체계를 철저히 개선하여 동일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은 토스뱅크의 환전 오류 발생 원인과 피해 규모 등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점검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오류 발생 과정과 시스템 결함, 고객 피해 규모를 파악할 방침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고로 토스뱅크가 입을 수 있는 손실 규모를 약 100억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금융당국 대응과 한계…BCP 2026년 1분기부터 가동

증권사의 금융시스템 관련한 금융당국의 제재 수위는 미온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부터 2025년 9월까지 431건의 전산장애 가운데 제재를 받은 증권사는 6곳(유진투자·SK·신한투자·키움·한국투자·유안타)으로 과태료 총액은 약 3억9천만원에 불과했다. 과태료 외 제재 수위는 임직원 견책과 기관주의 수준에 그쳤으며, 이는 반복되는 전산장애를 억제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금융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금감원 디지털IT·IT부문 부원장은 "증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상황에서 매수·매도 주문 집중 등에 따른 전산 장애 발생 시 막대한 소비자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금감원은 "거래량 급증에 대비해 전자금융 인프라의 가용성, 충분한 처리용량 확보 여부 등을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시 긴급 전산자원 증설 등을 통해 가용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장기 대책으로 올해 1분기부터 장애 발생 시 거래 주문이 자동 전환되는 통합 업무연속성계획(BCP)을 도입해 리스크 분산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이는 한국거래소와 대체거래소(넥스트레이드) 간 주문 흐름을 자동으로 분산시켜 한쪽 시스템 장애가 전체 거래 중단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방지하려는 의도다.

하지만 시장 현장에서는 준비 기간의 촉박함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한국거래소가 당초 추진했던 거래시간 연장 계획과 맞물리면서 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거래소는 당초 6월 29일부터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거래시간을 연장할 계획이었으나, 지난 5일 회원사 긴급 간담회에서 전산 시스템 개발에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는 업계 의견을 수용해 도입 일정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증권사들은 MTS·HTS와 웹, API 연동 등 다양한 고객 접속 채널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어, 단순히 운영 시간만 연장하는 것이 아닌 전산 구조 전반에 대한 점검과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거래시간이 늘어날 경우 시스템 부담도 불가피하게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현재의 장애 빈도 자체가 문제가 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고 자체를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다면 발생 시 신속한 보상과 명확한 절차 공개가 현실적 해법"이라고 지적했다.

거래시간 연장 앞둔 시장의 우려…"준비 기간 촉박"

현재 전산장애 상황에서 거래시간 연장이 진행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규장 거래시간이 현재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에서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확대되면, 시스템이 감당해야 할 거래시간과 거래량이 대폭 증가하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는 거래 집중 시간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현재도 개장 초반과 종가 무렵에 거래가 집중돼 장애가 빈번히 발생하는데, 거래시간이 2시간 이상 늘어나면 시스템 과부하 위험은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운영 시간만 늘릴 것이 아니라 전산 구조 전반을 재설계해야 한다"며 "4년간 168건의 전산장애가 발생할 정도로 현재 시스템의 신뢰도가 낮은 상황에서 거래시간을 무리하게 늘리면 더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는 구체적인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아침 7시부터 거래하려면 증권사 MTS는 그 이전부터 준비돼야 하고, 미국, 유럽 등 해외 증시와의 연동 시간이 늘어나면서 글로벌 시스템 연계 오류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거래소와 금감원은 모의거래 등으로 충분히 준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한 증권사 IT 담당자는 "테스트만으로는 실제 거래가 몰릴 때의 시스템 한계를 파악할 수 없다"며 "최소 3개월 이상의 실전 테스트 기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투자자 신뢰 회복, 시스템 안정화에 달려

중요한 것은 장애 발생 그 자체보다 사후 대응이다. 업계에선 "피크 타임 안정성이 곧 증권사의 기본 인프라"라는 지적도 나온다. 거래가 몰릴수록 시스템이 버텨야 하고, 장애가 발생했다면 범위·원인·재발 방지책을 가능한 수준까지 설명해야 신뢰가 유지된다는 취지다.

현재 업계 전반의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운영을 이어가는 증권사도 있다. KB증권의 'M-able'은 최근 1~2년간 거래 중단으로 이어지는 대형 전산 장애가 보고되지 않으며, 업계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KB증권은 IT 리스크 평가를 기반으로 내부통제를 수립하고, 테스트 자동화 등을 통해 프로그램 변경 통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KB증권은 M-able을 마이데이터 2.0으로 업그레이드하면서 강화된 보안 정책을 적용했으며, 거래량 급증 시 인프라를 신속히 증설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금융시스템이 직면한 위기가 기술의 부재가 아니라 체계적 점검과 투자의 우선순위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심해질수록 시스템은 더욱 견고해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거래시간 연장을 앞둔 현 상황에서, 현재의 전산 안정성을 대폭 개선하지 않으면 더 큰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업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거래소부터 증권사, 핀테크까지 금융 생태계 전반에 걸친 동시적 전산 안정성 강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BCP 도입과 거래시간 연장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면, 금융당국과 업계는 현재 수준의 노력보다 훨씬 더 강도 높은 시스템 점검과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 keehwan.s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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