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회장은 한국 경제의 기존 성공 모델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 한국은 수출 주도 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냈지만 인구 문제와 양극화, 내수 부진 같은 약점이 지금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며 "GDP 성장률만 높이는 방식으로는 분배 문제와 사회 문제를 오히려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은 현재의 성장 방식이 일부의 이익에만 집중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성장 방식은 사회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일부의 성장에 머물렀다"며 성장과 가치를 함께 고려하는 새로운 경제 모델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사회적 가치의 제도화가 자본주의 생존 조건
최 회장이 제시한 해법은 사회적 가치의 제도적 확대다. 그는 사회적 가치 창출을 단순한 도덕의 문제가 아닌 자본주의의 생존 문제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회문제가 커질수록 정부가 감당해야 할 비용도 커지고 결국 성장의 발목을 잡게 된다"며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을 촉구했다.
최 회장의 핵심 논리는 명확했다. 사회 불행을 줄이고 행복을 창출하는 일이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는 가치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 보상이 제대로 작동하면 사회문제 해결이 늘어나고 결과적으로 사회 저비용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사회문제 해결을 통해 정부의 복지 비용을 줄이고, 이를 새로운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SK의 사회성과인센티브, 학문적 효과 입증
최 회장은 이러한 이론을 실제로 검증한 사례로 SK가 2015년부터 추진해온 사회성과인센티브 실험을 소개했다. 이 방식은 사회적 기업이나 조직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그 성과에 따라 보상을 제공하는 구조다.
초기 과정은 쉽지 않았다. 최 회장은 "처음에는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측정하느냐가 가장 큰 도전이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는 "회계도 처음부터 정교했던 게 아니듯 사회적 가치 측정도 점점 객관성과 정확성을 높여갈 수 있다"며 측정 방식의 진화 가능성을 제시했다.
1000만명 참여 시 경제 판도가 바뀐다
최 회장은 새로운 성장 모델의 성공 여부는 참여자 확대에 달려 있다고 봤다. 그는 "성장을 다시 설계하려면 기업과 정부, 사회적 기업, 소셜벤처, 시민사회가 모두 같은 방향으로 정렬돼야 한다"며 모든 경제 주체의 협력을 강조했다. 동시에 그는 "구성원에게 인센티브가 없으면 어떤 제도도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최 회장의 수치적 제시다. 그는 "사회적 경제 참여 인구가 1000만명 수준까지 늘어나면 경제활동인구 3000만명의 3분의 1이 새로운 가치 창출에 참여하는 셈"이라며 이를 한국 경제의 새로운 GDP 성장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단순한 참여 인원 증가를 넘어 경제 구조 자체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다.
환경과 AI, 새 성장 모델의 핵심 축
최 회장은 같은 원리를 환경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그는 "환경을 덜 침해하고 만든 결과에 보상을 주는 체계를 만들면 기업은 규제를 피하는 데 머리를 쓰는 대신 문제를 줄이는 데 자원을 투입하게 된다"며 환경 가치도 성장 시스템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도 새로운 성장 모델의 핵심 도구로 꼽혔다. 최 회장은 "AI를 활용한 사회적 기업이 대거 등장하면 사회문제를 더 낮은 비용으로 해결하면서 경제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제는 한 마리 토끼만 쫓아서는 안 되고 최소 두세 마리를 동시에 잡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설계, 새로운 각오가 필요하다
최 회장은 결론적으로 "지금 같은 저성장 늪에서 벗어나려면 부작용 가능성이 있더라도 새로운 제도를 밀고 갈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허깨비 같은 성장 숫자만 좇지 말고 성장의 목표 자체를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며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했다.
최 회장의 주장은 성장이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어야 한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사회문제 해결이 곧 경제 성장으로 귀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때 한국 경제이 진정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핵심 메시지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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